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 책은 여성보다는 남성의 손에 더 많이 들려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더욱 필요한 책이다.
내가 크라브 마가를 배우게 된 계기는 평범하다. 전신을 활기차게 움직이는 운동이면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하고, 내 안전까지 책임질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크라브 마가를 배우면서 ‘내가 왜 이제야 이것을 알게 되었나? 미리 알았다면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고, 그 다음으로 많이 한 생각은 ‘더 많은 여성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찬 성격과 큰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나도 여자로서 매우 불쾌한 기억과 경험을 갖고 있다. 등굣길에 바바리맨을 본 적이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성추행을 당해본 적이 있다. 아파트 복도에서 목조르기를 당해 본 적이 있고, 길을 걷는데 자동차가 옆에 서더니 길을 물어보는 척하면서 나를 차에 태우려고 한 적도 있다. 아파트 단지 안을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가 뒤에서 다리를 쓰다듬고 달아났는가 하면, 직장에서 매우 불쾌한 음담패설을 들은 적도 있다. 회식 자리에서 춤을 추라거나 술을 따르라는 몰상식한 요구를 받은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너무 당혹스럽고 창피했고, 어떤 행동을 했다간 오히려 해코지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무서워서 잠시 얼어붙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용기를 내서 하지 말라고 말하거나 피했고, 운 좋게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지금 KMG 크라브 마가의 기본 과정과 특화된 여성 셀프 디펜스 과정을 이수한 인스트럭터로서 크라브 마가를 가르치고 있다. 크라브 마가를 배우고 가르칠수록 인간의 본능적인 움직임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매우 간단하고 효과적인 테크닉에 감탄한다.
그러나 정말 안타깝게도 ‘여성들을 위한 호신술’ 기술이나 교육들은 여성이 살아가면서 강간을 당할 가능성이나 강간 후 살인이라는 끔찍한 확률과 통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정보는 중요할 수 있지만, 정말 무섭고 끔찍한 상황만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가르쳐주는 기술들은 꺾거나 조르거나 넘겨서 남성 공격자를 제압하는 방법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범죄자 또는 공격자들이 약해 보이는 상대를 고른다는 현실을 보자면, 제압에 초점을 맞춘 셀프 디펜스는 너무 현실적이지 못하다.
육체적 능력, 힘,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효과적으로 금세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또 ‘야한 복장’이나 ‘밤늦게 귀가’하거나 ‘술집이나 클럽에서 노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며, 예방책이라고 하는 것은 여성의 삶을 제한하고 자유를 제약하고 여성의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기 때문에 셀프 디펜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고, 위험을 예방하며 필요할 때 효과적으로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셀프 디펜스의 본질이다.
크라브 마가를 가르친 지 일 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운 좋게도 훌륭한 여성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을 할 때 나는 그녀들의 눈빛, 표정, 호흡, 움직임, 목소리, 몸짓을 본다. 우리는 대체로 즐겁게 수업한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테크닉을 배울 때면 그녀들은 긴장하고, 흥분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며, 쑥스러워 한다. 얼굴이 하얗게 되기도 하고, 손을 바르르 떨기도 하고, 테크닉을 순간 완전히 잊어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녀들이 단 3초 만에 변하는 모습을 보았다.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상황을 이해시키고, 연습하는 테크닉을 더 현실적으로 훈련하게 만들었을 때가 꼭 그랬다.
나는 이제 ‘더 많은 그녀들’에게 안전하고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해 크라브 마가를 권한다.
2014년 6월, 스쿨오브무브먼트에서
최하란
[등록안내] 7월13일 KMG 크라브 마가 세미나와 <크라브 마가-무장한 공격자에 맞서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
한국어 출판 기념 저자 방한 사인회 → http://cafe.daum.net/gaiayoga/V6Bm/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