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출발이 그리 가볍지는 않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런닝을 못했다는 압박감이...
출근길에 옷가지를 챙겨 차에 싣고 마음을 다져본다.
'오늘은 꼭 봉실산을 뛰어야지!'
하지만 낮동안에 좀처럼 짬이 나지 않는다.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드디어...!
시간이 촉박하지만 강행 강행!!
사무실에서 입은 옷 그대로 내려와 차에서 노가다 코팅장갑만 챙기고 뛰어서 봉실산 입구로~
예전에는 산길 입구까지 차를 가지고 갔었는데, 워밍업 조깅으로 몸도 풀어야 되겠고, 또 주변 사람들의 눈에 표나지 않기 위해선 이 방법이 최선.
신발이 칸투칸의 초경량등산화인데 아무리 가볍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길에서 뛰는덴 런닝화에 못미친다.
쏠라파크를 돌고 국도를 건너 등산로 입구에 다다르니 7분이 소요되었는데, 바로 스톱워치를 누르고 산길로 뛰어 올라야 된다는 계획과 달리 몸이 적신호를 보내온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화장지 한조각을 주워서 산숲으로 들어가 밀어내기 볼일을 보고 다시 출발선에 선다.
휴~이게 도대체 얼마만이냐?
그건 그렇고 도대체 뛸 수나 있을까?
걱정스런 마음을 가득안고 급경사 오르막을 뛰어오르는데 ...
아니나 다를까, 겨우 첫입구 무덤을 지나고 새로 운동기구를 놓은 지점에서 더이상 달리는 폼을 유지하지 못하고 걷기모드로 바뀌고 만다.
그러면서도 숨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게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전해온다.
이게 바로 지옥체험이랑게!
당장 얄팍한 타협이 수십갈래로 전해져 온다.
그냥 이쯤에서
능선까지만
옥녀봉까지만 ...
능선을 앞둔 무덤 시간체크 기점에서 스톱워치를 보니 4'50"를 지나고 있다.
예전에 뛰어올랐을때 4분대 초반에서 왔다갔다 했었으니 늦은건 당연하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많이 늦은기록은 아니라 한시름 놓는다.
오늘은 첫번째 기준을 만드는 것이니까, 죽으나 사나 하여간 가는데까지 가보자!
'시간도 많이 지났고 여건도 그런데 옥녀봉까지만...' 마음속에선 끊임없이 유혹이 전해져 오고 다리는 헛깨비처럼 힘이 빠져 도저히 왕복완주를 하기가 힘들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와중에 옥녀봉 오르막을 만나고 여기서 또 걷기모드로 겔겔겔
옥녀봉 꼭데기에서 시간을 보니 12'55"(총18:45)
이 정도라면 정상까지 구간기록을 11분대로만 가면 1시간 이내로 왕복하는게 가능할 것 같다.
1시간 이내에만 주파할 수 있으면 정말 힘이 될 것 같다는 희망을 안고 정상을 향해 발길을 던진다.
정상까지 가는길에도 봉우리 두 개에서 헤매고 걷고...어이구야!
10'57"에 봉실산 정상에 도착했으니 목표는 달성했다.
[전반 29:42]
돌아가는 길은 옥녀봉만 힘들 뿐 나머지는 계속 달릴수가 있으니...힘을 내서...
정상~옥녀봉 9'38"
옥녀봉~능선무덤 10'10"
능선무덤~출발점 3'19" (옥녀봉~하산 13:29)
[후반 23:07]
이렇게 해서 놀랍게도 52:49로 봉실산을 완주.
이 정도면 첫기록 치고는 대단한 성과가 아닌가 싶어 한껏 고무되었다.
하지만 기록을 정리하면서 예전의 기록과 비교해보니 큼직한 문제가 발견된다.
봉실산의 정상이 예전의 그곳이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
요전에 직원들과 가봤을때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예전에 늘 뛰던 맨끝의 봉우리가 정상이 아니고 그 앞의 봉우리가 더 높은 정상이라며 거기다가 정상팻말을 해놨기 때문에 오늘 산악달리기는 거기에서 반환하게 된 것.
당연히 예전보다 더 짧은 거리를 뛴 것이다.
(산길 초입)
(출발전에 마음을 다지고 인증샷)
옥녀봉에서 다시 인증샷, 뒷편에 보이는 봉우리 중에 맨 끝까지 가야 되는데...쩝!
여기가 문제의 정상, 썪을...웬놈의 표시판을 세워두고...
이러니 감쪽같이 속을수밖에
예전의 기록을 구간별로 살펴보니 옥녀봉에서 정상(예전의 맨끝봉)까지 이번의 기록보다 1'30"에서 2'00"까지 더 소요되었다.
그것을 가산해서 예상한다면 56분대는 될 것 같은데...!
뭐 그 정도도 아주 훌륭한 기록임엔 틀림이 없네!
이렇게 해서 좋다가, 놀랍다가, 희망을 가진 봉실산 달리기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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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엔 온통 젖은 옷을 입고 차를 몰려니 불편하기 이를데 없다.
정작 챙겨간 옷가지는 입지도 못한채 차에만 놔두고...
도체육회관 헬스장에 들러 웨이트와 고정자전거, 그리고 지난주와 같은 강도로 복근운동을 한 다음 새옷으로 갈아입고 귀가.
헬스장에서 몸무게가 65.0kg이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집에가서 재보니 65.7Kg을 가리킨다.
아무것도 먹는 것이 없이 그대로이니 두 저울간에 공차가 큰가보다.
어떤놈이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