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며칠 후 국제공항 게이트. 옹기종기 모여서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Sweet.B멤버들. 조금 떨어진 곳에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HeeRa. 준성은 절대적으로 HeeRa의 존재에 대해 무신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을 뿐. 컴백 초읽기에 들어간 Sweet.B멤버들은 해외로 뮤직비디오 촬영차 공항에 있다. HeeRa역시, 열애설 이후로 뮤직비디오 촬영에 함께 해주는 조건으로 동행하는 길. 최연승과 HeeRa사이. 그리고 우준성과 HeeRa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들과 HeeRa는 깊은 골이 패이게 된 것인지…….
2년 전, 버라이어티 오락프로 촬영현장. 동료로 인사정도 주고받는 사이로 지냈던 연승과 HeeRa. 연승은 HeeRa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갖게 됐고, 그런 연승의 마음을 알고 이용했었던 HeeRa.
"오빠! 나 이거 먹고 싶은데……."
"그래?!"
두 번 생각도 안하고, 연승은 HeeRa가 원한다면 뭐든 갖다 바치기 일쑤였고, 그렇게 사리사욕을 하던 HeeRa는 연승과 같은 그룹 멤버였던 우준성에게 호감이 생기게 됐다. 연승의 감정을 이용해 준성에게 접근을 했었던 HeeRa.
"오빠, 안녕하세요."
"응. 안녕."
"오빠, 나 같은 스타일 어때요?"
"뭐?!"
"오빠, 우리 친하게 지내요."
Lady.R의 새 음반을 건네며 그 안에 연락처를 적어 건넸던 HeeRa. 연승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더군다나 HeeRa에게 관심도 없었던 준성은 괜스레 자신에게 다가오는 HeeRa에게 부담스러움을 느낀다. 알려주지도 않은 준성의 번호는 어떻게 알아냈는지, 연승에게도 희망을 놓지 않게끔 적당히 해오면서 준성에게 줄곧 문자와 전화를 해왔었던 HeeRa. 그 후로 몇 개월이 지나고,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은 연승에게 말을 해야겠다 생각한 준성.
"최연승. 나랑 얘기 좀 하자."
"됐어, 땅꼬마. 너랑 안 놀아. 나 오늘 고백하러 갈 거야."
"후.... 잠깐 나와 봐."
어둑어둑한 밤 배경 아래로 흐릿하게 비추고 있는 가로등 불빛. 그 아래 준성과 연승이 나란히 서 있다. 조금 돈을 쓴 듯 보이는 반지, 장미 꽃다발을 들고 나가려는 연승을 따라 나왔던 준성.
"가지마. 너 진짜 후회해."
"야, 비켜. 너 왜이래? 너 배수정 좋아하는 거야? 그런 거야?"
"아니."
"그럼 왜 그러냐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을 것 같고, 자! 이거 봐."
준성은 그동안 HeeRa가 자신에게 보내왔었던 메시지를 연승에게 보여준다. 연승은 들고 있던 장미 꽃다발과 반지가 들어있는 상자를 손에서 떨어트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떤다. 뭐라 해줄 말이 없는 준성은 한숨만 수차례 내쉴 뿐.
'오빠, 내 진심을 왜 몰라줘요?'
'오빠.... 최연승은 그냥 아는 사이정도에요.'
'나, 오빠 좋아해요. 연승오빠 때문에 마음에 걸리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되요. 우린 뭐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난 연승오빠 같은 스타일 안 좋아해요. 그냥... 친하게 지내면 나쁠 건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만나주고, 연락받아주고 그러는 거예요.'
그렇게 2년 후. HeeRa는 지금 바라던 우준성과 공개적인 연인으로 뮤직비디오 촬영에 출연해주기 위해 Sweet.B멤버들과 함께 공항 게이트에 있는 상황. 상당히 껄끄러울 만도 할 텐데, 아랑곳 하지 않고 HeeRa의 시선은 오로지 준성에게 머물러 있을 뿐이다. 연승은 수차례 매니저 형에게 하필 여주인공으로 HeeRa를 출연시켜야겠냐며 항의를 했었지만, 언론플레이에 나쁜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연막작전으로라도 한번은 이렇게 해야 한다며, 강제적으로 출연에 동의해야만 했던 상황.
"전별."
"응. 왜?"
"너 요즘 기분 디게 좋아 보이는 거 알아?"
"그래? 이거 숨길 수 없는 거구만."
"뭐야, 너."
"음...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되려나. 이해는 잘 안가겠지만, 나 준성이랑 사겨."
"뭐? 뭐라고?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누구? 우준성?"
"응……."
"이게 말이 돼?"
"안되지. 언론에 알려진 대로라면, 우준성이 죽일 놈이지."
"그렇지."
"근데, 좀 복잡한데... 암튼, 그렇게 됐어."
"이거 축하해야 되는 거니? 걱정해줘야 되는 거니? 응? 전별!"
"걍 좋게 좋게, 축하해줘."
해외로 뮤직비디오 촬영을 떠나는 준성의 일행들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작업실 안 미윤과 별님의 대화. 숱하게 봐온 듯, 무슨 말인지 단번에 눈치를 챈 S.victory는 내심 별님을 걱정하는 눈빛을 티내지 않으려 애쓴다.
뮤직비디오 촬영지. 바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 사이로 촬영을 기다리고 있는 준성과 HeeRa. 웬만해서는 HeeRa랑 붙어있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준성. 촬영이 시작되면서 준성과 HeeRa가 마주보고 서 있다. 배경음악으로 별님이 작사에 참여해주었던 노래가 흐른다.
"형!"
"룸서비스?"
"네!!!!!"
"짜식들... 이런데까지 와서 룸서비스로 박혀있고 싶냐?"
"뭐, 딱히 할일도 없고, 연애할일은 더더욱 없고. 그냥 시켜줘요 쫌!"
"알았어. 기다려."
호텔 룸 안에서 3명씩 나뉘어 방 배정을 받고, 룸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는 Sweet.B멤버들. 멤버들을 한방으로 다 몰아 넣어버리고, 혼자서 캠코더를 들고 셀프촬영을 준비하는 준성. 목소리를 가다듬고, 호텔 방안 이리저리 찍어 보이며 혼자 떠들고 있는 준성.
"히히, 안녕. 나 보고 싶은 거 잘 참고 있나? 어떻게 전화 한통... 아니 문자 한통두 없냐. 난 일하느라 연락할 시간이 없었다지만,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아... 너무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은 내 애인. 아.... 빨리 한국 가구 싶은데, 내일두, 모레두... 계속계속 촬영이 있대요. 내가 얼른 촬영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 갈테니까!!! 한눈팔지 말고! 나 기다리구 있어야 되요!! 보고 싶다. 나 한국 돌아가면 이제 말 놓을래요. 우린 특별한 사이니까, 히히. 딱 기다리구 있어요."
한참을 촬영하고, 마지막으로 입술을 쭉 내밀며 쪽쪽거리다 촬영을 끝낸 준성. 녹화된 테이프를 꺼내놓고, 멤버들이 있는 방으로 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문 앞에 서 있는 HeeRa. 당황한 듯 잠시 뒷걸음질을 치던 준성이 이내 냉랭한 반응으로 말없이 HeeRa를 보고 서 있다.
"나 좀 들어가도 되지?"
"어딜 들어와?!!"
준성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가 보는 HeeRa. 이리저리 둘러보다 침대와 침대사이 스탠드등 아래에 놓여있는 비디오 녹화 테이프를 발견한다. 준성이 혼자 있었고, 방금 찍은 듯 보이는 캠코더와 테이프의 상태를 보며 분명 별님에게 주려고 녹화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 순간 슬쩍 그 테이프를 챙겨서 숨기는 HeeRa. HeeRa가 자신의 룸 안에 들어왔다는 것에 불쾌한 듯 막무가내로 복도로 밀어낸다. 밀려나오면서 준성을 잡아끌어 함께 복도에 나란히 나와 선다. 순간적으로 HeeRa는 카메라의 위치를 살피고, 있는 힘껏 자연스러워 보이려 준성의 팔짱을 끼고 기댄 채 자신의 방으로 준성을 데리고 들어간다.
일주일후. 한국으로 귀국하는 뮤직비디오 촬영 일행들. 한껏 시끄러워진 언론들의 상황을 모른 채, Sweet.B멤버들은 숙소로 향한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작업실에 출근한 별님. 한창 인터넷 서핑 중이었던 S.victory가 별님을 보고 흠칫 놀라 창을 감춘다. S.victory의 반응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다가와 묻는 별님.
"호텔루머?"
"아! 아니야!! 왜... 언론플레이."
"언론플레이면 플레이지... 왜 숨겨?"
"아니, 그냥, 그냥. 작업하자!!"
"전별."
"응?"
"내가 봤을 땐... 시시때때로 계속 이렇게 물고 나올 기사들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진심으로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우준성이랑 관계... 웬만하면 정리해."
조미윤의 말에 S.victory가 보고 있던 것이 준성과 관련된 기사임을 짐작하게 된 별님. 눈치를 보고 있던 S.victory의 태블릿PC를 뺏어들고 기사를 침착하게 읽어 내려가는 별님. 할 말을 잃은 듯 한참동안 멍한 표정으로 정신을 놓은 듯 보인다.
해가 저물고, 달이 뜨려는 무렵의 시간. 우연히 알게 되서 달님과 친구를 먹게 된 윤준을 만나고 있는 달님. 한껏 술자리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듯 얼큰하게 취해보이는 윤준과 달님.
"내가..... 진심으로 넌 믿음이 가서 말하는 건데."
"뭔데, 전달님."
"우리 별님이 누나.... 잘 좀 부탁할게."
"아이 새키. 그런 건 우준성한테 말해. 내 권한이 아니야."
"우리 누나!!! 참 불쌍한 여자야."
"아씨! 네 누나 얘길 왜 자꾸 나한테 하냐고 임마!"
"난 딴 놈들은 모르겠고, 넌 믿음이 가니까! 너 같은 놈이라면 우리 누나 믿고 맡길 수 있을 거 같으니까!"
"야! 네 누님, 우리 우준성이랑 사귀는 거 모르냐?!"
"하... 우준성 개새키. 지저분한 새키."
"무슨 소리야?"
"씨발."
"야, 전달님!"
반면, 같은 시각. 뮤직비디오 촬영차 해외에 갔을 때 챙겨왔던 준성의 녹화 테이프를 꺼내들고 무언가를 생각해 낸 듯 사악하게 미소 짓는 He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