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가다

[민병옥]

실크로드를 가다

  대구 박물관 대학 40여 명은 서안에서 우루무치까지 3,000km를 버스를 타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체험하는 답사길에 올랐다. 옛날 그들은 먼 길을 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서방과 동방을 오가면서 문물을 교환했다. 실크로드는 그 옛날 기원 전 한 무제 때에 장건이 개척했으며 중국의 장안(서안)에서 시작하여 로마의 이스탐플까지 약 7,000km이다. 그 길을 오가면서 동서양의 문물은 물론이고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다.

  상품이 거래되는 여러 물품 가운데에서 당연히 비단이 으뜸이었다. 당시는 금보다 비단을 확보하는 것이 부의 상징이었기에 ‘실크로드’라고 불리고 있다. 또한 비단길을 따라 종교를 받아들였다. 오가는 중에 두려움과 뜻하지 않는 사고로 자연히 신앙을 가졌으리라 싶다. 이슬람교와 기독교도 그 길을 따라 전해졌다. 특히 불교는 인도에서 싹을 틔웠지만 중국에서 꽃을 피웠다.

  구마라지 스님은 중국 불교를 전승한 분이며, 우리나라의 혜초 스님도 인도에서 비단 길을 따라 장안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그의 저서 인도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에서 밝히고 있으며 그들의 석굴이나 무덤의 불상이나 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역 아랍 쪽에서 들어온 농산물에는 ‘호’자를 붙였다. 호두, 호박, 호떡, 호빵, 호마(깨) 등이 그것들이다. 그곳의 농산물은 기온이 높고 건조하여 당도가 높다고 한다. 하미과(메론)와 건포도 맛을 보니 아주 달고 상큼하여 구미(口味)가 당겼다. 그 외에도 해바라기, 옥수수, 밀, 유채꽃, 감자 등이 성황을 이루었다.

  돈황을 지나 우르무치까지는 나무 한 그루 볼 수 없는 광활한 사막 지대였다. 네댓 시간을 지나야 도시를 볼 수 있었다. 그곳은 연중 40mm 이하의 비가 오기에 그야말로 산야가 벌거벗고 있었다. 물이 없기에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황폐한 광야였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것은 키렌산맥이나 천산산맥의 만년설에 의한 빙하로 물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르무치의 천산 천지는 빙하 호수이다. 호수의 물이 아래쪽으로 폭포를 이루며 흐르고 있었다. 그 물이 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젖줄이며 오아시스이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민족임을 절실히 느꼈다. 온 산야가 푸르며 싱그러워 자연이 준 혜택을 누리며 풍족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또한 우리의 국산 자동차가 중국 대륙을 누비고 달리는 모습에 우월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우월감에 만족할 때가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14억의 거대한 힘을 발판으로 솟아오르는 ‘마답비연’(馬踏飛燕)의 기치로 발돋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박차를 가해 민족의 우월성을 만방에 떨치는 힘을 발휘할 때 세계는 한국을 주목할 것이다.

고비(苦悲)

  실크로드는 온갖 삶의 애환이 녹아 있는 고비 길이다. 서역에서 장안에 이르기까지 문물을 교환하는 삶이 바로 그곳 고비사막의 메마른 기상과 같으리라 싶었다. 산야에는 나무 한 그루 볼 수 없는 척박한 땅이다. 물이 없기에 생명이 자랄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그런 길을 오가며 살았으니 상상 밖이었다.

  서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경계로 삶과 죽음이 교차함을 느꼈다. 도로 왼쪽에는 나무 한 그루 볼 수 없는 돌산이며 광야에는 흙먼지가 휘휘 날리며 무덤이 즐비하게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물이 없는 사막의 죽음이었다. 우리의 생명체도 70%가 물이 아닌가. 몇 퍼센트만 잃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곳은 죽음의 무덤이 즐비하게 흙으로 덮여 있고 비석만 달랑 있을 뿐이다. 가끔 바람을 일으킬 때면 황사 현상으로 무덤이 뭉그러지지 않을까도 싶었다. 사막화 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도 하지만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지하의 물을 빼앗아가니 오히려 생태계의 변화가 오지 않을까 염려의 목소리도 크다고 했다.

  그러나 도로 오른쪽은 농작물이 자라며 포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생명이 살아 있는 곳이며 그 근원은 물이다. 그곳에는 물이 있는 오아시스였다. 물은 멀리 떨어져 보이는 만년설의 물을 끌어들여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생명의 줄을 잇기 위해 그들의 노력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하 굴을 파서 그곳까지 연결하고 있다. 천여 개의 굴을 연결하면 만리장성보다 길다고 한다. 중국의 만리장성과 경항 운하와 더불어 삼대 공정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 어려운 과정으로 생명의 오아시스를 낳게 했으니 얼마나 고비였을까. 실크로드도 물길을 따라 형성되었고 그 길을 따라 오갔으니 삶이 얼마나 힘들었고 고달팠을까 싶다. 그런 척박한 땅에 오아시스를 만들었으니 그 힘은 정말로 대단함을 느끼고도 남았다.

  그렇게 도시가 형성되었으니 도시의 나무 한 포기마다에도 생명의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그곳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물을 주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란다. 날씨는 40도를 넘으며 비라고는 오지 않으니 나무를 키우는 데도 여간 고통이 따르지 않음을 느꼈다. 예부터 그들은 삶과 죽음을 오가며 고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드넓은 황야에 풍력과 태양력을 이용하여 발전 시설을 갖추어 엄청난 에너지를 얻고 있었다. 또 우르무치는 지하자원의 보고이다. 석유나 석탄의 매장량이 중동을 능가한다고 한다. 석유를 캐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예부터 우리의 삼국시대의 전투는 산악지방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곳은 넓은 사막이라 벌판에서 전쟁을 치렀다. 한나라 때부터 명에 이르기까지 동쪽 서안의 산해관에서 서쪽 끝 장액의 가욕관에 이르기까지 만리장성을 쌓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정말 대단한 삶의 고비였지 않을까.

산야(山野)

  우리의 사고로 ‘산(山)’ 하면 푸름과 온갖 날짐승과 들짐승이 살아 있는 생명의 땅이 아닌가. 실크로드를 따라 보이는 산은 실로 놀라웠다. 한마디로 어둠과 죽음의 산이었다. 온 주위를 둘러봐도 나무 한 그루 볼 수 없는 산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산은 완전히 황토의 붉은 산이다. 황토를 이용하면 좋을 듯싶은데 주위를 봐도 황토를 이용한 집은 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황토를 이용한 집을 짓고 있다. 황토집은 미세한 구멍을 통해 공기가 드나든다고 하여 많이 짓고 있지 않은가.

  또 어떤 곳은 바위산으로 온 산이 돌로 덮여 있어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불꽃이 일렁이는 듯한 ‘화염산’이며 돌이 완전히 풍화되어 모래 산도 있었다.

  돈황의 명사산(鳴沙山)에 갔다. 그야말로 모래 산이다. 산은 햇빛의 각도와 날씨에 따라 모래의 색이 여러 가지로 보이기도 했다. 산의 중심에 ‘월야천’이라고 하는 초승달 모양의 마르지 않는 호수가 있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났으니 신의 섭리와 신비함에 놀랄 뿐이었고 황폐한 내 마음의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난 듯했다.

  장액의 칠채산(七彩山)에 올랐다. 산은 지각의 조륙운동으로 융기한 습곡 산이다. 땅속의 철이 지표면에 드러나면서 산화하여 일곱 가지의 아름다운 색을 띠고 있었다. 대자연의 대지 예술로 극치를 이루었다. 약 500km로 이어져 있으니 규모도 대단했다. 산들이 아름답기도 하고 바위산의 웅장한 모습이 장관이었으나 그 산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살지 못하는 죽음의 산이었다.

  우리의 산야는 어떠한가. 온갖 나무가 산야에 빼곡히 들어서 있어 생명 자체이다. 여기에 새들이 깃들어 지저귀고 짐승들이 노닐고 있는 살아 있는 산이다. 나는 근교의 백자 산에 자주 오른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새와 꽃들과 동화되어 사색하는 즐거움이 정말 좋다. 이런 우리의 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굴(窟)

  실크로드를 답사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석굴이었다. 석굴을 통해서 당시의 삶과 문화를 석불이나 벽화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서안의 병마용을 찾았다. 그곳은 진시 황릉을 지키는 흙 속에 감추어진 근위 군단으로 진시황의 불로장생을 꿈꾸었던 것으로 보인다. 황제는 불로장생을 위해 발버둥 쳤지만 오십을 넘기지 못했다. 그곳을 둘러보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으며, 그렇다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곰곰이 되뇌게 했다.

  난주의 병렬사 석굴로 갔다. 중국의 어머니 강이라 불리는 황하강 기슭의 유가협댐에서 보트를 타고 시속 40마일의 속력으로 물살을 가르며 한 시간을 갔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새겨진 석굴의 불상은 200여 개이며 높이 27미터인 마애석각대불은 당나라 때 것이다. 그 외에 산의 절벽에 새집처럼 불상을 모시는 감실이 십만 개로 장관을 이루었다. 내 마음의 불상은 어디에 있을까 더듬어 보기도 했다.

  돈황의 막고굴에 갔다. 굴은 명사 산 동쪽 끝자락 절벽에 위치하고 있었다. 366년 로춘이라는 스님에 의해 개착했다. 벽화가 그려진 곳만 해도 490여 개나 되었다. ‘자연 박물관’으로 규모가 엄청났다. 우리의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도 여기에서 발굴되었다고 했다. 오늘날 그 시대의 석굴을 볼 수 있는 것은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날씨와 불교 세력의 보호를 받았으며 이 또한 실크로드에 기인한다. 14세기까지 찬란했던 실크로드도 이슬람의 진출로 허물어져 갔으며 또한 불교문화도 시들게 되었다.

  또 한 곳은 위진 벽화 묘이다. 천 개의 묘 중 3기가 발굴되어 그중 한 개를 개방하고 있었다. 지하 계단으로 20여 미터 내려갔다. 그곳은 전실, 객실, 후실로 구분되어 있었다. 전실은 주방으로 사용했으며 객실은 손님을 맞았다. 후실은 시신을 안치하는 방이었다. 당시의 생활상을 벽화로 섬세히 나타내고 있었다. 이러한 석굴이나 무덤의 벽화나 상을 통해 당시 삶의 문화를 더듬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실크로드의 답사를 통해 그들 삶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인간의 삶과 죽음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 한 알 작은 밀알이 죽어 많은 열매를 맺듯 죽음으로 자손을 통해 문화와 전통이 계승되고 전승하여 세세 영원히 이어짐을 실크로드를 통해 알게 되었다. 끝.

[魯村]

수고하였습니다
오래 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조영길 이사장님 이은희 사무처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건강도 꼭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견향]

돌이 풍화작용으로 모래가되고 거기서 염색채가 띈다는것이 신기하내요
사막에서 물을 만난다는것도 얼마나 반가웟겠나 싶구요
진시왕이 불로 장생을 꿈꾸어 왓던곳이라니 그안에서 얼마나 호사스런 생활이였음을 느껴지내요
그 나라에 삶에 문화를 다녀오신 기행문에서 많은것을 느끼면서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