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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 포스터 수정
주민분들께 기존에 틀을 잡아둔 홍보 포스터를 보여드리고 확인을 받았는데,
슈퍼바이저 선생님들께 피드백을 받으니 수정할 부분이 계속 생겼습니다.
이전 실천기록을 다시 읽고 참고하면서 포스터를 수정했습니다.
# To-Do List
벌써 2주 차 목요일입니다.
본격적인 잔치까지 준비 기간이 사실상 이틀 남았습니다.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이윤주 실습생과 할 일을 적어보았습니다.
-모든 동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물품 적어두기
-14시 30분에 1동 쉼터 가서 마을인사 드리기
-약속 잡아야 하는 주민분과 만남 일정 정하기
-김◯◯자 님 역할을 세워드릴 수 있는 방법 생각하기
그 외에도 포스터 수정 작업을 마쳐야 하고 잔치 일정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각 동에서 나눔 주민이 2~3명으로 정해진 가운데 5동만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자주 만나면서 지혜를 주셨던 김◯◯자 님은 거동이 불편하셔서 움직이는 걸 어려워 하는 대신 도와주실 수 있는 주민분들을 많이 알려주셨습니다.
잔치 경험이 있고, 그 상황에 필요한 게 뭔지 체계적으로 알아낸다는 강점이 돋보였습니다.
저희는 김◯◯자 님을 거들어 주민분들과 만나고, 주민의 힘으로 잔치를 준비할 수 있게 장을 마련했습니다.
많은 주민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신 어르신께 감사했습니다. 준비를 하면서 점점 다른 주민께서 어르신을 잘 알 수 있는 강점은 무엇이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르신의 역할을 더 세워드리는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5동에서는 과일과 떡, 음료수를 마련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동 주민분과 대화를 나눌 때 여름이라 떡이 금방 쉰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떡을 다른 걸로 대체해야 합니다.
문득 감자가 떠올랐습니다.
김◯◯자 님 댁에 방문하면 늘 감자를 쪄 주십니다.
직접 쪄 주신 감자 맛이 일품이라 매번 맛있게 먹었습니다. 만약 김◯◯자 님께서 승낙만 하신다면 떡 대신 감자를 쪄달라고 부탁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부탁하고 의논합니다. 그 안에서 당신의 강점을 살리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 3동 통장님과 만남
각 동의 나눔 주민분들과 잔치 일정, 구성을 정했습니다. 남은 시간에는 각 동의 통장님 또는 동대표님께 인사드리고, 잔치 홍보를 하기로 했습니다.
3동 나눔 주민인 홍◯희 님과 함께 도와주실 분을 찾기 위해 3동 통장인 이◯이 님을 먼저 찾아갔습니다. 실습생 인사를 드리고 과업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통장님께서 잔치 경험이 있는 유◯순 님을 초대하여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이 통장님께서 잔치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더니 떡보다는 감자를 찌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유◯순 님께서도 여름 날씨에 떡이 금방 쉴 것이고, 어르신들은 떡을 잘 안 드시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부드러운 빵은 어떤지 제안했으나 빵도 마찬가지로 기각되었습니다. 우선은 나눔 주민으로 계시는 홍◯희 님과 다시 논의 후 감자로 정하거나 다른 음식을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잔치에 대해 회의하면서 두 분 모두 많은 사람이 잔치에 오기를 바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전의 경험으로부터 우려되는 점을 말씀해 주셨고, 처음부터 모든 음식을 늘어놓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3동 잔치인 만큼 3동의 주민 누구도 소외되거나 부족함 없이 진행되기를 바라셨습니다. 과거에 다른 잔치에서 있었던 일을 예시로 들면서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잔치가 진행되는 동안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부족함이 발생하는 건 대화일수도, 음식일수도 있습니다.
두 분이 잔치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 주민의 앞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강점을 잘 이어받아 잔치를 즐겁게 이루겠습니다.
유◯순 님께 3동 잔치에 도움을 주실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그러자 단번에 거절하셨습니다. 이전에도 벌써 두 번이나 잔치를 도왔는데, 자신에게 제대로 감사 표시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몸도 힘들고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으니 이번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거절을 당해서 저희가 무례하게 다가간 건지, 너무 일방적으로 부탁한 건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과거의 경험에서 속상하신 일이 많아 마음의 문을 닫으신 걸로 보였습니다.
함께 잔치를 준비할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웠지만, 여기서 더 부탁한다면 독이 될 것을 알기에 한 발짝 뒤로 물러났습니다.
3동 통장님께서는 시간대를 오후로 바꾸면 자신이 함께 도와줄 수 있다고 하셔서 시간대를 바꾸는 건 홍◯희 님과 다시 이야기 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 풀꽃향기 회장님의 당부
다음 만남을 위해 이동하던 중 풀꽃향기 회장님과 마주쳤고, 잠시 길가에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3동 통장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라 하니 회장님께서 고개를 갸우뚱하셨습니다.
"왜 앵두를 먼저 만나지 않고 통장을 만났어? 3동은 앵두가 도와주기로 나랑 약속했는데."
몹시 당황했습니다. 우선 앵두님이 어떤 분 인지도, 그분이 3동에 사시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3동 잔치에 앵두님이 도와주실 예정이라는 것도 저희에게 전달된 적이 없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고 우선 앵두님이 어떤 분인지 여쭤봤습니다. 놀랍게도 앵두님은 방금 3동 통장님 댁에서 만나고 온 유◯순 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동사무소로 볼 일을 보러 가시던 앵두님과 길가에서 마주쳤습니다. 회장님께서 앵두님께 인사하고 질문하셨습니다.
"앵두야, 3동 잔치 도와주기로 했지?"
"아유. 아니요, 나 이번엔 안 하려고."
앵두님께서는 바쁘신지 짧게 대답하시고 저희를 지나쳐 가셨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살짝 당황하셨는지 앵두님의 뒷모습을 보며 '앵두야, 앵두야!' 하고 소리치셨습니다.
저와 이윤주 실습생이 앵두님과 대화한 내용을 자세히 말해드렸습니다. 그제야 회장님은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잔치를 하는 건 좋아, 그런데 앵두처럼 속상한 사람도 있을 거야. 전에도 앵두가 잔치할 때 많이 도와줬어. 자기 몸이며 시간이며 마음까지 다 내어서 도왔는데, 그거 한번 끝나니까 아무도 안 오고 말이야."
"여기 사람들 다 몸이 성하지 않고 힘들어. 도와주는 사람들도 오래는 못해. 이런 상황을 실습생뿐만 아니라 복지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
풀꽃향기 회장님께서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길가에 서서 저희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잔치 경험이 있는 분들 중에도 앵두님처럼 마냥 좋은 기억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앵두님과 풀꽃향기 회장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해소되지 못한 아쉬운 점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하게 살피고,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이미 상처가 있으신 분들께도 이번 잔치가 치유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움직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계획이 다 있으신 제비꽃님
'비가 오면 쉼터에서 잔치하기 어려울 테니 장소나 날짜를 바꿔야 할 것 같다.'라고 제비꽃님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도 동의하는 의견이라 서둘러 만남 일정을 잡았습니다.
제비꽃님께 날짜를 변경하는 건 무리가 있고, 장소를 옮기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저희가 더 말하기도 전에 제비꽃님께서 본인의 생각을 말해주셨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6층 복도에서 하면 비도 안 맞고 좋을 거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12시에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시간대를 조정해야겠다고 하셔서 기존 시간보다 늦춘 13시에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3동에서도 들었던 것처럼 제비꽃님께 '저희가 다른 주민분께 들은 건데, 떡은 금방 쉴 수 있으니 다른 걸로 대체하면 어떨까요?'라고 여쭤보니 맞장구를 치면서 떡을 안 하는 대신 과일 종류를 다양하게 준비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실 건 뭘로 준비할지 고민하셔서 저희가 식혜를 제안했고, 그게 좋겠다고 하시면서 식혜로 결정하셨습니다.
제비꽃님께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란이라도 삶아서 같이 놓으면 어떻겠냐.', '돗자리를 펼치고 다 같이 앉아서 먹을 수 있게 하자.' 등 잔치에 대해 끊임없이 말해주셨습니다.
제비꽃님의 모습을 보면서 주민이 만드는 잔치라는 게 실감 났고, 덩달아 즐거웠습니다.
# 포기하지 않고 함께해요
가장 먼저 잔치가 이루어지는 2동에서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2동 나눔 주민이신 이◯자 님과 미리 일정을 잡아 놓고 마지막으로 댁에 찾아갔습니다.
인사를 하면서 자리에 앉자마자 이◯자 님께서 먼저 한마디 하셨습니다.
"나 잔치 못할 것 같아."
깜짝 놀랐지만 애써 침착하고 이유를 여쭤봤습니다.
꼬리뼈가 급격하게 아프기 시작했고, 수술을 해도 소용이 없어서 이도저도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게 더욱 어려워져서 장 보러도 못 간다고 하셨습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정적이 길어지기 전에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어르신, 잔치할 때 쟁반이나 칼이 필요할 것 같아요. 혹시 어르신께 빌려도 괜찮을까요? “
"응, 응. 그럼. 그 정도는 빌려줄 수 있어. 우리 집에서 가져가."
이어서 이윤주 실습생이 2동 잔치를 같이 준비할 수 있는 분은 없는지 질문했습니다.
이◯자 님께서는 안 그래도 같은 층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다들 거절하셨다고 합니다.
같은 층의 난꽃님께서는 이전에 만났을 때 적극적으로 말해주신 것과 다르게 잔치를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고 합니다.
이◯자 님은 따로 생각해 둔 방안이 있으니 정가든 회장님을 만나러 가자고 제안하셨고, 다 같이 이동했습니다.
# 정가든 회장님 댁에 가다
이◯자 님의 안내로 정가든 회장이신 오뚝이님 댁에 방문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었는데도 오뚝이님께서 친절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이◯자 님과 함께 잔치에 대해 설명하니 날짜가 너무 일러서 미룰 수는 없는지 물어보셨습니다. 가능하다고 답한 뒤 이윤주 실습생과 고민하다가 주민분들은 언제가 편하신지 여쭤봤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2동 잔치는 25일 목요일에 진행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오뚝이님께서 별님은 뭘 맡기로 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이때 이◯자 님도 정가든 소속이고, 별님이라는 별칭을 가지신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별님과 오뚝이님은 누가 무엇을 준비할지 정하셨고 중간에 정가든 총무인 채송화님도 참석하셨습니다.
최종적으로 별님은 수박 2통을, 오뚝이님과 채송화님은 떡 반말을 맞추신다 하셨고, 복지관에서는 식혜를 맡아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오뚝이님께 떡까지 부탁드릴 생각은 없었는데, 먼저 말씀을 건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부담이실까 걱정이 되어 댁을 나오기 전에 살며시 여쭤봤습니다.
"회장님께서 함께 해주시니 마음이 든든해요. 떡 맞춰주신다고 할 때도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찮으실까요? 나중에라도 부담이 되시면 꼭 저희한테 말해주세요."
"우리 별님도 수박 산다는데 회장이랑 총무도 거들어야지. 2동은 정가든이 맡을 테니 걱정 마요."
회장님의 말씀처럼 2동 잔치는 정가든이 큰 힘을 주셨습니다. 앞으로 있을 잔치가 기대되는 마무리였습니다.
별님께서 잔치를 못하겠다고 하셨을 때 정말 막막했습니다. 전해 듣기로는 난꽃님도 전에 만났을 때와 다르게 잔치 준비를 안 하겠다며 거절하신 상황이었고, 잔치 일정은 당장 월요일이었으니 굉장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별님께서 함께 할 방법을 찾아주셨고, 덕분에 정가든 회장님, 총무님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쪼개어 많은 주민분들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디데이가 얼마 남지 않아서 아직도 빠뜨린 게 있는 것처럼 불안합니다. 그래도 월요일 하루는 잔치가 없으니 최종 점검까지 조금의 여유가 생긴 느낌이 듭니다.
첫댓글 바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적어보는 건 좋은 습관입니다.
그래야 놓치는 부분이 없이 계획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잔치에서 당사자를 어떻게 세워드리면 좋을지 궁리하고 있습니다.
당사자께서 잔치를 주도적으로 이뤄나가신 그 부분을 잘 세워드리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이 일지에 남긴 것처럼 역할이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할 수 있는 만큼 부담 없는 선에서 해볼 수 있게 부탁드리면 됩니다.
그리고 그 마음과 과정을 나중에 세워드리면서 감사인사 전하면 됩니다.
당사자의 강점을 잘 활용하여 잔치를 주도적으로 이뤄나갈 방법을 고민해봐도 좋겠습니다.
잔치해본 경험이 있는 주민분을 찾아가서 묻고 의논하고 부탁한 점도 잘했습니다.
이전에 잔치를 이뤄본 경험이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하면서 어려웠거나 보완하면 좋을 점도 편하게 이야기해주셨을 겁니다.
그 이야기를 잘 생각하면서 3동 잔치도 준비해보면 좋겠습니다.
잔치를 준비하면서 여러 변수도 발생하고,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많아 어려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도 좌절하지 않고, 더욱 성심껏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면서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가진 자원을 활용하여 이웃과 어울리고 교류할 수 있게 돕기 위해 애써주어 고맙습니다.
주민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고민이 드셨을 겁니다.
그런 고민을 슈퍼바이저들과 나누면서 배움과 성찰을 하는 시간 또한 있길 바랍니다.
수고했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7.22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