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 가까이 보고 더 들여다보기
11월1일 이종국 선생님만나 이야기 나누려 대전 용촌동에 있는 정방마을(정뱅이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정뱅이 마을에서는 재난 복구 감사 예술제 ‘물길이 열어 준 희망 씨앗: 이야기의 조각들’ 전시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청주의 작업실이 아니라 정뱅이 마을로 모인 이유는 선생님께서 참여하고 있는 이 전시를 체험하며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였습니다.
정뱅이 마을은 올해 7월에 폭우, 홍수로 인해 제방이 무너지면서 마을 전체가 침수 피해를 입은 곳이에요. 지붕만 빼고 집 전체가 잠길 정도로 큰 재난이었습니다. 재난 복구 과정과 피해입은 주민들의 심리적 변화를 기록한 인터뷰, 사진 그리고 수해를 주제로 한 작품 등이 전시 되어 있는데 재난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주민들과 함께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마을회복 전시회입니다.
'물길이 열어준 희망 씨앗' 이라는 주제처럼 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물길로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얻는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새로들어온 물들을 통해 다양한 생명들이 생겨나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마을이 물이 잠기고 드러난 잔상 그리고 이어가기
"마을에서 드러난 나무에서 잔못를 빼고 스물네 마리의 새 24절기를 담았다. 마을 뒷산 어귀에 한동안 살다가 사림 집 기둥이 되어 가족을 어르고 마을을 품던 그 소나무 기둥의 속살을 열어보니 온전한 마을의 DNA담고 있더라. 24절기의 온전한 풍요와 뭇생들도 마을에 들어와 자리 잡고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 가기를···" 이종국 선생님이 이곳에 작업을 한 이야기 나눠 주셨는데요. 물길의 순환을 땅에 물의 파동 형상으로 표현한 것과 24절기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생명이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품을 보면서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 마을에서 나온 깨진 도마, 양은 그릇을 사용해 만든 작업
"이 마을에서 나오는 나무들로 만들었다. 모든 것을 자신의 가까이 있는 삶터에서 발견한다." 어떤 재료를 써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재료에 대한 한계를 느끼는데 동양화 재료를 써볼까, 수채화 재료를 써볼까 하는 생각들은 오히려 '재료'라는 상에 갇힌 것일 수 있겠다 생각들었어요.
버려지는 것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을 작업으로 할 수 있습니다. 마을이라는 것은 시간이 차곡차곡 고여있는 것이 힘인데, 물이 들어오면서 그것들이 다 지워진 것이죠. 다시 마을에서 어떻게 쌓아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 수해복구 과정중에 마을에서 함께 밥을 먹는 공동밥상이 열렸다.
준비하는 동안에도 마을분들과 함께 했고 밥상도 같이 먹고 있다 했는데 저희가 간 날도 따뜻한 밥상을 준비해주셨어요. 함께 먹으며 이웃분들, 작가님들과 서로 소개하며 이야기나눴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서민문화를 기록을 해 놓지 않아서, 자연소재로 만든 물건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하며 칡넝쿨을 채취하고 터주까리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직접 칡넝쿨을 채취해서 다듬는데 굉장히 질기고 얽히고 설켜있는 것이 멋있는 존재라고 느껴졌습니다. 칡넝쿨의 끈기와 생에 의지를 깊이 느꼈네요.
칡넝쿨 방치하면 꽃나무도 덮어버리고 식물들을 죽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골칫덩어리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칡넝쿨은 아주 좋은 것이라 합니다. 약용식물이기도 하고 활용하면 견고성이 좋아서 뭔가 만들기에도 좋고, 옛날 농가에서는 많이 썼다고 합니다.
'집터'자를 쓰는 터주까리는 장독 옆에 덮어놓기도 하는데, 한 해 잘익은 곡식을 놓고 농사를 잘 짓게 해주어서 고마운 마음, 예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씀 해주셨어요. 그 의미를 들으며 만들어보니 더 뜻깊었습니다. 볏집 하나하나 골라 손으로 다듬고 머리따듯이 짚풀 꼬아주니 완성되었습니다.
옛날에 마을안에서는 생활도구를 다 만들어서 썼기 때문에 집집마다도 문화가 다르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 도시든 어디든 끊임없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자기가 사는 곳에 이야기가 다 있다. 내가 하고 있는 것과 일상, 주변에 있는 것들과 관계 맺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재료도 그렇게 생성되는 것이다." 말씀해 주셨습니다.
내 삶터 가까이에 들여다보면 아주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계속 들여다보며 관심가지고 찾아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 삶터, 가까이에서 찾아보려 했었나 도시라는 장에서 체념하거나 혹은 쉽게 선택하려는 마음은 아니었나 느끼기도 했습니다.
"절기에 따라 재료나 성질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삶에는 지루할 시간이 없고, 살아있는 생명들은 다 그렇게 산다.
동물, 새들도 주변에 있는 것 가지고 집짓고 먹이고 다 했고 우리도 옛날엔 마을에서 그렇게 살았다."
▲ 쓰러진 오동나무로 만든 푯말: 딱다구리가 낸 구멍을 따라 딱다구리 새를 만들었다. 딱다구리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살아있는 생명은 다 변합니다. 변하는 건 아름다운 것인데 변하지 않기 위해 색소나 인공적인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모든 것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다 분해되기 마련인데 사람이 만들어내는 원소만 변형이 되어서 재료 자체가 스스로 못 돌아옵니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내 몸에서 분해가 안되면 내 몸이 망가지는 것처럼. 환경, 지구도 마찬가지다. 변하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자기가 못하면 대물려서도 하는 것이다. 내 때는 여기까지라도 다음 세대 아이들이 이어가고 더 할 수 있다.
찾아온 이들에게 여러분은 멋지음하는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고, 재능이 있으니 잘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말씀해주셨어요.
"전환에 대한 것은 자기 경험이 필요하다. 가치관 철학이 다 변할 수 있다. 자기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차곡차곡 쌓아가야한다. 주변에 있는 것들 항상 들여다 보아라. 빛도 바람도 매번 다 똑같지 않고, 똑같은 생이 없다."
나누어주신 이야기 마음에 담으며 뜻 깊은 시간 나누었고, 삶터에서 생기있게, 동지로 잘 살아가기를 바라며 밝게 인사나누고 저마다의 살림터로 돌아갔습니다.
첫댓글 저희 동네에도 칡이 아주 많은데 반으로 쪼개서 실이 되는 것은 몰랐어요ㅎㅎ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정성스런 후기글 덕분에 멀지만 배움해나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