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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월초등학교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송현실(4회)
일요일 새벽 4시, 편안한 상태로 단잠을 자야할 일요일 새벽에 방해요인도 없었는데 잠이 깼다. ‘덥구나’라는 느낌에 방을 나와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아직 덜 깬 잠결에 털썩 주저앉아 눈을 반쯤 뜬 채 찬바람을 쏘이고 있었다. 창으로 스며들어오는 바깥의 조명이 희미하게 ‘내일은 어디를 가볼까?’하던 어제 잠들기 전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시계바퀴처럼 규칙적으로 돌아가던 매일의 일상이 단조로움을 느끼게 했었을 것이다. ‘갈까? 말까? 일찍 일어나면 가고 아니면 말자’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었다. 한참의 망설임을 떨치고 잠의 유혹을 포기하기로 작정하고는 곤하게 잠들어 있던 아이를 깨웠다. “인준아, 마니산 갈래?” 아이가 잠결에 머리를 흔들며 가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을 하자 옆에 있던 아내가 거들었다. “잠자는 애한테 갈래하고 물으면 간다고 하겠어? 그냥 가자고 말해봐” “야 인준아 마니산 가자. 얼른 일어나” 말을 하며 몸을 흔들자 아이가 힘겹게 몸을 뒤척이며 일어났다. “거 봐. 내 말이 맞잖아...” 모처럼 파격적으로 출발한 아침 공기가 참으로 상쾌했다.
(자욱한 아침 안개로 마니산 정상은 어렴풋하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강화군 화도면에 위치한 마니산. 마리산(摩利山)·마루산·두악산(頭嶽山)이라고도 하며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해발고도 469.4m의 산으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기암괴석과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근교를 찾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의 정상에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참성단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아직도 개천절에 제례를 올리고 전국체육대회 때에는 성화를 채화하기도 한다.
(앞에 보이는 돌로 쌓아진 곳이 참성단입니다.) 마니산은 만물생성의 기원이 되는 힘이며 몸과 마음에 생명력과 활기를 돋게 하는 전국 제일의 생기처(生氣處)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 주간조선에서도 보도한 것을 본 적이 있지만 전국의 몇 안 되는 생기처 중 가장 으뜸인 곳으로 기(氣)전문가들이 인정한 민족의 기를 발산하고 있는 곳이다. 전문가들이 지기(地氣)탐지기를 이용하여 측정한 바에 의하면 다른 곳은 20~30회 정도로 회전하였으나 마니산은 65회나 회전하여 가장 강력한 기를 분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생기처로 지정되어 있는 휴게소에 앉았다 일어서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가뿐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한 번은 찾아보고 직접 체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른 아침길이라 교통에 큰 방해를 받지 않고 마니산 입구에 도착하였다. 카메라를 챙겨들고 차에서 내리니 아침 안개가 자욱한 마니산의 상큼한 공기가 피곤한 몸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기 있는 미소를 띠우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마니산에서 자생하고 있는 산딸나무꽃입니다.)
(단풍나무 씨앗과 꽃이 모두 땅을 향해 피어 있는 이름을 알지 못할 나무입니다.) 잠깐을 올라가니 계곡물이 담겨 있는 자그마한 못이 나타난다. 사진을 한 장 찍을까 했더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오리들이 우리 있는 쪽으로 다가서며 아침인사를 건네 왔다. 오리와 눈인사를 끝내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다 옆에서 들려오는 작은 물소리를 따라 내려갔다. 잠이 부족했던 탓인지 무거운 발걸음을 깨우기 위해 흐르는 물에 손을 담가 다시 세수를 했다. 시원한 물의 기운이 얼굴을 타고 마음까지 전해져 오는 듯 했다.
(등산로 옆으로 보이는 묘지 옆에 붓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삼분의 일 아니면 사분의 일쯤 올라 왔을까? 여기서부터는 숨을 한 번 크게 몰아쉬고 올라가야 한다. 마니산 등산로가 여러 곳 있지만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이곳은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가파른 돌계단으로 되어 있다. 오를 때마다 때로는 세어보기도 했지만 얼마를 안가서는 이내 포기하곤 했는데, 알려진 바로는 1004계단이라고도 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다 정상이 바로 눈앞에 있는 듯한 느낌에 한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쉴 틈을 놓치기가 일쑤이곤 했었다. 아내는 이미 뒤로 쳐져 있고 아이와 둘이 서 가쁜 숨을 돌려가며 올라가고 있었다.
사실 오늘 잠을 물리치며 마니산을 찾았던 이유가운데 하나는 산을 오르다 지칠 때 숨을 몰아쉬며 바라보던, 앞에 훤히 펼쳐지는 푸른 강화도 앞바다를 사진에 담아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흐린 날씨에다 자욱하게 깔린 아침 안개로 산 앞이 전부 장막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
“인준아, 기억나니? 아빠가 너 세 살 때, 너를 무동 태우고 정상까지 올라갔던 거 생각나?” “예, 생각나요” “그러면 이번에는 네가 나를 태우고 올라가라...”
아이가 세 살 때였으니 그 후로 13년 만에 다시 찾은 마니산이었다. 생활에 쫓기다보니 가족들과의 어울림이 그렇게 드물 수밖에는 없었는가 보다. 그 때 찍어 놓았던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도 당시를 기억하고 있게 되었을 것이다. 마음과 같지 않게 다리를 한 걸음 한 걸음 올려놓는 것이 힘들어 갔다. 그래도 “으쌰 으쌰”를 연발해가며 계속 올라갔다.
숨이 턱에까지 올라오며 시원한 물 한 잔이 간절해질 때, 참성단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 가보니 애석하게도 주변에는 철책이 둘러쳐져 있었다. 등산객들과 무속인들로 인해 훼손되어 가던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참성단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안내판이 앞에 걸려 있었다. 정상으로 솟구쳐 오르는 안개를 사진에 담아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산을 막론하고 매번 느끼는 마음이었지만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보다는 아래를 내려다보는, 다른 풍경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 땀을 흘리게 되는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었다. 그만큼 지배한다는 것보다 눈 아래의 모든 것을 바라보며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편안함이 어렵게 산을 오르는 즐거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산을 내려오면서의 발걸음이 오를 때만큼이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내려오다 중간에서 만난 아내는 콧바람을 휘날리며 상큼하게 내려가고 있었다. 첫 아이를 임신한 8개월째에도 그 몸을 이끌고 거뜬히 도봉산을 올랐던 사람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강화군에서 준비한 야생화 전시장에 들러 많은 예쁜 꽃들을 정성스럽게 사진에 담아놓기도 했다. 단잠의 유혹을 쫓아내고 나섰던 시간을 통해 모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