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Saxophone Harmony & Behind Story
(와이지 색소폰하모니, 그리고 그 뒷이야기)
2014년 말,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오랫동안 벼르고 별렀던 귀촌을 위해 전국을 쏘다니다가 지난해 11월 말경에서야 겨우 이곳 양평군 강하면 성덕리에 정착하게 되었다. 특별한 연고는 없었지만, 집을 봄부터 가을까지 세 번이나 봐왔고 우선 서울 주치병원을 오가기 수월하다는 점과 산이 가까이 있었기에 “그리 춥다는 겨울부터 겪어보자”고 서둘러 이사를 마쳤다. 한 겨울을 집 안, 밖 청소와 짐과 집 정리 등으로 보내고 봄이 왔다.
귀촌을 하면 공직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을 필요한 시골 분들에게 나누어드리고 승합차를 구입하여 차량봉사도 하며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찾아가 이발도 해드리겠다는 생각으로 1년간 학원을 다니며 이용사 자격증도 따고 실습을 위해 불우시설 봉사도 다녔는데, 이제 겨우 동네 이장님과 부녀회장님, 집 앞 서너 가구 어르신들과 교통하고 있고, 텃밭 일에 동물 몇 수 키우는데 급급하고 있다. 더구나 강하면사무소와 강하파출소, 강하소방파출소, 강하보건소 등의 주민복지와 지역행정 수혜에 빈틈이 없어 보였다.
봉사는커녕 봉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듯 할 때, 내 눈에 들어온 강하면주민자치센타 프로그램! 헬스는 건강유지를 위해 아내와 함께 우선 등록하였고, 색소폰은 기초도 없이 소리 나는 대로 반주기에 맞춰 시름을 달래는 정도로 늘 5% 부족함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참이라 “옳구나, 잘 되었어!’하며 등록을 마쳤다.
드디어 월요일 첫 시간, 나와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강선생님, 그리고 두 분이 처음으로
색소폰 초보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네 사람이 수업을 하게 되었고 지도자인 이성균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강선생님과 나는 기초적인 운지법 정도는 알고 있었고 앙부슈어(마우스피스를 무는 안정적인 ‘입모양’)를 통해 기초음계(소위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를 내는 정도는 되었는데 나의 수강 목표는 반음(半音)을 무난하게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성균 선생님의 교육 목표는 문외한인 우리들과 달랐다. 선생님은 음악의 기초를 모르고 반주기나 따라 나팔을 부는 사람은 악보를 보고도 연주를 못하게 된다며 음악의 기초부터 찬찬히 지도해 주시는데 음악 교육을 받은지 40-50여년이 지난 우리들로서는 사실 참 어려운 과제였다. 그러나, 음악기호를 배우고 박자의 개념을 배우면서 서서히 음악에 대한 기초를 깨우치게 되고 아련한 청소년기를 떠 울리며 추억에 젖기도 했다. 특히, 여태까지 몰랐던 박자의 개념, 즉 “4분의4박자란 한 마디 안에 4분음표를 한 박자로 하는 것이 네 개 있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었고 이번 대회 준비를 하면서 합주에서도 ‘박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초급반인 강선생님과 나는 곧 6개월 먼저 시작한 분들과 합반을 하게 되었고, 이어 스케일 연습을 하면서 11월에 있을 양평군 경연대회 연습을 위해 몇 년 먼저 하신 분들과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식사도 같이 하게 되었고 친목도 다지며 사는 이야기까지 서로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들은 팀 이름을 양평-강하 지명을 따서 『YG 색소폰 하모니』로 정하고
월요일 14:30∼18:00, 수요일 10:00∼13:00 일주일에 두 번 스케일 연습과 출품 노래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간간이 옥수수를 삶아 오시는 분, 고구마를 삶아 나누어 주시는 분, 족발에 햅쌀밥을 나누던 일 등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추억으로 만들면서 시간은 흘러갔다.
발표회 날 우리 YG 팀은 모두 흰 와이셔츠에 검은 바지로 복장을 통일하기로 했는데,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실비를 지원해 준다고 한다. 마침 15년 단골인 서울 와이셔츠 맞춤 전문집이 있어서 소개를 하고 단체 할인을 하여 와인색 보타이와 이니셜이 새겨진 연주복까지 갖춰 입게 되었다. 발표회를 몇일 앞두고 강대준위원장님을 비롯하여 자치위원님들이 연습에 참관하여 격려해 주시고 금일봉까지 주시니 꼭 우승해야 하겠다는 의지로 더욱 연습에 연습을 기하게 되었고 연습을 마치고 귀가 할 때쯤이면 입술이 얼얼할 정도가 되었다.
발표곡 ‘Amazing Grace’와 ‘사랑으로’ 두곡을 각각 약150여회 반복하여 연습을 하였을까? 이젠 각자가 각 음과 박자, mf(메조포르테), mp(메조피아노), f(포르테) 등 강, 약까지 모두 외울 정도가 되었는데 문제는 합주에서 자주 이중창이 되는가하면, 삑사리가 나오고, 나는 악기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 싸구려 중국산이라 갈라지는 음이 나와서 합주를 망친다는 지적이었는데 나는 내 실력이 아직 초급이라 그렇다는데 무게를 두고 집에서도 연습에 또 연습을 하였다. 허접한 악기라고 탓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어 훌륭한 연주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11월8일, 경연을 나흘 앞두고 양평체육관에서 리허설을 했는데, 아불싸! 나도 연주하다가가 한 마디를 놓쳐 따라가느라 혼비백산 하였는데 이중창에 빠른 템포, 1절과 2절을 혼돈한 음 등 완전히 중구난방이었다. 내 평가가 이러한데 선생님은 어떻게 들으셨을까? 무대라는 실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이리라. 경연을 하루 앞둔 11월11일, 선생님이 특별히 시간을 내어 다시 연습실에 모였다. 몇 분의 멤버가 빠진 상태지만 각 악기의 튜닝을 마치고 모두 열심히 연습에 임 하였다. 선생님은 허접한 악기에 매달려 안간힘을 다 쓰는 내가 가여웠던지 발표회 때 자신의 악기로 연주하라며 ‘알버트 웨버’를 선뜻 건네 주셨다. 끝까지 내 악기로 해보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전체에 ‘누’가 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웨버로 연주를 해 보았더니 쉽게 불어도 소리가 잘나고 부드러웠다. 조심하지 않아도 삑사리도 안나고 다른 멤버들의 악기와 쉽게 동화되었다. 연주에 부담이 적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모두들 음과 박자, 강약이 잘 어우러지고 삑사리도 없었다. 입장과 퇴장, 연주를 마치고 청중에 대한 인사까지, 들고 나는데에도 신경 쓰며 연습을 하였다.
“그래, 이렇게만 하자, 우승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그 동안 연마해온 결과에 만족할 만한 정도껏만 하자.” 지도선생님과 교습생 모두 한 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그동안 그저 도,레,미,파 소리 내기에 급급했던 문외한을 여러 청중 앞에서 ‘연주’라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고 배려해주신 이성균 선생님과 YG 색소폰하모니 선배, 동기님들,아낌 없는 격려와 지원을 해주신 강대준 주민자치위원장님과 위원님들, 주민자치위원회 이영미 사무장님, 바쁜 집 안, 밖의 일 속에서도 편하게 연습에 임하게 해준 아내 계순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리며 더 꾸준히 배우고 연습하여 장차 ‘작은 독주회’ 꿈을 가져 본다.

첫댓글 서울촌사람님 응원을 보냅니다. 반가워요.
글 잘 읽었어요.
멋지게 전원의 삶 만들어 가는 모습 마음이 놓입니다.
사실 조금은 잘 적응해 나가실까 염려되는 부분 있었거든요.
멋져요, 홧팅입니다.
아름다운 인생의 훗날들 만들어 가세요.
저 이강촌입니다.언제 한번 찾아갈께요. ㅎㅎ
헛, 여사님... 집에 와보니 다녀 가셨네요. 남겨주신 주옥 같은 글, 하나 하나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사 가신후로 궁금하고 초대 해 주실 때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ㅎㅎㅎ 두분 부부 뵐 날만 기다릴께요. 감사합니다...
이제 보았습니다
공직생활 하시는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좋은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