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5039]孤山윤선도-山齋夜話(산재야화)
山齋夜話(산재야화)- 밤에 산재에서 얘기하다
-孤山윤선도
當盃休訴夜三更,당배휴소야삼경
月爲分明雨爲晴。월위분명우위향
歸路亦無鼕鼓響,귀로역무동고향
何嫌漁父渡橋爭?하혐어부도교쟁
山齋산재= 산에 지은 서재나 운치 있게 지은 집.
夜話야화= 밤에 모여서 하는 가벼운 이야기 또는 그것을 기록한 책.
當= 마땅할 당. 주관할 당.
盃= 잔 배. 본자(本字)杯.
休= 쉴 휴. 그만두다. 작업이나 일을 그만둠.
訴= 하소연할 소, 헐뜯을 척.
夜= 밤 야, 땅 이름 액.
三更삼경=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눈 셋째의 시각.
밤 열 한 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의 사이이다.
月爲월위=달이 ~하고
分明분명= 어긋남이 없이 확실하게.
雨爲晴우위청= 비도 말끔히 개었다.
歸路귀로=돌아가는 길.
亦無역무=또~없다.
鼕鼓響동고향=북소리. 鼕=북소리동. 鼓響고향=북소리의 울림.
何嫌하혐= 어찌 싫으리오. 嫌=싫어할 혐.
漁父어부= 어부
渡橋도교= 다리 건넘
爭=다툴 쟁.
밤이 너무 깊었다고 술잔 사양하지 마오
달도 환히 밝고 비도 말끔히 개었는걸요
새벽 알리는 북소리도 귀로에 없을 테고
어부 다투어 다리 건넘도 어찌 싫으리오
고산유고 제1권 / 시(詩)
孤山遺稿 卷一 / 詩
山齋夜話,次季夏韻
【季夏姓李,名海昌。時亦謫居盈德。○同年】
밤에 산재에서 얘기하다가 계하의 시에 차운하다
무인년(1638)
계하(季夏)의 성은 이씨(李氏)이고 이름은 해창(海昌)이다.
당시에 그도 영덕에 유배 중이었다
當盃休訴夜三更,당배휴소야삼경
月爲分明雨爲晴。월위분명우위향
歸路亦無鼕鼓響,귀로역무동고향 鼕=북소리동.
何嫌漁父渡橋爭?하혐어부도교쟁
밤이 너무 깊었다고 술잔 사양하지 마오 / 當杯休訴夜三更
달도 환히 밝고 비도 말끔히 개었는걸요 / 月爲分明雨爲晴
새벽 알리는 북소리도 귀로에 없을 테고 / 歸路亦無鼕鼓響
어부 다투어 다리 건넘도 어찌 싫으리오 / 何嫌漁父渡橋爭
[주-D001] 계하(季夏) : 이해창(李海昌, 1599~1655)의 자이다.
호는 송파(松坡)이다. 본집에는 계하로 많이 나온다.
임숙영(任叔英)의 문인으로, 시문에 능하였으며,
1638년(인조16)에 지평(持平)의 신분으로 김상헌(金尙憲) 등을
변호하다가 영덕(盈德)에 유배되어 고산과 많은 시를 창화(唱和)하였다.
효종 때에 춘추관 편수관(春秋館編修官)으로
《인조실록(仁祖實錄)》 편찬에 참여하였고,
뒤에 사간(司諫)이 되었다. 저서에 《송파집(松坡集)》이 있다.
[주-D002] 어부 …… 싫으리오 :
술에 얼근히 취한 가운데 예절에 구애받지 않고
시골 사람들과 서로 허물없이 순박하게 어울리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말이다. 춘추 시대 양자거(陽子居)라는 사람이 예모를 엄히 차릴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여 매우 조심스럽게 대하였는데,
그가 노자(老子)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소탈한 태도를 보인 뒤로는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그와 서로 다툴 정도로 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장자(莊子)》 〈우언(寓言)〉에 나온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자창화쌍계관하보심계원지치평사
(自昌化雙谿館下步尋谿源至治平寺)〉 시에
“현령이 절에 노니는 것을 안 것이 마음에 켕기지만,
어부가 다리를 먼저 건너려 다투는 것은 그래도 기뻐라.
〔却愁縣令知游寺 尙喜漁人爭渡橋〕”라는 표현이 나온다.
《蘇東坡詩集 卷9》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