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심이는 올만에 기분이 좋았다.
그도 그럴것이 신입사원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한지 어언5년이 다 되었지만 회사를 벗어나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전무 했었는데 오늘은 달랐기 때문이었다.
모처럼 회사 밖으로 외출 이란 걸 해보는 날이었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이라는 강남의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몰 근처로 목적지를 잡고 가는
거였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경심이의 기획안이 채택되어 최종USER를 눈앞에 두고 PPT를 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으니 뿌듯하고 설레이고 두렵기도 한 복잡한 심경의 서울 나들이였다.
뚜벅이로 BMW(버스,전철,걸음)를 구사하던 경심에게 회사에서는 신형아반떼를 허락해주었다.
서울지리도 잘 모르는 경심에게 새 차를 순순히 허락해 주었다는 것은 평소의 경심의
운전솜씨를 인정한 것이렷다?
경심이는 신이났다.
회사가 동탄에 있으니 오전에 급한 볼일을 마치고 2시까지 코엑스몰로 날아가는 거였다.
일단의 준비물을 점검해봤다.
우선 노트북과 여분의 배터리 그리고 포인트펜,혹시 모를 질문에 대한 예상답변지..
완벽하다.게다가 단단히 먹은 마음가짐..
두려울게 없다.
한 가지 더..촌사람이 서울시내에 접근 하기 위한 주변도로 탐구까지 마쳤다.자,출발!
네비게이션의 오빠한테 목적지를 알려주고 일을 하게했다.
이 오빠 가끔씩 사투리도 구사하는데 웬지 정감이 가네!
열심히 알려주려고 노력하는게 어찌나 귀여운지..
경심이는 점심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할 예정이었고 혼밥을 거창하게 하기 위한
맛집정보도 미리터득해놨지.
때마침 도착하려는 목적지 바로 앞 길건너편 빌딩에 있었어
그 맛집..'에라이 텐동'요즘 핫 플레이스였다.
튀김이 한보따리 올라간 일본식 덮밥인데 평소 한번쯤 꼭 먹어 봐야지 했던 메뉴였어,
왜 튀기는건 다 맛있다고 하잖아!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야그도 있잖아...
기분좋게 주차장에 진입하고 주차위치를 기억하기 위해
핸펀으로 사진을 찍고 나서 경심이는 놀라 자빠질 뻔했다.
다른건 다 챙겨 와 놓고 정작 지갑을 빼트리고 안 가져온 거야
자켓주머니며,온갖 주머니를 다 뒤져봤는데도 그 흔했던 동전조차 없는 거였어..ㅠㅠ
'아,이럴땐 어턱하지?'
짱구를 아무리 굴려봐도 난감함만 극대화 될뿐 해결책이 안 떠오르는 거였다.
경심이 가지고 있는 건 현재로서는 달랑 핸드폰하나!
요즘 유행(?)하는 보이스피싱 단골멘트처럼 엄마한테 전화해서 돈 좀 보내달라고 해야 하나?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에 번뜩 떠오른 생각하나가 있었어.
평소 받기만하고 쓰지않고 모아두었던 별다방 기프트콘!
그래,그중에 케익하고 셋트로 되어있는게 있었던거 같았어
'에효,별 수없이 이거라도 써서 배고픔을 달래 보는 거야!'
순식간에 푸짐한 혼밥에서 씁쓸한 별다방 혼밥으로 바뀌게 된 경심이는 초라해졌어.
그러니 어쩌겠어? 겨우 기프트콘 점심을 챙겨서 자동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경심이였다.
그거 알아? 달콤한 케익을 씁쓸한 아메리카노와 곁들여 먹어 대는 혼밥의 처절함..ㅠㅠ
그렇게 눈물섞인 점심을 때우고 주차장을 벗어나려던 경심이는 그냥 쓰러지고 말았어...
이 주차장을 벗어나려면 신용카드나 현금이 있어야 하는데 경심이는 개털이잖아..
이를 우얄꼬?
누가 이 경심에게 한없는 자비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