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선흘리 백화동∼삼나무숲길∼초지∼웃밤오름∼전세미못∼한전길∼용암길∼삼나무숲길∼백화동
새하얀 꽃향기가 길을 안내하는 상쾌한 숲길
한라일보가 진행하는 '2022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올해 첫 회로 지난달 29일 진행됐다. 사진은 웃바매기오름 정상. 양영태 작가
화산이 내뿜은 용암을 따라 걷는 길
불모의 땅에서 자라난 숲 간직한 곳
세계자연유산의 신비 온몸으로 만끽
마을을 지나 숲길 초입에 이르니 알싸한 향기가 난다. 하얗게 피었다 노랗게 변해 금은화로도 불리는 인동의 꽃향기다. 올해 첫 에코투어를 시작하며 기분 좋은 꽃내음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그 향기를 따라 삼나무 숲길로 접어들었다. 곶자왈을 등에 업은 삼나무 숲길 옆으로는 자연림의 울창함도 간직하고 있다.
올해 첫회로 지난 5월 29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2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백화동에서 시작해 삼나무 숲길과 초지, 그리고 웃밤오름, 전세미못, 한전길, 용암길, 삼나무 숲길을 지나 다시 백화동으로 돌아오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이번 에코투어 역시 코로나19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어서 비대면으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했다.
골무꽃
금창초
에코투어 길잡이 박태석 씨는 부지런히 출발을 준비한다. 지도를 보며 코스를 설명하고, 탐방하면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도 자세히 설명한다. 듬직한 길잡이를 따라가는 투어는 마음이 편안하고 발걸음도 가볍다. 빽빽하게 심어 놓은 삼나무 숲길은 한참이나 이어진다.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화산의 용암류는 분화구 일대에 거대한 함몰지와 협곡을 만들며 북쪽으로 흘렀다. 알밤오름과 북오름 사이를 지나 동백동산을 포함한 선흘곶에 이른다.
삼나무 숲길과 습지, 다시 삼나무 숲길을 지나면 초지에 닿고, 초지를 지나면 다시 삼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삼나무 숲은 웃밤오름의 북쪽 사면을 휘감고 있다. 삼나무 숲을 지나 북사면을 따라 울창한 숲길을 헤치고 웃밤오름의 정상으로 향하는 탐방로는 꽤 가파르다.
청미래덩굴
줄딸기
웃밤오름 높이는 137m, 둘레가 2345m 규모의 화산체이다. 남쪽에서 보이는 오름의 모양이 통통한 밤알 모양을 하고 있어 처음에는 밤애기오름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바매기오름으로 변했다고 한다. 건너편에 있는 알밤오름과 함께 형제 오름으로 불린다. 오름은 북쪽으로 무너진 말굽 모양의 분화구가 있고, 그 분화구 아래쪽에 '선새미물'이라 부르는 샘이 있다.
오름 정상에 서면 멀리 제주 북동쪽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있는 북오름부터 멀리 성산을 건너 우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지만, 아직은 검은 구름 사이로 또렷한 모습의 오름들을 확인할 수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몸을 맡기고 마음을 추스른 일행은 천천히 오름을 내려간다.
오름 아래 동쪽에는 웃밤오름과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이루는 큰 못이 있다. 여름이 되면 연못에는 하얀 어리연꽃이 물 위를 가득 메워 장관을 이룬다. 마름, 택사, 물달개비 등 다양한 수생식물들도 앞다투어 꽃을 피우지만, 아직 그 모습을 보기엔 이른 계절이다. 아쉽지만 연못을 한 바퀴 돌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양영태 작가
웃밤오름 남쪽에는 벵뒤굴이 있다. 천연기념물 490호로 지정돼 있는데. 입구가 울타리로 막혀 있고 출입도 금지되어 있다. 벵뒤굴을 지나면 다시 숲길이 이어지고 곶자왈 함몰지역을 가로질러 용암길로 나선다. 용암길은 거문오름에서 용암이 흘러간 길을 따라 만든 탐방로이다. 수명을 다하고 떨어진 때죽나무의 하얀 꽃이 길을 덮고 있고, 일색고사리를 비롯한 다양한 양치식물이 초록의 싱그러움을 한껏 뽐내고 있다.
용암길을 벗어날쯤 드디어 비가 오기 시작한다.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 기다리던 단비이기도 하다. 촉촉이 내려 금방 젖을 정도는 아니지만, 비를 맞으며 걸을 수는 없어 서둘러 우비로 몸을 감싼다. 올해 에코투어의 시작을 하늘도 축하의 단비로 응원하고 있다. 숲길을 벗어나면 다시 초지대에 이른다. 숲길과 초지, 오름과 숲길, 다시 초지를 지나 비가 잦아들 즈음에 출발지인 백화동에 이르렀다. 자연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거문오름 자락의 곶자왈과 오름, 습지와 숲길을 오롯이 걸으면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에코투어의 매력이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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