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장경아
축구는 세계인의 공통어다. 말과 문화, 먹는 음식이 다를지라도, 축구 아래서 온 인류는 하나가 된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이 어느 스포츠 이벤트보다 화제를 모으고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을 만나보자.
월드컵의 자격, 가중치가 결정한다
영광의 무대에 진출한 나라들은 어떤 방법으로 조를 편성해야 할까? 그냥 4팀씩 제비뽑기로 정하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마구잡이로 조를 짜면 강팀 또는 약팀끼리 모이는 죽음의 조 혹은 행운의 조가 생기기 쉽다. 따라서 FIFA는 실력이나 대륙별로 나라가 고르게 배정되도록 가중치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본선 진출국을 배정한다.
그런 다음 각 그룹에서 무작위로 한 나라씩 추첨해 조 편성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써도 매번 죽음의 조는 탄생한다. 브라질 월드컵에선 독일, 미국, 포르투갈, 가나가 속한 G조가 죽음의 조로 뽑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꿀조’도 죽음의 조도 예상에 불과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와 한 조가 된 우리나라도 처음엔 최상의 조편성이라 좋아했지만, 결과는 알다시피 대참사였다.
- (사진)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은 온 나라를 열광의 도가니로 이끈다.(GIB)
티키타카, 그래프가 증명한다
아무리 메시와 호날두 같이 뛰어난 선수가 있어도, 전략이 없다면 경기를 이길 수 없다. 승리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축구전문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략 분석법을 세우는데 열심인 이유다. 축구를 사랑하는 수학자인 영국 런던대 하비에르 로페즈 페냐 교수도 그런 전문가다. 페냐교수는 패스에 주목한다. 11명의 축구 선수를 점으로, 패스는 선으로 보고 선수들 사이를 이어주는 패스를 행렬로 표현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패스가 오간 경로를 그래프 이론으로 분석했다.
페냐 교수는 그래프 이론의 두 가지 개념, 즉 ‘사이 중앙성’과, ‘클러스터’를 축구경기에 적용했다. 사이 중앙성은 한 점이 서로 다른 점 사이를 얼마나 연결해 주는지를 나타낸다. 어떤 선수의 사이 중앙성이 크다면 이 선수를 거쳐 가는 패스가 많다는 뜻이다. 즉, 경기를 지배하는 스타 선수라 할 수 있다. 클러스터는 그래프에서 조밀하게 모여 있는 집단이다. 축구에서는 3명의 선수가 삼각형 구도를 통해 패스를 주고받는 상황을 나타낸다.
페냐 교수는 이 같은 방법으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팀의 경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승팀인 스페인이 패스 수가 월등하게 많았고, 삼각형 구조로 패스를 주고받는 능력이 뛰어났다. 스페인 선수들은 사이 중앙성 값도 작았다. 한 명의 스타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선수가 조직적으로 패스를 연결하며 경기를 치렀다는 뜻이다. 게다가 완전 그래프(그래프를 이루는 모든 점이 나머지 모든 점과 연결된 그래프)의 수치는 9로, 11명 중 무려 9명이나 서로 패스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골기퍼를 뺀다면 정말 놀라운 수치다).
승부차기의 선택
축구경기를 볼 때 가장 떨리는 순간은 아마도 승부차기가 아닐까? 키커와 골키퍼 둘 만의 승부. 어느 상황보다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지만, 순간의 실수가 승부를 결정짓는 승부차기는 보는 사람의 심장마저 ‘쫄깃’하게 만든다.
승부차기의 해답은 ‘제로섬 게임’에서 찾을 수 있다. 제로섬게임이란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을 합하면 영(0)이 되는 게임이다. 승부차기에서 키커가 성공하면 골을 넣지만(+1), 골키퍼는 공을 막지 못했으므로 실패(-1)가 된다. 반대로 키커가 실패할 경우(-1), 골키퍼는 성공을(+1) 거둔다. 어느 경우에도 게임의 결과가 0인 제로섬 게임이다.
가장 합리적인 전략은 ‘안전 제일주의’이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그 상황에서도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승부차기라면 최악의 상황은 골키퍼가 키커의 슛 방향을 알아차리는 경우에 해당한다. 즉 나의 전략을 상대방에게 들켰더라도 확률적으로 그나마 슛을 성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골키퍼 왼쪽 방어 | 골키퍼가 오른쪽 방어 | |
키커가 왼쪽으로 슛 | 40% | 90% |
키커가 오른쪽으로 슛 | 60% | 30% |
예를 들어 키커와 골키퍼가 위 표와 같은 성공률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확률을 이용하면 각자의 관점에서 성공확률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키커가 오른쪽으로 찰 확률이 63.5%일 때 슛 성공률이 52.5%로 최대다. 이 점보다 키커가 오른쪽으로 차면 골키퍼가 오른쪽을 방어해 슛 성공률이 낮아지고, 왼쪽으로 차면 골키퍼가 왼쪽을 방어해 슛 성공률이 낮아진다. 반대로 골키퍼 관점에선 움직일 확률이 25%일 때 슛 성공률이 52.5%다. 만약 이 점보다 골키퍼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키커가 왼쪽을 노렸을 때 성공률이 높아지고, 골키퍼가 왼쪽으로 움직이면 키커가 오른쪽을 노렸을 때 성공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골키퍼가 오른쪽으로 25%의 확률(왼쪽으로 75%)로 움직일 때, 슛 성공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 키커는 63.5%의 확률로 오른쪽으로 차는 것이, 골키퍼는 75%의 확률로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각자 입장에서 최선의 전략이다.
강팀을 이기는 반전의 비밀은 1:0 또는 2:1
약팀이 예상을 깨고 강팀을 이기는 반전은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재미다.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쥘 비책은 무엇일까? 열혈 축구팬이자 물리학자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이인호 박사는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하는 흥미로운 시도를 했다.
이인호 박사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서 일어난 경기를 바탕으로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경우의 수를 따져 보았다. 경기에 참가한 팀 중에서 하위 5개의 팀과 상위 5개의 팀을 고른 다음, 평균 경기당 득점률을 비교했더니 3:7 정도였다. 즉, 하위 팀 중 하나가 평균 3점을 득점하면 상위 팀 중 하나는 평균 7점을 득점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비율을 토대로 강팀과 약팀이 경기를 한다면 강팀이 이길 확률은 70%, 약팀이 이길 확률은 30%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경기에서 두 골이 나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때 경우의 수는 2:0으로 약팀이 이기는 경우와 1:1 무승부, 2:0으로 강팀이 이기는 경우로 3가지다. 각각의 확률은 9%, 49%, 42%다.
세 골이 나오는 경우도 생각해 보자. 이때 경우의 수는 3:0 또는 2:1로 약팀이 이길 경우와 반대로 3:0 또는 2:1로 강팀이 이길 경우가 있다. 확률은 0.9%, 18.9%, 34.3%, 44.1%와 같다. 즉 약팀이 이기기 위해선 골 자체가 적게 나와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강팀을 상대로 할 때는 골 수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짜 보면 어떨까.
필자 소개 / 장경아
학창시절 수학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더 많은 독자들에게 재밌는 수학을 소개하고 싶어 수학동아 기자가 됐다. 실생활 속에서 신기하고 재밌는 수학 이야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