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동부 도서관> 시창작 강사/ 한영채
1. 나의 소원/최태득
2. 민들레 꽃씨/조명옥
3. 동부도서관/김순득*
4. 그날 이후/김순득
5. 내가 제일 잘한 일/정숙여*
6. 동부 도서관/정숙여
7. 좋은 날/ 강윤자
8. 슬픈 하루 /위문자*
9. 내 나이 칠십/위문자
10. 욕심이 난다/ 고옥분
11. 힘을 낸다/ 김영자
12. 식물을 좋아하는 나/이순자
13. 친구/김미자*
14. 공부/김미자
15. 세월/노춘순
16. 시 창작 교실/조병생
17. 시 창작 시간/고옥분
18. 소원/정상덕
19. 꽃/이막내
20. 마루 아래 병/전선자
*두 편
나의 소원/최태득
나 어릴 적
언니가 학교 가라고 할 때
왜 안 갔는지 이제 후회가 된다
내 나이 83세
이제 공부한다고
캄캄한 눈을 자꾸 비빈다
손녀 혜진이가
책도 사주고 응원한다
도서관 오르막을 오를 때
다리가 아프지만
오래오래 공부하는 게
나의 소원이다
민들레 꽃씨/조명옥
민들레가 바람에 날려 씨앗을 뿌린다
사람들은 민들레에 관심이 없지만
꽃씨는 날아서 세상을 구경한다
내 마음 초라하고 힘들 때
노란 민들레를 보면 나도
꽃씨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다
동부도서관/김순득
우리 도서관은
공기 좋고 조용해서 좋다
오늘 시 창작 공부를 한다는데
표현력이 없어 민망하다
동부 도서관 정원엔
꽃도 피고 새도 울고 꽃향기가 날린다
산새들이 우는 소리 너무 좋아
어떻게 표현할지 알 수 없다
하루하루 공부하면
새들처럼 표현되겠지
그날 이후/김순득
멀리 사는 딸이
‘엄마 한글 한번 배워 보실래요?’
식당에 야간 일을 하는 나는
망설이다 접수해 달라고 했다
그날 이후
일 마치면 바로 도서관으로 온다
식당 식구들도 도와주겠다고 빨리 가라고 한다
남편은 이름만 알면 된다고 했지만
이제 나는 이름도 알고 주소도 알고
택배도 혼자 잘 보낸다
내가 제일 잘한 일/정숙여
칠십 년 만에 주름진 손이
연필을 잡았다
공부가 하고 싶어서 공부 방을 찾았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미루었던 일을
이제야 실천하니
장미꽃을 보아도 웃음이 나고
행복하니 좋은 일이 많은 것 같다
아들이 하는 말
엄마 한 일 중에 제일 잘했다고
동부 도서관/정숙여
봄이 오고 꽃이 피니 마음이 즐겁네
꽃 한 송이 피우기가 힘들었을 텐데
아름다운 송이마다 사랑스럽네
봄이 가고 가을 오면 국화도 피겠지
떨어지는 벚꽃이 겨울 눈송이 같은
동부 도서관 아름다운 정원이 있네
좋은 날/ 강윤자
아이들 공부시킬 때
고생이라 생각했는데
참고 지내고 보니 이런 날도 오네
동부 도서관 공부하러 오는 날
늦은 공부가 창피했지만
며느리는 연필 사 주고 딸은 접수해 주고
고생한 원망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음 비우고 공부하니
세상이 아름답구나
이제 살맛이 난다
슬픈 하루 /위문자
나는 친구하고 등산을 가는데
뻐꾹새가 슬프게 울어서 나도 슬펐다
오다 보니 소나무가 속이 비어 있었다
소나무한테 말했다
‘누가 속을 섞이냐’
소나무는 말이 없다
나는 공부를 못해서 속상하다
욕심이 난다/ 고옥분
동부 도서관에 오니
글자도 배우고 친구도 생겨 좋다
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것 같아서
마음처럼 글자가 잘 안돼
속상하다
읽을 수만 있어도 좋겠다 싶었는데
자꾸만 예쁜 글씨에
욕심이 생긴다
힘을 낸다/ 김영자
나는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온다
몸이 아파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도서관 언덕을 오를 때
또 힘을 낸다
코로나 사라지고 어서 공부했으면 좋겠다
내 나이 칠십/위문자
동생이 많아서
공부 못한 나는 엄마를 원망했다
이제 칠십에 공부하니
자꾸 잊어버리고
들어도 잊어버리고
내 이름을 쓸 수 있을까 했는데
길거리 간판도 읽고
친구도 만나고
글자 하나씩 알아가는 게
지금이 참 좋다
식물을 좋아하는 나/이순자
나는 식물을 좋아한다
꽃씨를 뿌리면 새싹이 쏙 올라온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올라오는
새싹은, 세상이 환해진다
예쁜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예쁘다
학교에 오면 친구들이 많아서 좋다
나이 들수록 눈은 캄캄해지지만
친구가 있어 부자가 된 것 같다
그래서 학교가 좋다
예쁜 꽃을 가꾸는 것처럼
학교엔 친구들이 꽃처럼 예쁘다
친구/김미자
오랜만에 도서관에 와서
친구들을 보니 즐겁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이 걱정스럽지만
학교에 오면 걱정도 잊어진다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자고 친구와 약속하고
자주 만나면 좋겠다고 약속했다
세월/노춘순
언제 이 나이가 되었는지
살아온 생이 길고도 짧다
이 나이가 되어도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행복하다
학교엔 친구들이 와 있다
친구들도 나도 마음이 설렌다
시 창작 교실/조병생
어젯밤 병실에서 끙끙 앓았는데
도서관 수업 있는 날
새벽에 병실을 나왔다
오늘은 시 창작 수업이라고 한다
선생님이 가슴에 있는 말을 꺼내라는데
나는 가슴이 답답하고 캄캄하다
할 말은 많은 것 같은데
무엇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새벽에 수업받으려고 나온
나의 열정을 시라고 표현하면 안 될까
공부/김미자
세상이 답답했다
글을 배우고 싶었다
요양 선생님 소개로 도서관에 왔더니
친구도 많고 글자 공부를 하니
아픈 머리도 나아지는 것 같다
글을 배운다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
나는 행운아다
시 창작 시간/고옥분
시 창작 시간이다
마음이 두근두근하다
무엇을 쓸까 생각나지 않는다
꽃처럼 예쁜 글씨로 쓰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된다
선생님이 위로한다
꽃을 그리듯이 표현하세요
어떻게 꽃을 그릴까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꽃으로 표현하면 좋겠다
소원/정상덕
어느 날부터 손이 떨린다
글자를 쓸 수가 없다
젊은 시절 마음대로 하던 손짓이
이제 글을 쓸 수가 없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 도서관에 온다
새벽에 혼자 글을 써보다가
조금이라도 되는 날에는
기분이 좋은 날이다
친구가 있는 도서관에서
글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꽃/이막내
산에는 산꽃이 들에는 들꽃이
보이지 않는 곳에도
하얗게 피었네
공부 시작하는 날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힘든 일 지나고
이제 공부하는 삶
나에게도 꽃이 피었네
마루 아래 병/전선자
어릴 때 마루 아래 병 하나 있었네
둥근 그 병이 생각이 나네
시를 짓는데 왜 그 생각이 나는지
간장병인지 술병인지 둥근 병이
그리고 생각나지 않는다
마루 아래 작은 병
작은 어머니가 도움을 줬다면
시를 잘 지을 수 있을까
카페 게시글
시화 원고
2021년 <동부 도서관>한글 학교 시화 만들기
은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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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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