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표정에는 여러 가지가 담겨 있다. 부활은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승리를 거둔 것이다. 완전한 승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것 같으나 그런 자부심보다는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예수님으로서는 사력을 다한 싸움이었고 자기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 일을 통해서 죽음을 정복하게 되었을 때 더 이상 그러한 싸움은 없다는 것을 예수님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예수님의 눈을 보면 인간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죽음에게 종노릇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예수님 자신을 통해서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을 주는 시선이 거기에 있다. 예수님의 입은 약간 벌려져 있다. 무슨 말씀인가를 하시는 듯하다.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나타나서 ‘샬롬’이라고 인사하시는 모습이 아닐까.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라고 말씀하실 때에 평강이 실체로 와서 우리에게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예수님은 또한 숨을 내쉬면서 ‘성령을 받으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에게서 나온 거룩한 영이 예수와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시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예수님은 승리하셨지만 우리는 여전히 죽음에게 완전한 승리를 얻지 못하고 죽음이라는 한계 안에서 살고 있다. 예수님을 통해서, 예수님과 함께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 시공간이 있는 세계에서 영원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다 받아주시고 함께 저 생명으로, 영원으로 가실 것으로 확신하게 된다.
화가 렘브란트에게 예수를 그리는 일은 기도와 같았다고 한다. 렘브란트는 무슨 기도를 드리면서 이 그림을 그렸을까? 위엄 있으나 다정다감한 예수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그 예수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림 속의 예수님은 렘브란트가 하고 싶은 말을, 그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모습이다. 렘브란트의 신앙의 고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렘브란트는 위엄과 다정다감의 경계에서 예수를 만난다. 그 예수는 렘브란트 안에 들어와 렘브란트와 먹고 마시는 예수일 것이다. 자기 마음 속에서 이야기를 나눠본 예수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보면 그림 속의 예수는 렘브란트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렘브란트가 자신의 절망과 고독과 상실감에 대해서 말할 때 예수가 마주 앉아서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는 정경이 아닐까.
렘브란트는 곧 우리 자신으로 화한다. 예수 앞에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지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나의 얘기를 건네고 예수의 얘기를 들으면서 예수도 나도 때로 잔잔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하는 예수를 이 그림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