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섬의 땅끝에 서있던 우체통이죠. 파도가 겹겹이 보이는곳이 그 유명한 90마일 비치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마찬가지 옛날 이야깁니다. 뭐 별거 아니고 일기식으로 쓴 기행문인데 지루한 느낌도...
2002년 1월 18일 금요일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출발...07시10분쯤. 앞동네 살고있는 꼬마들을 태우고 가다가 기름을 잔뜩 넣고 Motor Way로 들어갔다. 진입도중 뒤창 유리대신 비닐천으로 꽁꽁 동여맨 차가 앞에 가길래 사진을 찍었다. 저걸 한국에서는 백인들의 낭만이나 근검성으로 해석할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돈이 없어서 못 갈아넣고 있는거 같다. 아니면 부속이 부족하니 일본에서 올 때까지 저러고 다니거나...즉, 돈이 없거나 부속이 없거나...
이번 투어는 Bay of Islands하고 북섬 꼭데기 Cape of Reinger를 목표로 삼았다. 베이오브 아일랜드는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만이라는 뜻이고 케잎 오브 레인가는 레인가란 이름의 곶을 이야기하는데 아침에 베이오브 아일랜드의 핵심동네인 Paihia에 이리저리 두가족이 들어갈 수 있는 모텔을 예약을 시도한바 알파부띠끄 모텔이란데서 호의적인 답변을 들어서 거기에 2박을 하기로 하고 하루는 베이오브 아일랜드, 또 하루는 케잎오브 레인가로 가는 관광버스를 타기로 했다.
기름은 디젤로 25불어치를 새로 넣었다. 리터당 60센트쯤 하니 40여리터가 들어갔나 보다. 모터웨이가 금방 끝이나고 국도로 들어섰다. 1번 국도로 쭉 갔다가 카와카와란 동네에서 11번국도로 빠지게 된다. 이 나라는 왕복1차선의 그것도 별로 넓지않은 포장도로에서 제한속도가 100Km이고 동네를 지나치게 될 때만 50Km로 바뀐다. 대부분 그 규정을 지키는 편이다. 50Km라는 계산에는 그 속도면 사람을 치어도 죽지 않는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가 깔려있는 것이다.
오클랜드 위에서는 제일 크다는 왕가레이란 도시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중국사람이 운영하는 Take Way(가져가서 먹는 가게)에서 뉴질랜드 대표음식인 Fish & Chips를 적당히 사서 도로변 공지에서 자리깔고 먹었다.
여기는 한국의 강원도처럼 길이 꾸불꾸불한데가 많다. 풍광도 비슷하고... 오클랜드를 떠나서 오다보면 어디든 비슷한데가 많아서 쉬 질려버린다. 한국처럼 아기자기한 맛이 여긴 없다. 웬통 풀밭에, 목장에, 말에, 양에... 처음엔 좋다가도 자꾸 똑같은게 반복이 되니 그게 그거다.
13시30분즘 파이히아에 도착...예정한 Alfa Boutique Motel을 못찾아서 중심가의 인포메이션센터에 갔더니 위치를 볼펜으로 찍어준다. 사무실에 초인종을 눌렀더니 Wendy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준다. 간이 풀장도 없고 바다도 안보이고 해서 아무래도 방이 있었나 보다. 그래도 여기 관광책자에 괜찮은 모텔로 추천이 된게 친절하고 값이 싸서 그런게 아닌가 한다. 방 하나에 100불씩 방 두 개 이틀치 400불을 지불했다.
늦은 점심으로 한국사람들 맨날 해가는 불고기로 해치우고 중심가로 나가서 Mack Attack이라는 쾌속정을 타고 베이오브 아일랜드를 1시간 반에 걸쳐서 돌았다. 어른 60불, 애들 30불. 훼밀리 요금을 적용해서 10퍼센트 디스카운트... 약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길가에서 커피사먹고 앉아서 놀았다. 해니가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콘부스르기를 주니까 참새가 손바닥까지 와서 먹고 간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에 이걸 카메라에 담고 그랬다.
작은 시내에 관광마차가 달가닥 거리며 지나간다. 꽤나 사람들이 많다. 북섬에서 여기만큼 많이 사람들이 오는곳도 드문곳이니 만큼 이해가 간다. 중심가의 이름이 Marsden Road인데 웬통 모텔 판이다. 젊은 애들도 많지만 나이든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이윽고 배를 타기위해 우의같은 상하옷에다가 구명조끼를 하나씩 걸치고 부둣가로 나갔다. 시간을 못맞추어서 이 배를 탔지...그러지 않았으면 여기서 러셀이란 바다 건너의 동네로 가는 유람선을 타는건데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한국사람 성미에는 맞는 듯 했다.
34명정도의 정원. 우리 가족하고 영국에서 왔다는 작은 남자, 그리고 인도여자는 안전벨트도 없는 좌석에 앉았다. 일본이나 미국같은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없겠지만 여기는 없는대로 그냥 넘어간다. 안전에 대해서는 그렇게 따지지 않는 것이 우리가 생각했던 서양사회하고 틀린 점이다. 그만큼 여기는 수준이 좀 떨어진다.
총알같이 바다를 달린다. 물보라를 일으키며...그렇게 옷이 젖진 않은데 파도가 없어 그러나보다. 지명대로 섬들이 많다. 어떤 곳에서는 선장이 나와서 마이크로 뭐라뭐라 그런다. 뭐 별거 아닌곳에서도 뭐라뭐라 그러고...이 사람들 모두 한려수도나 울릉도에 갔으면 뿅 가는건데 할 정도로 내눈엔 별로다. 난 이 나라와서 아직까지 와! 대단하다 라고 생각되는 곳을 보질 못했다. 남섬가면 생각이 바뀔지 모르지만 그만큼 한국이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만 깊어간다.
낚시하는 배...꽁무니에 사람태운 튜브를 달아놓고 달리는 보트...유람선... 등등등 그런류의 놀이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우리가 탄 배는 지나간다. 이윽고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 구멍 뚫린, 혹은 굴이 있는 작은 섬에 왔다.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길래 보니까 수면위로 지너르미를 내보인 고기떼가 지나간다. 막대기로 후려치면 몇놈은 잡을거 같은...요건 한국에 없는거다. 하하하
우리 집사람과 애들은 엄청 큰 가오리도 봤다고 한다. 하기사 인구가 얼마 안되는 나라이니 그놈의 고기가 많을수밖에...뉴질랜드 본토의 해안과는 다르게 여기 섬들은 바위로 이루어져서 바위하기(암벽등반)에 좋아 보인다. 열심히 머리속으로 루트를 그리고 있자니 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간간이 비가 내리고 바람을 많이 쏘여 그런지 한기가 있어서 후드를 덮어썼다.
17시30분쯤 내렸다. 모텔로 오는길에 보니 역사적인 건물이 몇 개 보인다. 서양애들이 최초 배를 내린곳이 이곳이고 와이탕기 조약이라고 이곳 원주민인 마오리 추장들과 너희들 영국시민으로 인정할테니 우리가 이 섬을 요리하겠다고 맺은 와이탕기가 이 부근에 있다.
모텔에 와서 주인 아주머니와 같이 Cape reinga가는 버스를 387불에 예약했다. 이것도 10퍼센트 할인한 가격인데 어른 85불, 아이들 44불로 나와있다. 내일 07시20분 출발. 모텔앞에서 타면 된단다. 저녁먹고 일찍 잤다. 한국처럼 고스톱에, 노래방에 술추렴에 신경쓰지 않아서 좋다. 나가봤자 조용할테고...
2002년 1월 19일 토요일 시계를 06시30분에 맞춰 두었다. 어제 먹다 남은 밥에 김치찌개로 나만 아침을 먹고 모텔 앞에서 버스를 탔다. 저 멀리서도 우리처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제시간에 차는 오고 내가 손을 들어도 그냥 지나가던 버스가 주춤주춤 후진을 하더니 할아버지 기사양반 내려와서 뭐라뭐라 그러면서 예약승객 명단을 보여주는데 Jec Kwon이 나와있었다. 우리가 좀 나중에 타는 바람에 뒤에 앉게 되었다. 길이 험하다는데 어이쿠! 또 안전벨트가 없다.
예약된 모텔앞에서 사람들을 한두영씩 태우고...결국 좌석을 다 채우고 출발을 한다. 동양인은 우리말고도 두팀이 더 있었고 와이프로 보이는 백인여자하고 같이 탄 동양인도 하나 있고 그랬다.
조금 있자니 기사양반 대한민국 헤드셋같은 마이크로 호주사람 있느냐?, 미국사람 있느냐? 묻는데 맨 마지막쯤 코리아가 나온다. 우리가 예∼하고 손을 드니 웰컴 투 뉴질랜드라고 답을 해준다. 중간중간 현재 지나가는 곳을 설명도 해주고 웃기는 이야기를 해서 영어권 사람들이 와...하고 웃는데 우리는 알 재간이 없다. 어이구∼...
09시20분쯤 되어 Kauri Kingdom이란데 도착했다. 여기서 아침식사도 가볍게 한단다. 시간을 30분을 준다. 카우리란 이 나라 나무의 이름인데 무지 크다. 영국애들이 초창기에 이런걸 베어내고 목초지를 만든게다. 대단한 자식들...
우린 어제 장을 좀 봤지만 여기 먹을만한 케익도 있고 커피도 있고해서 몇가지를 사먹었다. 우리나라의 최신 휴게소와는 거리가 엄청 먼 그런 곳이지만 변변히 차려놓은데가 없으니 투어버스들은 모두 여기에 오는가 보다. 가게 앞에 카우리 나무로 만든 여러 조각품이 있는데 별거 아닌거 같은데 웬만한건 1,000불이 넘는다. 해니가 10불짜리 키위 인형을 하나샀다.
10시쯤 말로만 듣던 90마일비치에 다다랐다. 바다건너 호주대륙이 있으니 이 바다는 Tasman Sea이다. 특이한게 파도가 한번 부숴지는게 아니라 겹겹이 부숴진 파도가 밀려오는데 예닐곱개는 되는거 같다. 90마일 곱하기 1.4하면 126킬로미터가 나오니 이렇게 해변을 달려서 뉴질랜드 북섬 끝자락으로 가는 것이다.
해변이 단단하니 아무래도 버스가 달리는가 보다. 간간이 파도가 부숴진 해변을 달리니 바닷물이 창문을 때리기도 한다. 버스에 탄 사람들이 연신 사진도 찍고 캠코더도 돌리고 그런다. 수영하는 사람들을 딱 세사람 봤다. 고기잡을려고 그물을 만지는 부부를 한팀 보고... 그냥 자연 그대로...이런게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세계최대의 호텔을 짓는다고 난리쳤을거다. 여기는 그냥 그대로 두는거...만들어 봤자 오지도 않을거고 그럴 마인드도 없고 돈도 없겠지뭐...
해변가 모래둔덕에 버려진 차를 하나 봤다. 누가 여기가지 끌고와서 버렸나?...어느 팜프렛에서 버려진 차가 나와있던데 아마 저 차인거 같다. 버려진 차도 홍보용으로 나올 정도니 정말로 변변한 볼거리 하나 없는 나라다. 이제 지겹다. 가도가도 똑같은 바다에 파도에 해변에...뭐라고 기사할아버지는 계속 떠드는데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듯...
11시 10분쯤 차를 세웠다. 여기서 사진도 찍고 그러나보다. 모두 나가서 바다바람도 맞고 촬영도 하고 그런다. 멀리 모래로 이루어진 동산이 몇 개 보인다. 거긴 숫제 사막이다. 동양인 팀들은 하나는 중국계이고 나머지 한팀은 아가씨들인데 불어를 쓴다. 혹시 프랑스로 입양간 우리 동포가 아닐까?...
이제 Te Paki Stream이란 곳에서 개울을 거슬러 차가 간다. 사람들이 버스 앞에가서 사진을 찍고 그런다. 해변을 달리다가 이제는 개울물이아...뉴질랜드다운 발상이다. 중간에 마찬가지 걸어서 지나가고 있는 일단의 가족을 보았다. 어디가지 갈려나?...
갈대가 만발한 곳도 지나고...이윽고 어느 지점에 차가 서더니 기사양반 모두 나오라고 그러면서 서핑보드같은걸 차의 꽁무니에서 꺼내어서 하나씩 준다. 그러더니 이 할아버지 앞장서서 모래 동산을 올라가서 눈썰매 타듯이 배를 깔고 멋지게 내려간다. 모두들 애들처럼 좋아라하고 모래썰매를 탄다. 도 한 3번정도 탔나보다. 기사 할아버지, 타고 있는 사람들 끄집어 내어서 타게끔 한다. 북치고 장구치고...
다시 출발...개울물 주행이 끝나고 비포장 산길로 들어섰다. 간혹 관광버스가 보일 뿐 일반 승용차는 잘 보이지 않는다. 산을 몇개 넘어서 드디어 이 섬의 북쪽 꼭데기, Cape Reinga에 도착했다. 12시 30분쯤. 등대 하나 있는곳이지만 끝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대단하다. 한국의 끝에도 안가본 내가 여기서 왜 이곳을 고집했는가?...좌측으로 타스만해와 우측으로 남태평양이 펼쳐져 있다. 우리 애들은 갈매기한테 빵 부스러기 던져주기 바쁘고...
여기 주차장엔 그래도 십여대의 자가용이 와있다. 특이한건 이 끄터러미에 우체통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제일 끝 우체통이다 이런 말은 물론 없고... 시간을 30분 주었는데 우린 점심먹다가 허겁지겁 등대 쪽으로 갔다. 표지판에 토쿄 8,831km, 시드니 2,160km, 밴쿠버 11,434km 그리고 남극이 여기서 6211km떨어졌다고 가르킨다. 불현듯 내나라 내조국이 그리워진다. 정다운 사람들 지금 뭘하고 있을까?...
이제 돌아간다. 조금 가다가 아까 지나지 않은 해변에서 점심시간을 가졌다. 우린 그런줄 모르고 다먹어 버려서 벤치에서 과일을 먹다가 옥수수 하나랑 자두 하나를 기사양반 갖다 주었다. Thank you very much라는 익숙한 말이 들린다. 여기 옥수수는 맛이 하나도 없다. 물기가 많은 나라여서 그런지 아무리 삶아도 설익은거 같다.
다시 Kauri Kingdom에 15시20분쯤 도착했다. 이번엔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17시30분쯤 Manginangina란 요상한 이름의 Kauri Walk란 숲에 도착해서 한 5분정도 산책을 했다. 지난번 Waitakere숲하고 비슷한 분위기...
올 때처럼 탔던데서 사람들 내리고 우리 모텔앞에 19시 30분쯤 도착했다. 결론은 한국의 한려수도가 한국의 강원도가 그리고 안가봤지만 한국의 땅끝마을이 훨씬 좋다는 느낌... 어떻게 얘들 데리고 한국관광으로 먹고 살수는 없을까 생각해 봤다. 저녁을 먹고 베란다에서 놀던 꼬마애들이 한국말을 하는 형아들을 보고 반가운지 와! 한국말 한다...한국사람이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한국사람 첨보냐?" 라는 매서운 서울말에 멈칫하길래 내가 나가서 조용히 시켰다. 왜 우리는 같은 동포들끼리 관대하지 못할까?...
2002년 1월 20일 일요일 05시 30분에 기상. 밥도 안먹고(물론 나는 먹고) 아무도 없는 도로를 잽싸게 달려서 3시간 10분만에 집에 도착했다. 왜 빨리 왔냐고? 난 괜찮은데 해니하고 집사람이 교회에 꼭 가야한다나?... 성가대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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