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실컷 쓰고 났더니 휘리릭 날라갔어요.
나 원참, 다 큰 어른이 울 수도 없고...
그래서 지금 시각 11시 45분 3탄을 다시 씁니다.(훌쩍)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6시 기상, 7시 아침식사, 8시 출발~
지난 밤에도 분명 뭔가를 마셨는데...아마도 박기자가 내기에 져서 와인을 낸 것이 분명할 텐데
왜 무엇을 마셨는지 생각이 나지 않지요?
누구 아시는 분 가르쳐 주세요.
어쨌든, 우리는 연속 8박 9일동안 매일 밤마다 맥주 또는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그렇게 된다면 박신식샘도 나도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것일 터....
이규희 샘도 그런가?
유머러스한 폴란드 한국 청년 가이드는 참 아는 것도 많았다.
아마도 공부를 많이 한 모양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가이드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느끼는데
이 가이드는 나름대로 역사의식도 있고 주관도 있어 보였고, 게다가 말도 잘 했고, 얼굴도 괜찮게 생겼고, 키도 컸고...가장 중요한 것...유머감각이 뛰어났다.
우리가 오늘 갈 곳은 비엘리츠카...비엘리츠카는 '커다란 소금'이란 뜻이다.
이 소금광산은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에 발견, 연간 7500만톤을 파내어 사용한다고 한다.
현재는 소금을 캐지 않는데 그 이유는...지하 광산에 흐르는 지하수를 정제해서 먹기 때문이란다.
지하 135m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782개의 계단(세어보지는 않았지만)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광산 내부는 가이드 투어로만 볼 수 있는데 대략 2시간 쯤 걸린다.
이 투어로 볼 수 있는 것은 전체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니, 소금광산의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짐작조차 못할 지경이다.
지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소금으로 만든 예술품들은 모두 여기에서 일했던 광부들의 작품들이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일하던 광부들의 하루 일상을 상상해 보자.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소금을 캐고, 시간이 남으면 소금덩어리를 깎고 갈아 예술품을 만들었던 그들....
비록 아마츄어였지만 빛나는 예술품임에는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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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광산의 수호성인은 킹가공주이다.
폴란드의 왕자 볼레스와프와 결혼한 헝가리의 킹가공주는 결혼 지참금으로 마르마로쉬 소금광산의 일부를 받았다지요.
헝가리를 떠나면서 킹가공주는 소금광산에 자신의 약혼반지를 던졌고
그리고 크라카우(크라쿠프)로 가던 도중 지금의 이 소금광산이 있는 비엘리츠카에서 소금광산을 발견한 것이지요.(믿거나 말거나)
소금의 가치가 대단했던 그 옛날, 폴란드의 왕과 권력자들은 본격적으로 소금광산 개발에 달려들었으리라.
여기서 우리는 광부들의 고달픈 삶을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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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광산을 안내하는 광부 할머니와 함께 찰칵~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이 나라가 바로 선진국 아닌가.
늙었다고 뒷방 차지하고 앉아 있기보다는 어떤 일이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의 환한 미소 때문에 어두침침한 지하 소금광산이 더욱 빛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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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35m 에 위치한 킹가성당...킹가공주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성당인데
그 정교함과 섬세함은 우리 입을 딱 벌어지게 했다.
폴란드에서 유명한 것은 보드카란다.
그래서 이규희샘과 박신식 샘 그리고 나는 보드카 한 병씩을 샀다.(15유로)
*폴란드 보드카 먹는 법-
1)보드카를 냉동실에 넣어 차게 한다.(보드카는 냉동실에 넣어도 얼지 않는다)
2)보드카와 1:1의 비율로 콜라 또는 오렌지 주스 또는 사과 주스를 섞어 마시면 된다)
언제 산모퉁이에 오시는 분들에게도 한번 대접해 볼까나.
참! 이규희샘과 나는 비엘르치카 미용소금도 샀다(10유로)
조그만 용기에 담긴 소금은 색깔부터 환상적이다.
빨강, 파랑, 주황, 노랑 소금은 색깔과 향만 다를 뿐 효과는 똑같다고 한다.
목욕물에 타서 쓰거나, 손바닥에 녹여 얼굴에 바르고 30초 동안 세안하면 다음날 아침 뽀송뽀송한 피부를 경험할 수 있다니....
나같이 미용에 관심없는 사람은 꼭 한번 해볼 일이다.(피부가 뽀송뽀송해졌는지 지켜보세요.)
점심(치킨, 감자, 야채, 커피)을 먹고...
참! 맥주도 마셨다...폴란드 산 츠비엑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또 다시 길을 떠났다.
타트라 산맥이 있는 슬로바키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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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오는 동유럽의 집들은 지붕 경사가 무척 가팔랐다.
슬로바키아로 갈수록 웬지 집들이 조금 낡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실제로 GNP가 낮다고 한다)
우리가 배웠던 체코슬로바키아는 지금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뉘어져 있다.
왜 나뉘어졌을까?(책에서 보니까 1990년 6월 민주정부인 체코슬로바키아 연방공화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는데...그 후에 어떻게 나뉘어졌는지는 안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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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둥둥 떠다니는 하얀 조각구름...
타트라 산맥-1/4은 폴란드 땅이고, 3/4는 슬로바키아 땅이다.
국경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30분 경...
여기서 또 다시 느릿느릿 유럽인들의 입국 심사를 받고 목적지인 호텔에 도착한 것은 6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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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환상이다!
핑크공주에서 녹색공주가 된 이규희샘은 아무리 봐도 유럽에 어울리는 여자다.
우리는 입을 쩍 벌리고 멀리 보이는 타트라 산맥을 구성하고 있는 작은 봉우리들을 바라보았다.
호텔 또한 환상이다.
타트라 산맥의 최고봉은 2655m, 2400m 이상인 봉우리가 5개나 된다고 한다.
우리가 머물 호텔은 해발 890-900m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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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악도시 타트라에서의 1박은 영원히 우리 가슴에 남을 것이다.
동계스포츠(스키)와 산악 스포츠(자전거 하이킹, 트래킹)의 천국인 타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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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그 자체가 예술이다. 예쁜 가게들이 늘어선 타트라의 거리...
저녁을 먹고 서둘러 기념품점으로 향했으나 야속하게도 모두 문을 닫았다.
이 사람들은 정시에 문을 열고 정시에 문을 닫는다.(오전9시~오후6시)
우리 나라 사람들 같으면 관광객이 원한다면 밤새도록이라도 문을 열고 물건을 팔 텐데....
이 모든 것이 사회복지가 잘 된 탓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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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저녁 와인을 마시려고 모인 사람들은 바로 이렇다
우리 삼남매(타칭), 대한항공에 근무하신다는 용띠 부부(용띠 이규희샘은 이 날 3용회를 결성하였다)
진주에서 올라왔다는 예쁜 유치원 교사 4명.
이상하게도 혼자서, 그것도 패키지로 여행왔다는 24살 총각 치호..
그리고 박신식 샘의 룸메이트로 무거운 카메라 가방 두 개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고 다니는 박기자.
모두 11명...축구팀을 결성할 수 있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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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그냥 사서 마시는 것보다는 게임을 해서 마시는 게 낫겠다는 우리들의 꾀임에 빠진 8명의 여행객들...
박신식샘은 많이 해본 솜씨를 발휘해 잽싸게 사다리 게임판을 만들었다.
와인 1병, 와인 2병, 안주...그리고 꽝! 여기서 꽝은 그냥 얻어먹는 꽝, 아주아주 좋은 꽝이다.
우리는 사실 어린 유치원 교사나 24살 총각에게 와인을 얻어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맙소사....
어린 그들이 와인을 사게 되고, 안주를 사게 되고...
깔깔 웃으며 사다리게임을 하고 치즈를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는 동안
타트라 산맥의 어느 작은 산골 마을 '비소케 타트라'의 밤은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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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산보를 하는 동안 눈을 즐겁게 한 건..바로 요 작은 꽃들이었다.
사람 못지 않게 행복한 이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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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접어드는데도 꽃을 피우는 민들레.
깨끗한 공기, 맑은 하늘, 예쁜 꽃들...
이곳이 바로 천국이요, 무릉도원이다.
박신식 샘은 우리보다 더 일찍 일어나 타트라 산맥의 한 작은 봉우리를 정복하고 돌아왔다.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했다.
동화의 씨앗 하나를 품고 온 그의 얼굴이 반짝였다.
언젠가 그 씨....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겠지.(부럽다!)
안녕, 비소케 타트라여.
너를 영원히 잊지 않으마.
언제 이곳을 다시 올 날이 있을까? -4편에서 계속-
4편 예고- 동유럽의 파리가 불리는 부다페스트로 날아갑니다.
아름다운 다뉴브 강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쓩~
첫댓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 같이 실감니는 여행기, 낭만의 도시 부다페스트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ㅎㅎㅎ 마치 옆에서 종알종알(? 앗 죄송 선배님께 ㅋㅋㅋ) 이야기 듣는 느낌
재미가 있을래나 모르겠어요. 작가라는 것 때문에 여행기 쓰기가 더 두렵고 신경쓰이네요.
다 쓴 글을 날렸을 때의 속상함이라니요... 그래도 쌤 기억 속에 모두 있잖아요..?
이규희선생님 뵌 적은 없지만,, 환상적인 패션감각이셔요,,,,
패션감각, 많이 배웠습니다. 저도....
맨 위에 사진, 하얀 옷을 입은 여인들~~멋지네요~~
제 눈에도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