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3성 요릿집을 아십니까?
이 중국음식점을 소개할 것인가 여부를 놓고 적잖게 고민했다. 장점은 하나. 맛에 비해 믿을 수 없이 저렴한 가격. 단점은 여럿이다. 우선 한글 메뉴가 없다. 100여 가지 요리가 모두 중국어로 적혀 있다. 둘, 대한민국 중국요릿집 평균 수준을 하회하는 인테리어와 청결도. 셋, 한국형 중국집 대표메뉴 자장면·짬뽕도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약점을 능가하는 압도적인 장점이 결심을 하게 했다.
서울 신대방동 동북 선미반점(東北 鮮味飯店). 하얼빈 출신의 중국 동포 2세인 전정화(46)씨가 9년 전 문을 연 이 식당은, 거창하게 비유하자면 '동북3성(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 맛집이다. 이 집을 추천한 호방한 성격의 대학 선배는 선미반점을 '고구려 요릿집'이라 불렀는데, 동북 3성이 예전 고구려 영토와 일치하기 때문이란다.
-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양고기 볶음(蔥爆羊肉), 탕수육(鍋爆肉), 순대 / 영상미디어 유창우기자
우선 추천하고 싶은 요리는 양고기 볶음. 중국어 메뉴엔 '蔥爆羊肉(총바오양로우)'라고 적혀 있지만, 그냥 한국어로 양고기 볶음을 내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5분 내에 볶아온다. 양 특유의 냄새는 물론 잡냄새도 거의 없다. 푸른 파와 붉은 고추가 양 볶음과 적당한 비율로 섞여 시각적으로도 단정하다. 한 접시 1만3000원. 한국식 탕수육에 질린 당신이라면, 이 집의 '鍋爆肉(궈바오로우)'를 맛볼 일이다. 얇게 썬 돼지고기에 찹쌀 반죽을 입혀 튀겼는데, 부드러운 속과 바삭한 겉의 식감에 탄성이 절로 난다. '탕수육'하면 된다. 1만2000원.
하나 더 추천하자면 '위샹로우스(魚香肉絲)'. 돼지고기를 가늘게 썰어 버섯, 죽순, 잘게 썬 파, 생강 등을 넣어 볶았는데, 달콤새콤한 맛이 매력적. 1만2000원. 여기에 찹쌀과 선지로 빼곡하게 속을 채운 이 집 특유의 순대와 찻물에 삶은 계란은 무료 서비스. 식사는 볶음밥(3000원), 온면·냉면(4000원), 물만두(20개 4000원)를 주로 먹는다. 산둥 명주인 백주 '원덩슈에(文登學·1만원)' 역시 뒤로 갈수록 맑은 맛으로 흥을 더한다.
한국인이 부담스러워하는 저임금 노동력을 중국 동포들이 대체하면서, 신대방·가리봉 등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적게 드는 서울 서남권은 이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지 오래다. 동포들이 차린 식당도 제법 된다. 선미반점은 그 중 먼저 생긴 집 중의 하나다. 덕분에 한국인들도 비행기 탈 필요 없이 맛있고 저렴한 동북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주인 전씨는 "오는 19일이면 정확히 개업 9주년"이라며 "동포·한국 분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식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국어로 말했다. 바로 앞 점포까지 두 식당이 같은 집이다. 연중무휴.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 추석연휴에도 정상 영업한다. (02)836-8676
맛 ★★★☆
분위기 ★
서비스 ★★
만족도 ★★★☆
(별 다섯 개 만점)
첫댓글 함 가봐야겠어요...ㅎ
어디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