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안경으로 본다는 것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인간을 인문학적인 시선이 아닌 동물의 연장선에서 관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유사한 책의 시조는 영국의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1928~) 박사의 『털 없는 원숭이 The Naked Ape』, 『인간동물원 The Human Zoo』 입니다. 그리고 네덜란드 출신의 미국의 영장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모리대학 심리학과 프란스 드 발 교수의 『침팬지 폴리틱스』입니다. 이 책도 반드시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심리학의 발전에 최대 공헌 학문은 비교적 최근에 연구된 뇌과학입니다. 그리고 영장류학과 동물행동학입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캠브릿지대학에서 시작하여 미국의 에모리대학, 듀크대, 독일의 막스플랑크 인간진화연구소 등이 있습니다. 동양에 가장 권위 있는 대학은 일본의 교토대학입니다.
유전적으로 98.7% 유전자 배열이 같은 침팬지와 보노보, 그리고 고릴라와 오랑우탄을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인간의 깊은 뿌리를 알아내는 학문입니다.
저자 마크 넬리슨은 벨기에 출신으로 우리에겐 좀 생소한 행동생물학이라는 학문의 대가입니다.
[P.9] 우리가 쓸 안경은 공상과학소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다윈이 우리에게 물려준 안경이다.
찰스 다윈의 업적과 통찰력은 20세기에 들어서야 겨우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의 업적은모두가 생각하듯 생물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이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응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여러 세대에 걸친 환경의 변화가 인간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려주었다.
또한 이 변화 과정은 자연선택설의 영향 아래 놓여 있으며, 그 개념은 결국 진화론까지 이어진다.
우리의 눈에는 이 세계가 단순하게만 보이겠지만, 다윈은 그 특별한 안경을 쓰고 바라본 덕에 더 많은 진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안경만 쓴다면 우리도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만 볼 수 있는 세상의 이면을 알 수 있다. _머리말
[P. 12] ‘의식’은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초월한다. 오늘날에는 다행히도 폭넓고 현실적인 관점의 행동생물학이 등장했다. 바로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말이다. 다윈은 이 질문에 더욱 접근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안경을 선물했다. _ 머리말
[P. 20] “설마 지금부터 다윈이 팁에 대한 논문을 썼다고 강의하려는 건 아니지?”
그러면서 나를 한 대 툭 치는 그녀의 눈에서 나에 대한 사랑의 온도가 10도는 내려간 것을 볼 수 있었다.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논문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있긴 한 모양이지? 어디 한번 얘기해봐.”
아, 여자들이란.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고 성장해서 스스로 자기 아이를 돌볼 수 있을 때까지 필요한 모든 보살핌을 받는다.
또 아이들이 아플 때 치료해줄 의료 기관도 곳곳에 널렸다.
아이들 스스로 그 대가를 치를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모든 엄마는 자신이 있든 없든 아이가 잘 자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아이에게 충분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학교가 있고, 아이를 나쁜 사람들에게서 보호하려는 정치와 정의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계를 십만 년 전으로 돌려보면,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도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오랜 세월동안 종교, 정치, 철학에 가려져 있던
인간의 적나라한 행동을 들여다보다
“우리가 하는 행동을 찍은 다큐멘터리가 있다면 화성인조차 그것을 보는 데 중독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그 흥미진진한 쇼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머리말] 중에서
한 남자가 야외 카페에 앉아 있다. 조금 전 계산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그는 어린 여자 직원을 발견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 여자 직원에게 주문을 하더니 후한 팁까지 준다. 물론 조금 전 다른 남자 직원에게 팁 같은 건 없었다. 남자란 원래 그렇지 않은가?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남자는 왜 어린 여자 직원에게 팁을 주면서 굳이 자신을 과시하는 것일까?
멀리 다른 테이블에 앉아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지켜보던 저자는 다윈의 이론으로 봤을 때 당연한 일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남자의 머릿속에 활성화되어 있는 ‘번식에 대한 본능’이라는 프로그램이 어린 여자를 본 순간 남자의 귀에 속삭인다는 것이다. ‘내가 당신 아이의 엄마가 될 만한 사람을 찍어주면 망설이지 말고 인심을 써요’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긴다고 믿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진화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행동에 종종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우리의 상식이나 의지보다는 진화라는 오랜 세월동안 만들어져 온 프로그램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에는 수십만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적응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지난 수세기 동안 인간의 행동은 그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볼 여유도 없이 종교와 정치,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통제되어 왔다. 그러다 근대에 이르러 비로소 우리의 행동을 규정된 것이 아닌 인간과 함께 진화한 생물학적 특성의 하나로 인식하게 되었다. 인간의 행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연구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인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를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류는 24시간 접근 가능한 행동생물학 최고의 실험대상이다’
인간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가장 솔직하고 조금은 발칙한 행동생물학
길을 걷다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카페, 슈퍼마켓, 버스, 음식점, 병원 대기실 등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모든 장소에서 행동생물학을 위한 적절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인류는 24시간 접근 가능한 행동생물학 최고의 실험 대상인 것이다. 다윈주의는 우리에게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고, 그를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선사했다. 당연히 남녀노소 누구나 그 지식을 알 권리가 있다.
이 책은 어렵고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다. 읽는 데 심리학이나 생물학에 대한 배경지식은 필요 없다. 어려운 지식 없이도 다윈의 이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짤막한 에피소드 형식의 글을 모아놓았다.
이 짧고 일상적인 글에는 ‘회의 시간에 왜 팔짱을 끼는가?’, ‘왜 사람은 피부색이 다를까’ 와 같이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사소한 질문부터 ‘나는 왜 고통을 느끼는가’, ‘진짜 내 모습은 무엇일까’ 와 같이 심오하고 근본적인 질문까지 다양하게 담겨 있다.
다윈의 시선으로 우리의 행동을 돌아보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지만 가끔은 마음 한 구석이 뜨끔하기도 한다. 혹시 인간은 진화를 같이 거쳐 온 지구상의 생명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함부로 배척하고 있지는 않은가?
벨기에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행동생물학자이자
국제동물행동학자 위원회 벨기에 대표
마크 넬리슨의 시니컬하고 유쾌한 ‘인간동물 관찰기’
“이 책을 읽는 데 사전 지식이나 생물학 또는 심리학에 대한 배경지식은 필요 없다.
매일 밤 부담 없이 베어 물 수 있는 과학이라는 군것질.
우리의 행동에 대해 배우는 데 더 필요한 것은 없다”
- [이야기를 마치며] 중에서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이야기하면서 거창하고 딱딱한 이론을 설명하는 대신 볕 좋은 카페의 야외 테라스로 나가 사람들을 관찰한다. 수십만 년을 함께 진화해온 모든 생명체, 다양한 인종, 그리고 각양각색의 다른 성격과 행동을 가진 사람들. 다윈의 안경을 쓰고 보면 이들 중 누구도 우월하지도, 항상 옳지도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때때로 우리의 삶에 찾아드는 불안과 의심을 물리치는 데 신앙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인간은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동시에 수십만 년의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된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특별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
다윈이 우리에게 안겨준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지식’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이 책은 쉽고 재미있고 풀어주고 있다. 다윈주의를 통한 이해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면 지나친 낙관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이 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모인 장소라면 어디든지 나타나서 다윈의 이론을 들먹이는 이 유쾌하고 시니컬한 행동생물학자와 함께 인간의 행동을 그린 이 책의 풍경을 산책해 보도록 하자. (알라딘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