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 선지식 32차. 10, 시를 창작하는 새벽
시를 창작하는 새벽
음악을 들어도 소용없는데
바다에 용왕이 있듯이
자꾸만 용왕의 외침 소리만 들리네
이것은 병인양하여 눈을 감고
약사여래불을 불러보고 또 불러도
나에 있어서 잠은 어디로 도망 같은지는 모르지만
눈이 감기어지지 않고 있네
그래서 눈을 뜨고 잠을 이루었지만
눈이 감기어지지 않고 있네
신채호 선생이 조선 상고사를 저술할 때
김부식이 반대편인 승려였는데
아무리 생각해 낸다고 해도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내 기억력이 소멸하여 가고 있는지 여실히 보이는데
그래도 생각해 내려고 했는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나는 잠이 눈을 감고 있는데
생각은 정지상만이 떠오르고 있어
평양에 도읍을 옮기자고 외친 승려
어이하여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있네
이것은 나에게 병이라고 기록하려니
고려의 북방 정책을 주장하는 묘청 스님
생각해 내지 못하고 있는 참으로
어리석은 시인이 되었네
조선총독부를 바라보고
조선총독부를 바라보고 있는 남산은
조선에 신궁을 건립하던 일본군벌들
안중근에 의하여 주살당한 이등방문
나는 지금 이러한 일들을 생각해 내면서
남산 자략에 있는 작은 암자에 엎드려
한편의 시를 쓰고 있으니 이것이 행복이냐
아무리 행복한 밤이라고 외치어 보아도
겨울이 오고 있는데 자신의 존재를 보이려고
꽃의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장미꽃을 보았네
장미꽃도 하나의 생명이기에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보아려고
그러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나도 또한 몸부림으로
새벽에 별이 되어 바다를 향해가는 잠수함
이러한 것도 나에게는 연구의 대상이지만
연구를 한다는 것이야 말로 나를 깨우는 정진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시를 써야만 하는가
조선총독부를 생각해내려는 것은
조선의 국호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네
나는 지금 밤이 깊어도 깊은 밤인줄을 모르는 몸
이것이 나를 이끌고 있는 것이라네
나는 내가 아니라 의식의 나일세
2024년 1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