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덕유산 향적봉 설경입니다
大雪(대설) 큰 눈
象村( 상촌) 申欽(신흠)
塡壑埋山極目同(전학매산극목동) 골 메우고 산 덮어 눈길 닿는 곳 같으니
瓊瑤世界水晶宮(경요세계수정궁) 온 세계는 구슬이요 수정궁이 되었네
人間畵史知無數(인간화사지무수) 인간세상 화가는 셀 수 없이 많지만
難寫陰陽變化功(난사음양변화공) 음양의 변화 공덕은 그려내기 어렵다네.
골 메우고 산을 덮어, 천지가 한 세계
영롱한 옥빛세상, 반짝이는 수정 궁궐이로다
인간 세상 화가들이 무수히 많겠지만
음양 변화 그 공덕을 그려내기 어려우리라.
<대설(大雪)의 마법>
겨울의 진객(珍客)은 뭐니뭐니해도 눈이다.
눈 중에도 산과 들판을 두껍게 덮은 대설(大雪)이다.
봄 여름 가을을 거치면서 나름의 빛깔과 모습을 지켜왔던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사물들은 한겨울의 대설(大雪)을 만나면,
모두 같은 빛깔의 옷으로 갈아입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대설(大雪)은 자신의 빛깔 외에 다른 빛깔을 허용하지 않는,
자연의 독재자이며 동시에 혹독한 겨울 추위를 막아주는 방한복(防寒服)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설(大雪)은 겨울의 장관(壯觀)을 연출하지만, 이것을 표현해 내기는 쉽지 않다.
같은 빛깔에 모습도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조선(朝鮮)의 시인 신흠(申欽)도 대설(大雪)을 묘사하기가 쉽지는 않았던 듯하다.
함께 맛보기
며칠 동안 전국에 눈이 내려 흰색물감으로 세상이 칠해졌다.
눈은 계곡이든 산마루든 가리지 않고 수북하게 쌓였다.
사람의 눈길이 미치는 어느 곳이든 똑 같이 은세계가 되었다.
온 천지는 옥빛으로 변했고, 수정으로 가득한 궁궐이 되었다.
삼라만상을 화폭에 담아내는 수많은 화가들이 천지자연 모든 것을
그리지만 신의 손으로 빚어낸 이 풍경은 그리지 못할 정도로 절경이다.
이 시에서는 이처럼 설경이 절묘하게 묘사되고 있다.
인간세상 곳곳에 고루 내린 눈을 어떤 화가도
붓으로는 그릴 수 없는 절경이라고 마무리 짓는다.
시인의 눈이 되어 바라보는 자연의 경이로움이
우리의 현실과 부합되어 더욱 실감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은백색으로 덮어버리는 눈처럼
계사년 한 해 동안 다사다난했던 모든 일들을 덮어버리고
갑오년 새해 새로운 순백의 도화지에 새 그림을 그려나가시길 기원드린다.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명종 21년) ~ 1628(인조 6년)
신흠(申欽)은
조선 중기의 문인이며 정치가로
이정구(李廷龜)·장유(張維)·이식(李植)과 함께
'월상계택'(月象谿澤)이라 통칭되는 조선 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의 한 사람이다.
본관은 평산(平山). 자는 경숙(敬叔), 호는 상촌(象村),
현헌(玄軒), 방옹(放翁)이며,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개성도사 승서(承緖)의 아들로 태어나 1586년(선조 19년) 문과에 급제하여
예조판서, 좌.우의정을 거쳐 1627년(인조 5년) 영의정에 이르렀다.
아들 익성(翊聖)이 선조의 딸 정숙(貞淑) 옹주에게 장가들어 동양위(東陽尉)가 되었으며
1613년 (광해군 5년) 영창(永昌)대군의 옥사가 일어났을 때
선조의 유교칠신(遊敎七臣) 중의 한 사람으로 관직에서 쫓겨나고 뒤에 춘천으로 귀양갔다.
인조반정이 일어나자 우의정에 오르고 대제학을 겸하였다. 문장에 뛰어났고,
글씨도 잘 썼으며, 이항복(李恒福) 등과 함께 선조실록(宣組實錄)의 편찬사업에도 참가했다.
저서로는 상촌집(象忖集)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