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향기/춘천교구 스무숲성당 김근화 마리아
“순명하는 삶은 행복합니다”
손윤옥 안나 춘천 Re. 명예기자
노년향기1-춘천교구 스무숲성당 앞뜰 정원은 초여름 싱그러움이 가득하고 따사로운 햇볕을 가려 주는 신록의 푸르름, 꽃향기, 바람소리는 옷깃을 붙잡아 발길을 멈추게 한다. 널찍한 바위들이 신자들에게 자리를 제공하고 휴식처가 되어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리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눈앞에 성모님이 웃으시며 반기신다.
오늘 만나는 김근화 자매님은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녀로 칠십 초반의 골드 골드 영원한 골드 미스이시다.
본당에 초상이나 교우 연도를 바치고 오는 길이라는 김근화 마리아 자매님을 창조주의 모후 단장님(유연화 엘리사벳)으로부터 소개 받고 예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단장님께서 기자를 소개해주니 “저는 순명하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하고 말씀하신다.
“제가요 레지오 단장을 하던 시절이 있습니다. 간부가 없어 너무나 힘들었고 어렵게 뽑아 놓아도 또 하지 못할 이유가 생겨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 결심 했죠. 하느님 안에서 나의 삶은 ‘네’ 그리고 ‘순명’입니다.”
김근화 마리아 자매님의 좌우명이 된 순명하는 삶은 이때 생겼다고 한다.
어머니의 유품, 영원한 도움의 기적의 패
자매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니 자매님이 예수님을 만나 섬기게 됨은 마치 운명과도 같다는 느낌은 들었다.
“신자이신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고, 신자도 아닌 아버님께서 어머니의 유품을 간직하고 계시다 재혼을 하면서 저에게 주신 영원한 도움의 기적의 패는 제 삶에 큰 감동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전라남도 보성으로 이사를 갔는데 그곳에는 공소가 있었습니다. 저는 신자도 아니면서 열심히 미사에 참여하고 새벽 미사도 하고,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고상을 바라보면서 피 흘리며 아파하실 예수님을 상상하면 얼마나 아프실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 어린 시절은 제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예수님과 만나는 관상의 세계였습니다.”
공소가 성당으로 승격되면서 정식으로 교리를 시작하여 1955년 5월29일 영세를 받고 김근화 마리아는 신자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동생 둘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외톨이가 되어 작은 아버지 댁에서 자랐습니다. 20살이 되던 해에 인보성체수녀원 창시자 윤을수 라오렌시오 신부님의 추천으로 벨기에 수녀원에 입문하기 위하여 고국을 떠났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향수병에 걸려 수도자의 꿈을 접었습니다.”노년향기2-
이후 자매님은 친구와 함께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 토마 주교님을 찾아뵙고 그 만남이 계기가 되어 강원도 횡계공소의 공소장이 되었다고 한다.
횡계는 무척이나 추운 대관령과 지척이었고, 겨울이면 신발창이 땅에 얼어붙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춥고 힘들었지만 옆에 있던 대관령 축산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교리를 가르쳤던 일은 아직도 자매님의 기억 속에 참으로 큰 즐거움으로 남아있다.
너무나 추운 곳이라 건강이 나빠져 강릉 갈바리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춘천으로 나오게 된 자매님은 그 당시 박 토마 주교님께서 강력하게 추진하시던 ‘행복한 가정’ 교육을 받고 교육원에서 기거하며 착한 목자 수녀님들을 도와 활동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도 가고 모든 것은 흘러가고 잊히고 또 새로운 것을 찾아 순명하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인지라 저는 효자동성당에 적을 두고 평신도로서 성가대도 열심히 했고 또 레지오 활동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젊었고 밥 차려줄 남편도, 챙겨야 할 자식도 없으니 저는 오로지 예수님 안에서 살았습니다.”
특히 같은 교우 중 아들이 군대를 가고 노모가 홀로 지내시다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답니다.
“어려운 시절이라 궁리 끝에 장례사를 하는 신자를 찾아가 사정 이야기를 하고, 수의를 얻어와 입히고 곱게 장례를 치러드린 일은 오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택하셨으니 즐겁게 최선 다해
마리아 자매님은 스무숲성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현재 제4대 성체 회장을 맡고 있는데 성당 건축을 시작하던 당시 전 신자가 2~3시에 고리기도를 하였다. 지금도 매주 목요일 11-12시 성체 조배와 현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자매님은 효자동성당에서 스무숲성당으로 이사 오면서 레지오 단장을 거쳐 7구역장을 맡고 있다. 신자 100여 가구에 냉담자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3개 반에 반장이 없어서 통?반장을 다 하다 보니 자매님의 마음은 항상 바쁘다. 힘들만도 하시건만 “하느님께서 저를 택하셨으니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자신의 경험을 말씀해 주신다.
“할 일이 많아요. 주보를 전달하고 봉성체 할 분을 방문해야하고, 전입자들도 찾아봐야 합니다. 전입자가 오면 주보에 기재되고 기타 시간에 신부님께서 반장님들께 꼭 방문을 하라고 합니다. 전입자에게 전화를 하거나 방문을 하면 돌아오는 마음이 쓸쓸합니다. 그래서 어렵고 하기 싫다는 유혹에도 빠지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럴 때 마다 제게 산소 같은 행복을 주시고 격려도 잊지 않으십니다. 얼마 전 전입자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형제님께서 받으시고 자매님께서 전화를 주셨지요. ‘반모임을 하고 있으니 오세요’ 라고 했더니 ‘네’ 하고 오셨어요. 내친김에 ‘반장도 좀 해주실 수 있어요?’ 하고 부탁하니 ‘네, 할게요’ 합니다. 금방은 아니지만 한다고 하니 감사하죠.”
“저는 아무것도 걱정을 안 하고 삽니다. 하느님 은총 속에 내게 주어진 삶 속에서 새털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예수님을 모시고 예수님 뜻 안에서 살아갑니다. 칠십을 넘긴 나이지만 아직은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살고 있으니 어느 누가 제게 무엇을 하라고 하면 저는 ‘네’ 하고 순명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오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순수하고도 뜨거운 열정으로 예수님을 마음에 모신 그 신심은 언제나 향기가 납니다. 혼자가 아니어서 외롭지 않은 골드 미스 김근화 마리아 자매님, 순명의 아름다운 향기를 널리 펼치고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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