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힐링로드 83 경주역
기차역으로 가는 사람들의 이유는 두 가지다. 떠나기 위한, 다시 돌아오기 위함이다. 만남 또는 이별을 준비하는 발걸음이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경주역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100년의 역사를 가진 오래된 역사다. 그만큼 많은 이별과 만남이 이루어진 역사 현장이다.
경주역은 이제 이별과 만남의 장소로만 국한되기에는 너무 많은 콘텐츠를 품고 있다. 일제강점기 신사참배가 이루어지던 흔적, 그보다 훨씬 오래전 신라시대 석탑도 시간의 그림자를 조각하고 있다.

최근 철길에 달라붙은 장애인을 구조하려다 유명을 달리하게 된 경찰관의 흉상, 누구나 문화공연과 행사를 할 수 있는 무대와 광장, 황남빵과 카페 등이 오늘도 만남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사랑의 열쇠고리 걸기, 곰돌이 기념촬영 체험 등의 이벤트와 역사문화 답사의 장으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기도 하다.
경주역 주변에는 또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 널려 있다. 없는 것이 없는 경주전통시장의 대명사 웃시장, 형산강으로 이어지는 뻥 뚫린 중앙로를 따라 형성된 종합상가, 만파식적보존회, 최근 복원된 경주읍성과 문화원 등이 경주역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힐링의 무한한 자산이다.

◆100년의 역사
경주역은 일제강점기 1918년 11월1일에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해 2018년 11월 꼭 100년을 넘긴 유서깊은 역사다. 처음 경주역사는 현재 서라벌문화회관이 있는 곳에 세워졌다. 현재 경주역사는 역시 일제강점기인 1936년 12월 선로 개량과 함께 신축역사로 준공됐다.
경주역은 청량리까지 이어지는 중앙선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또 포항에서 부산진역으로 이어지는 동해남부선의 중간역이기도 하다. 중앙선 청량리에서 383㎞, 동해남부선 부산진역 기점 112㎞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중요한 역이다.
경주역은 평일 하루 2천500여명, 주말에는 5천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의 관문으로 기능하고 있다.
경주역사는 들어서면 나지막하게 만만하면서 편안한 기분이 드는 1층 단층 건물이다. 주차장은 옆과 뒤쪽에 넓은 부지를 확보하고 있고, 정면은 넓은 광장이 평소에는 텅텅 비어 있다. 역 광장은 정치문화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벌어지는 시민들의 공간이다. 계절별로 크리스마스트리, 석탄일 종탑, 이웃돕기성금을 홍보하는 사랑의 온도탑 등이 광장의 입구에 등대처럼 세워진다.
경주역 광장에서 서편의 형산강까지 약 2㎞의 중앙로가 4차선으로 뻥 뚫려 있고, 양편에 상가가 조성되어 있다. 특히 아랫시장과 웃시장으로 불리는 중앙시장과 성동시장이 경주전통재래시장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남 대표적인 전통시장의 명맥을 잇고 있다.
경주역을 나서면 경주읍성, 대릉원, 첨성대, 월성, 계림, 황룡사와 분황사 등의 역사문화유적이 바로 코앞이다. 걸어서도, 자전거를 빌려타고 편안하게 역사도시를 둘러보는 출발점이 된다.
경주역이 경주의 가장 핵심적인 도심에 앉아 있는 샘이다. 때문에 경주역은 기차를 이용하려는 승객뿐 아니라 시민들의 만남의 장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내부에 카페가 있고, 황남빵과 경주빵을 판매하는 점포가 입점해 있다.
경주의 명물을 소개하는 안내간판도 눈길을 끈다. 경주의 3기8괴를 설명하는 입간판,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주역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사진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경주역이 유치원과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까지 체험교육의 장으로도 훌륭하게 평가되는 점이다.
◆문화관광자원으로 경주의 명물

경주역은 경주를 대표하는 하나의 명물이다. 신라시대 삼층석탑과 최근 세워진 이기태 경감의 흉상, 100년을 자랑하는 역사 등이 문화재적인 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광장: 경주역 광장은 넓기도 하지만 비좁기도 하다. 3.1만세 기념행사, 정치유세 1번지, 천안함 폭격 사진전과 기념행사, 촛불집회, 월드컵 거리응원, 노동자들의 집회 등등 행사란 행사는 모두 경주역 광장에서 이루어지는 듯하다.
-삼층석탑: 경주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화단이 조성되어 있고, 중심에 경주 황오동 삼층석탑이 서있다.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8호로 지정된 신라시대 석탑이다. 경주시 동방동 효공왕릉 부근 장골사자사 터에 무너져 있던 석재를 옮겨 복원한 탑이다. 고려시대 연꽃대좌, 이름 모를 불상 1구도 석탑과 이웃인 듯 함께 문화재로 세워두고 있다.
-이기태 경감 흉상: 이기태 경감은 2015년 10월21일 동해남부선 철로에 누워 있던 장애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열차가 달려오는 순간에도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구조의 손길을 놓지 못해 화물열차와 충돌해 순직했다. 경찰의 날에 보여준 숭고한 애민정신을 기려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되고, 그 뜻을 기려 흉상을 세웠다. 역사 바로 입구에 있다.
-사랑의 자물쇠: 경주역 대합실에서 플랫폼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수많은 연서들이 자물쇠에 고리를 매단 채 펄럭이고 있다. “오늘은 기차로 왔지만 다음엔 내차로 오자”, “사랑하는 현정이와 민성이 2018년 10월18일 다녀가다” 등의 사랑의 증표들이 자물쇠에 잠긴 채 100년의 역사 한 귀퉁이를 장식하고 있다.
-급수탑: 일제강점기 1930년에서 1945년 당시 증기기관차가 많이 운영될 때였다. 당시 기관차 격납과 검수시설 선형기관고와 함께 증기기관차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급수탑이 경주역에 설치되었다. 구름버섯 모양으로 20m 높이에 150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지금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된 낡은 건출물로 그냥 하늘 향해 우뚝 서있을 뿐이다. 일본과 대만, 미국, 캐나다, 독일 등에서 역사의 부속건물들과 함께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어 본보기로 이용될 수도 있다.
-신사참배계단과 소공원: 급수탑 옆에 삼층석탑 모양의 탑이 소공원 안에 조성되어 있다. 일본인들이 신사참배를 목적으로 1927년에 건립했다. 해방 이후 일제의 잔재를 없애고 민족정기 회복과 열차 안전운행을 기원하기 위한 탑으로 1955년 탑모양으로 다시 증축했다. 탑 주변에 벤치를 설치하고 화단을 조성하고 있지만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육교: 성동시장과 경주고등학교로 가는 황오동 골목길을 잇는 200여m 긴 육교가 경주역을 지나는 철길 위를 구름다리처럼 연결돼 있다. 육교 위를 지날 때 열차들이 철커덕철커덕 쇳소리를 내며 지나가면서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길이 된다.
-테니스장: 경주역 주변에는 많은 시설물들이 있다. 기관차를 수리하는 창고, 시설부와 운영부 등의 많은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숙소, 관광안내소, 경주기관차승무사업소를 비롯 산책로와 테니스장 등의 운동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만파식적과 경주읍성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남겨진 이야기만 뒹구는 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낮은 귀를 열고서 살며시 턱을 고인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이야기는 산이 되고/ 우리들에게 버려진 추억들은 나무 되어/ 기적 소리 없는 아침이면 마주하고 노랠 부르네/ 마주 보고 노랠 부르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이야기는 산이 되고/ 우리들에게 버려진 추억들은 나무 되어/ 기적 소리 없는 아침이면 마주하고 노랠 부르네/ 마주 보고 노랠 부르네.“ 이규석이 불러 잘 알려진 기차와 소나무 가사다.
경주역은 많은 기차가 서고, 떠나갔다. 간이역은 아니어도 기차가 지날 때마다 손을 흔드는 소나무도 있고 측백나무도 있다. 대합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만남을 준비하거나 이별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돌아오기도 하지만 떠나기 위해 잠시 경주역에 머물러 있다.
100년을 만남과 이별의 장으로 시민들의 정서를 이어오던 경주역은 2020년이면 문을 닫고 경주 현곡으로 자리를 옮겨 간다. 열차가 오지 않는 경주역은 무엇으로 기능하게 될지 또 다른 기대와 설렘으로 시민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경주역 광장 바로 남쪽에 경주역사와 비슷하게 1층 건물이 숲에 가려진 채 앉아 있다. 만파식적보존연구회 사무실이다. 만파식적 피리를 불면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아픈 사람의 병이 낫기도 한다. 만파식적연구소는 기차가 떠나면서 허공에 날리는 기적소리를 만파식적 피리소리로 들으며 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조선시대는 경주역이 경주읍성 동문과 연접해 가장 붐비는 장소의 하나였다. 2018년 10월에 경주읍성의 동쪽 성벽과 동문 향일문 복원 준공식이 있었다. 태양을 향해 열린 문 위로 한옥 전각이 높고, 남북으로 길게 돌벽돌로 성을 쌓았다.
경주읍성 성벽 주변에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되고, 소공연장이 들어서면 버스킹공연을 비롯 상설공연장으로 기능하게 된다. 경주역 주변에 다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상가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벌써 성 안팎으로 다양한 상가들이 새롭게 단장하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경주역은 그 기능을 잃고 사라지지만 100년의 역사를 지닌 경주역사는 또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나 지역 경제를 일으키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떠나고 돌아오는 인연의 고리 역할과 힐링하는 쉼터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경주역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분주하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경주역도 근대문화재인 것 같습니다.
읽으시느라 고단하셨겠어요. ㅎ
경주역사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답니다. ㅠ
경주...선생님 덕분에 이박 삼일치 코스를 아내에게 선물할 수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긴글 읽으시고요... ㅎ
내년초에 4권 발간하고
경주여행가이드북 1권으로
종합판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하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