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의 딸이,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아버지의 생애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 한 순간에 몰입해서 보았고,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 하나하나가 생명력을 가진 인물로 형상화되어 흥미롭게 보았다. 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례식장. 혈족인 딸이 알지 못한 면모를 다른 사람들의 입과 행동을 통해 알게 된다. 특히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아버지때문에 할아버지는 죽임을 당하고, 작은 아버지, 조카까지 연좌제처럼 일자리와 사회에서 배제되어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소설은 진중하게 슬프지만 않다. 사투리로 적힌 말을 속으로 소리내어서 읽으면서 피식거리기도 하고, 장례식장에서 어르신들 음식 드시기 어려울까 죽까지 끓여내오던 언니들의 행동.. 게다가 마지막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일화까지.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유물론을 믿은 아버지가 늘어놓는 말들이나, 사회주의자로서 민중에게 사기를 당하는 모습들은 독자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버지의 모습 전부는 아니었음이 하나둘씩 드러나는 구조가 재미있었다. 딸은 아버지를 가장 아버지답게 보내는 장면도 특히 기억에 남는다.
첫댓글 책의 첫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돌아가신 모습에 대한 묘사가요 강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