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토록 눈부신 4월의 제주에서 각잡고 앉아 후기를 쓰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네요..😂
숲과 바다와 산을 홀린듯 돌아다니다 이제서야 책상에 앉아 지난 목요일 수업을 곰곰히 되새겨보려 합니다.
그럼, 시~작!
지난 목요일 8주차 수업은 스트레칭을 생략한 대신, 멀리서 목표지 단산을 보며 슬슬 걷는 것으로 시작했지요?
따끈~한 봄볕에 쑥쑥 자라나는 마늘의 알싸~한 향을 맡으며 걸어갑니다.
그 날 낮최고 기온은 19도 였지만 구름 한 점 없는 날 제주의 봄볕은 제법 따끔따금했네요!
단산은 왜???
둥글둥글한 다른 오름들과 달리 우락부락 근육질의 모습을 지니고 있을까?
육지에 있는데 육성화산이 아닌 수성화산일까?
주변에 산방산, 송악산 등 유난히 '산'이 많은데 그 이유는 뭘까?
단산 탐방을 통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배워봅니다.
단산은 박쥐가 웅크린 모습처럼 보입니다. 제주사람들은 단산을 바구미(혹은 바굼지)오름으로 불렀습니다. 먼 과거의 제주어는 북방어에 근간을 두는데 북방어(우랄알타이어)로 박쥐를 바구미라고 한다니 딱 맞아떨어지는 이름이었지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바구미(바굼지)가 바구니로 변형되고 한자 좀 쓰는 이가 바구니 簞자를 써서 단산이 되었다는 생뚱맞은 플로우..이제 좀 익숙하죠?
주변에는 향교와 단산사 그리고 추사 김정희가 자주 들렀던 세미물 등 인문학적 요소가 많이 있어 인문학과 오름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 합니다. 거친 단산을 비교적 완만한 2탐방로로 올랐다가 계단길로 내려오기로 합니다.
해발 40m에 위치한 단산은 대부분의 육성오름들이 화산송이로 이루어진 분석구인 것과 달리 응회(굳을凝 재灰)로 이루어진 응회구입니다. 응회란 화산재입니다. 왜 화산송이가 아닌 화산재로 된 응회구가 된 것일까요?
폭발 당시는 주변이 바다였습니다. 1,200도의 용암이 분출되면서 물과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며 화산송이 형태에서 더 곱게 갈린 화산재가 된 후 가파르고 높게 쌓여 응회구가 된 것입니다. 단산은 제주의 23개 수성화산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수성화산이 폭발할 때 주변에 물이 적거나 마그마가 적을 때는 위로 폭발하지 않고 수증기를 내뿜으며 옆으로 퍼지면서 둥글게 펼쳐집니다. 이런 형태는 응회구가 아닌 '응회환'이라고 합니다.
성산일출봉은 응회구, 송악산은 응회환, 우도 새머리오름은 응회구, 단산도 응회구입니다.
제주는 용머리해안(120만년 전)일대의 땅이 전부였던 작은 섬이었지만 삼방산과 단산(80만 년 전) 등이 폭발하면서 점점 큰 섬이 되어갔습니다. 따라서 지층 순서로는 용머리와 함께 가장 먼저 생겨난 오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 시루떡처럼 보이는 단면은 재로 구성되어 매우 쉽게 부서지므로 절대 암벽등반같은 행위를 해서는 안됩니다.
잠시 5~10분 상간을 올랐을까요? 벌써 정상이야,싶게 시야가 확 트이는 첫번째 봉우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제주의 남서쪽 끝자락, 모살(모래)개(갯마을) 혹은 모슬포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옛부터 이 일대는 남태평양의 바람이 모래와 함께 직방으로 불어와 못살겠다 모살캐, 모슬포라고 했다합니다. 상모리 하모리로 나뉘어졌고 최근에는 다운타운으로 개발되고 있어 서귀포에서 가장 핫한 곳이라는 이곳은 예전 제1훈련소(1910~45년까지 일본이 설립하고 사용하였으며 한국전쟁 이후 1951~56년까지 한국 육군이 훈련소로 사용하였음)가 있던 곳으로 간호학교가 있던 자리에는 대정여고가, 군인들이 다니던 교회는 지금도 건물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제주 최초의 비행장인 알뜨르비행장(알뜨르는 아래에 있는 들판이라는 뜻)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몽고가 일본을 치기 위해 탐냈던 땅 제주는 시간이 흘러 일본이 중국을 공격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땅이 됩니다. 일본군은 모슬포 일대 오름마다 진지동굴을 파고 비행장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제주도민들의 억울한 희생이 있었을까요. 환생을 믿지는 않지만 그시절을 사셨던 분들은 꼭 이번 생에서 철없는 부잣집 손주로 살고계시길 바라봅니다!
제주에서는 보기 힘든 너른 평원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촬영한 후 야생의 대숲과 짧고 거친 오르막을 거쳐 다음 봉우리로 이동합니다.
지금까지 수업에서 다녔던 오름들에 비해 단산은 관리가 덜 된 야산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비교적 젊은피 저와 지영씨가 모두 미끄러졌다는!! 😂
학식과 덕망이 뛰어난 사람에게 子자를 붙이지요. 공자 맹자처럼요. 식물 중에 사람에게 좋은 영양을 주는 5가지에게 子자를 붙여줬는데요. 구기자, 오미자, 사상자, 복분자, 토사자가 그것들입니다. 주로 양기 보충에 좋은 성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수업 중에 사상자의 사촌쯤되는 전호나물을 보았습니다. 사상자 버금가는 약재라고 합니다.
약간의 고생 후 두번째 봉우리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도 일용할 양식을 나눠주시는 고마운 분들..늘 감사드립니다!! ^^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제주의 평원과 바다가 보이는 봉우리에서 맛있는 간식을 먹던 중,
그날의 하이라이트!!
선생님이 연주해주시는 오카리나를 듣는 호사도 누렸네요!!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옴마.. 제주의 하늘과 오카리나는 완전 찰떡이네요!!
앵콜곡이 더 좋았는데 제목을 모르겠네요..ㅡㅜ(나훈아 곡이였나요?^^;)
언젠가 나도 오름에서 한량처럼 우쿨렐레를 쳐보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되새기며..
정상에서 배운 것들 정리해드립니다! 전설과 역사가 결합되면 아주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답니다~!
1.
삼방산은 수성화산이 아니다. 점성이 끈적끈적해서 화산 폭발 후 용암이 넘치지 않고 천천히 흘러내려오면서 굳고 그 위를 또 흘러 내리면서 굳어서 점점 둥그런 돔 형태가 된 것. 그런 것을 라바돔이라고 한다. 용암 종상형 화산이라고도 함. 이런 오름이 제주도에 9개 있는데 예를 들면 각시바위, 식산봉, 한라산의 왕관릉, 삼각봉 등이 돔형 화산이다. 작은 제주 땅에 수성화산, 육성화산, 돔형화산 등 다양한 지질형태들이 있어 2010년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선정된 것이며 용머리해안 권역이 그 핵심지역이다.
2.
삼방산처럼 평지에 불쑥 솟아있는 평지 돌출형 지형에서 영웅이 나온다고 하여 진시황이 보낸 고종달이 와서 보니 과연 군왕지지(군왕이 태어날 자리)더라. 그래서 칼로 3번을 내려치니 용머리가 엉엉 울었다더라. 그 때 피에 물들어 지금도 용머리가 시뻘겋다고. 고종달이 당시 모든 지맥과 수맥을 다 잘라서 제주에 물도 귀하고 인재도 잘 나지 않았다~~라고
3.
삼다수는 지하 420m를 파야 나온다. 그 전에는 깊게 팔 기술이 없으니 지하수가 다 짰다. 제주시는 그나마 담수로 정제해 마시곤했으나 성산, 세화 등 시골에서는 다 짠물을 먹었다. 그게 다 고종달 때문이다~~
정상에서의 교육과 휴식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계단길은 경사도 가파른데 계단은 좁아 왕발인 제게는 꽤나 조심스러운 코스였습니다!
여기저기 수리가 시급한 상태여서 서로를 살피며 안전 하산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려오면서 본 식물들 복습해봅니다. 제가 들은 것만 겨~~~우 정리했으니 몇 개 빠져있더라도 그러려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선생님께 귓속말) 이 두가지에 대해서는 말씀해주지 않으셨는데..
-주변에 산방산, 송악산 등 유난히 '산'이 많은데 그 이유는 뭘까?
-주변에는 향교와 단산사 그리고 추사 김정희가 자주 들렀던 세미물 등 인문학적 요소가 많다..
산이 많은 이유는 예전 수업에서 배운대로 주변에 향교가 있고 문인들이 많아 한자인 '산'이 많은 거지요?^^
저희가 워낙 훌륭한 스승의 훌륭한 제자들이라 이정도는 알지만..ㅋㅋ 담에 또 가르쳐주세요~~^^
와우~ 정오 즈음에 시작한 후기가 4시 반이 넘은 이제서야 끝나네요~~
지금까지 후기를 작성하신 분들, 앞으로 작성하실 모든 분들께 존경을 바치며 이만 총총합니다~^^
반바지 이소영 씀.
Special thanks to 사진 공유해주신 모든 분들~!
첫댓글 에구구 긴글 쓰시느라 폭삭 속았수다게.
식물은 너무 많이 배워서 다 기억 못했는데 후기를 보며 또 배웁니다.
복습을 목표로 열심히 정리했습니다~^^;;
엄살쟁이 같은 소리하기 있기 없기??
별로 힘들인 것 같은 느낌이 안 들어요 ㅋ
집중이 풀렸나?
단산으로 가다가 군산으로 빠지고ㅎㅎ
엄청 수고 했음을 칭찬합니다.
수고했어요~^^
헉..왠 군산.. 머리가 잠시 안드로메다로 간 것 같습니다..^^;;
와우,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
특히 지질학적 내용이 정리가 잘 되어있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빠짐없이 정리해주셔서 복습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후기를 쓰면서..이래서 선생님이 후기를 시키시는구나~깨달았습니다~^^
쏘영언니의 8주차 수업 후기, 정말 정성 가득, 생생하게 기록해주셨네요! 교수님의 오카리나 연주를 들으니 또 다시 그때의 감동이 밀려오네요!
단산의 지질과 전설, 그리고 따뜻한 수업 분위기까지 잘 담아내시느라 고생 많으셨네요
그나저나 넘어진데는 괜찮아요?
저는 여기저기 다 멍들언요👉🏻👈🏻🙈🙈
지영씨처럼 감성돋는 좋은 후기를 쓰고싶었는데 그냥 수업 필기처럼 돼버렸어~아무나 그렇게 쓸 수 있는게 아닌게벼~~~^^; 난 발목이 좀 욱씬거려..ㅎㅎ
와우~~~
양으로 승부를 보다니,
회사였다면 반려각~~ㅋㅋㅋ
농담이구
서울다녀오고 이런저런 바쁜척하느라
수업가기전에 잠간 짬내어 봅니다.
정성과 알찬 내용 가득한 후기 재밌네요, 선생님 말씀 다시 되새기며 복습해볼수 있는 후기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정도면 거의 받아쓰기죠?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