포 스트롱윈즈
음모는 그들에 의해서 이미 조성되고있었다.
정기산행 이틀전,낯익은 이름으로 부터의 전화 한 통화.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일요일날 다시 습하고 덥다는데 예전에 가본적있는 산을 다시 오른다고 고생하지말고 어디 계곡물에 발 담그고 신선놀음이나 하자는 아주 솔깃한 제안이었다.
전국의 국립공원을 제 방 드나들듯이 하면서 대피소라는 대피소는 다 섭렵했던 옛 동지들의 눈물겨운 우정(?)에 감읍하며 고기는 준비되었다고하니 그럼 난 종이냄비와 물 2L 그리고 라면에 투하할 갑오징어를 챙기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리하여 대망의 산행일
탑승지인 버번 앞으로 하나 둘 회원들이 모이고 그들중 큰소리로 날 놀려대는 들꽃 前 총무.
단지가 올린 내 옛날 산행사진이 어진간히도 뜬금없어 보였나보다.
하긴 무려 15킬로나 불어버렸으니 내가 봐도 한심하긴해.
두고봐 다시 돌아갈거야.
단지가 건낸 그 옛날 무척산 산행 사진에 지금의 회장님인 왕산도 아주 파릇한 인상으로 함께있었다는 얘기에 나는 부정했고 단지는 그름 내기를 하자는 제안에 나는 자신만만하게흔쾌히 동의.
결국 보기좋게 패했고 휴게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게다는 나의 승복에도 굳이 내 보온병 속 냉커피로 대신하겠다는 그녀의 기특한 아량에 돈 만원쯤을 save!아싸!
이윽고 버스가 도착했다.
연우 버스가 아니라 세리네와 호야네 그리고 산맨네 합동 친목회 버스가 도착한 것이다.
고마운 일이지 이 더운 여름날에.
슈퍼맨이 총무를 맡아준다는 소식도 고마운 일이고.
그렇게 알콩달콩거리며 도착한 산행지.
탐방로 초입에서 부터 본진은 우회전.
반란군인 우리는 좌회전.
다리가 아프다며 망설이던 단지도 결국엔 눈치를 보며 본진에 합류했고 나를 제외한 현역 산꾼 셋 그래서 넷인 우리는 계곡으로 향했다.
피서객이 적지않아 불피움도 자연스러웠고 술 넘김이며 라면 끓임도 전혀 흉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준비해온 갈비살이 남아서 라면은 두 개만 끓여야 했고 갑오징어와 콩나물이 들어간 해물라면은 별미였다는 얄미운 시크릿~
대피소에서 끓여먹던 그맛이 났다.
그 그리운 향수가 되살아났다.
지리산 나홀로 산행중 우연히 조우한 지금의 연우 산방 모 베테랑 회원과 벽소령 대피소에서 지어먹던 밥맛과 라면맛이 떠올랐다.
이젠 사전 예약없이는 자고올수 없는 대피소에서의 추억들.
중청,중산리,희운각,세석,소청,로타리...
나는 산의 밤 바람을 좋아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겨울 산의 칼 바람을 좋아한다.
우리 넷은 다 그러했고 여전히 그럴것이다.
그 시절의 산은 낭만이 있었다.
술 한 잔,커피 한 모금도 평범하지가 않았고 당일치기 산행보다는 연박 혹은 그 이상의 산행으로 집에서도 내놓은 산바라기였었지.
하지만 이젠 갈수없는 나라.
비만때문인지 관상동맥이 안 좋아져서 산행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지 말라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산행 참석률.
살을 빼면 관상동맥이 나아질까.
그러면 다시 갈수없는 나라로 갈수있을까.
영하 20도 아래의 설악산에서 홀로 야영을 하고 태백산 정상 밑에서 수통의 얼어붙은 물을 녹여 차 한잔을 끓일 수 있을까.
가고싶다 지금은 갈수없는 그 나라로.
그 외로움과 그 고요함과 그 넉넉함을 정말이지 사랑한다.
83킬로를 넘나들던 체중이 각고의 노력 끝에 열흘만에 78킬로대로 들어섰다.
목표는 60킬로대.
냉장고 문을 붙잡고 얼마를 더 울어야 목표를 이룰수있을까.
목표를 이루면 정상적인 정상행 산행을 하겠지만 그래도 서둘러 올라갈 생각은 없다.
앞서가는 산우의 뒷태를 눈앞에 두고 밀리듯이 올라가는 산행은 딱 질색이다.
풍광도 즐기고 꽃의 자태에 말도 건내보고 바람이 전하는 말도 들으며 오르내리고 싶다.
당분간은 산 초입에서 신선 놀음으로 빈둥거리겠지만 난 분명코 돌아갈것이다.
세레나데가 사준 본젤라또 아이스크림 정말 오랜만의 맛이라서 좋았고 단지의 과일도 좋았고 웅스님이 사준 아이스크림도 좋았다.
9월은 아쉽게도 산행이 없는 달이니 가볍게 번개산행이며 정모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돌아오는 귀가길.
문뜩 여름이 가고있었다.
한여름밤의 꿈이 스쳐가고있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청춘이다.
그누가 뭐라고하더라도 분명한 사실이다.
청바지~
*같이 계곡에서 고기 굽고 술잔 기울인 세명 전우의 대명은 그들의 사생활 존중과 자존심을 고려해 밝이지 않았음을 양해 부탁함.
첫댓글
아~은근기다려지는 윈즈님의 산행후기...
음모를 공모한 세분 누군지
알겠네여 ㅎ
갑오징어와 콩나물이 들어간
해물라면에 마지막 물놀이까징~
가을에는 멋진단풍 보러
함께 하시지예~
젊은날의 윈즈님 핸섬가이~
넘 까불어서 죄송함당 윈즈님 ~^~~
산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준베테랑으로 버스에서는 열정적인 카르멘으로.변신은 무죄.
하하하하 ~윈즈님의 변한모습~
저두 깜놀했습니다~
이런글은 책으로 한권쯤 만들어서
우리 연우산방에 주심 아주 좋을것같습니다~
역시 옛동지들이 좋은분들이네요~
저는 대명을 말씀안해주셔도 대충은 알듯합니다만~저는 윈즈님글을 보게되면 어떨땐 넘 난해 해서 지금처럼 이런글이 저한테는 딱입니다~
앞으로 넘 어려운글로 저를 유혹하지 말아주십시요~윈즈님~
고맙습니다~하하하하 미필적 고의라던지~또 뭐드라?등등~
화엄님은 예나제나 변함이 없는데 저는 변했네요 나쁜쪽으로.그래서 슬픕니다.언제나 변함없이 쭉 산에 서 계십시오.
ㅎㅎㅎ 역쉬~~ 윈즈님의 글솜씨는 우리를 저 버리지 않네요~~
정상 아니면 절대 산에갈 이유가 없다고 하던시절(?) ㅎㅎ
그래도 지금까지 쭉~~~ 함께여서 너무 좋아요~~
산은 밑에서 바라보는것! 맞죠?? 윈즈님~~~ 함께 정상을 바라보며 즐겨보아요~~~
사실은 옛날에도 정상에 빨리 가지는 않았지.늘 혼자 숙박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던 버릇때문인지 빨리 오르는 욕심은 없었지.글을 쓴지는 중학교때부터의 습관인데 다 모아놓지 못한게 아쉬워.살을 좀 빼면 관상동맥도 좋아질테고 그럼 정상에서 같이 라면이라도 나눠 먹자구.
캬~아
이런글이 바로 콩나물과 갑오징어가 들어간 라면맛?
관상동맥 따윈 중학교때부터 쓴 글로도 얼마든지 떨쳐버릴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60킬로대 윈즈 단지 청바지~~~홧팅!!!^^
내가 60킬로대로 감량하면 단지도 50킬로대로 낮춰보지.보기 좋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