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번쩍 빛나는 황금빛 색소폰을 든 모습에서 위용이 넘쳐난다. 색소폰 연주를 통해 이웃사촌과 정을 나누고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이들, '화곡푸르지오아파트 색소폰 동호회'를 만났다.
마을IN_ 화곡푸르지오아파트 색소폰 동호회
회원들은 자신의 색소폰 연주가 지치고 힘든 이웃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소망한다.
◇색소폰과 '뗄 수 없는 인연' 맺은 주민들
풍성한 음량의 색소폰 선율에 점령당한 이곳은 '화곡푸르지오아파트 색소폰 동호회'가 연습실로 사용하는 강서구 화곡동의 한 음악실이다. 연주가 한창인 곡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는 가수 진성의 '안동역에서'다. 가사 없이 색소폰 선율로만 감상해도 노래가 품은 애절함이 가슴에 와 닿았다.
푸르지오 색소폰 동호회(이하 동호회)는 지난 2012년 결성됐다. 처음엔 화곡동 푸르지오아파트 주민 동호회로 시작했는데 지난해 초부터 문호를 열어 지금은 여러 동네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의 나이는 4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나이는 물론이고 주부, 교사, 은행원 등 직업도 각양각색인 주민들이 색소폰을 통해 하나가 되고 있다.
폐활량이 큰 남자도 불기 어렵다는 색소폰, 하지만 동호회에는 3명의 여성 회원도 활동 중이다. 살림에 파묻혀 지내던 김종임(59)씨가 색소폰이라는 새 친구를 사귄 건 이제 3개월째. 그는 "연주 기법이 복잡한데다 운지법도 어려워 아직 헤매고 있다"면서도 "색소폰 연주에 빠져들어 감상하다보면 다시금 용기를 얻게 돼 아무래도 뗄 수 없는 인연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삶의 의미 돌아보고 건강도 챙기고
전옥화(54)씨는 지난 10월 구청장배 제1회 색소폰 연주대회에 출전, 자신의 애창곡인 '여러분'을 연주해 주민들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내며 '열정상'을 수상한 장본인이다. 매주 빠짐없이 연습실에 나와 실력을 닦고 있어 '무섭게 실력 상승 중'이란 게 회원들의 평가다. 전씨는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하게 됐고 다니는 수영장에서도 물속에서 30초를 버틸 정도로 폐 기능이 좋아졌다"고 했다. 현직 은행지점장인 김향룡(56)씨는 며칠 전 직원 생일에 색소폰 연주 선물을 해 줬단다. 그는 "'겨울아이'를 색소폰 연주로 들려줬더니 상상외로 모두가 기뻐해 오히려 부끄러웠다"며 "만년에 악기 하나 취미 삼을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좋은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활동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회원들에게 색소폰은 단순한 악기를 넘어 삶을 되돌아보고 설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는, 그런 삶의 자세를 자주 생각하게 됐다는 게 회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동네 경로당, 복지관 찾아 위문 공연도
회원들은 일주일에 두 번, 4시간씩 모여 연습에 매진한다. 월말에는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뽐낸다. 동호회의 '향상음악회'로 불리는 이날에는 지도강사가 지정한 곡을 회원들 앞에서 연주해야 한다. 회원들의 말에 따르면 황의정(47), 권영겸(56)씨는 '케니 지(Kenny G)가 울고 갈' 실력을 갖춘 색소폰 고수들이다. 이 두 사람의 연주를 마음껏 감상하고 연주법을 배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회원들은 향상음악회를 빼먹는 법이 없단다. 동호회는 그간 복지관과 경로당을 찾아가 위문 공연을 펼치고 연말이면 조촐한 음악회를 여는 등 활동을 이어왔다. 공연 때에는 간식거리를 준비하고 안마를 해주는 등 동네 어르신들의 좋은 벗이 돼주고 있다.
"공연 봉사에 뜻을 둔 만큼 부지런히 연습해야죠. 음악실에 칸칸이 개인 연습실을 갖추고 앰프 등 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것도 더 좋은 연주를 들려드리고자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동호회를 이끄는 안상열(63) 회장의 설명이다. 동호회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함께 연주와 봉사활동에 참여할 열정 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미처 색소폰을 마련하지 못한 신입 회원을 위해 여분의 색소폰도 마련해뒀다. 동호회 관련 문의는 안 회장의 휴대전화(010-2224-2505)로 하면 된다.
첫댓글 멋 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