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에서 “책”은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인상과 관념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지혜의 샘이며 정보전달의 존재일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따분하고 재미없는 도구로 여겨진다. 돌이켜보면, 유년 시절의 나에게 책이란 재미없는 도구를 넘어 혐오의 대상이었다.
당시의 어머니는 자식 교육의 일환으로 독서를 장려하셨지만, 그 방식은 나에게 매우 폭력적이었다. 하루에 지정된 책을 읽지 않으면 밥 즉,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 책을 강제로 읽으면서 나의 지혜의 샘이 넓어지는 것이 아닌, 책에 대한 혐오와 싫은 감정만 층층이 쌓여갔다. 그렇게 나는 성장했다. 영원히 책과 친구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년 시절의 옷을 벗고, 청소년의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성장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확장하면서 난 세상을 터득하고 이해하며 알고 싶다는 갈증을 겪게 된다. 학교 공부가 그 갈증을 온전히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신문을 보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터득했다. 신문은 분명 세상을 이해하는데 효과적인 매체였지만, 논리와 이성에 갇혀 인간이 가져야 할 감수성, 마음의 유연성을 담지 못했다. 신문을 읽을수록 오히려 나의 감수성은 로봇화되어 딱딱하고 무미건조해졌다. 이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나게 되었다. 대화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아닌, 나의 논리와 근거가 무조건 옳다는 독불장군식 태도가 발현되게 되었다. 즉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갇혀 타인과의 소통의 단절을 불러왔고, 결국 이는 세상을 무기의 장막으로 보는 현상에 갇혔다.
타인, 그리고 공동체의 대화, 의견을 유연하게 듣는 능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유년 시절에 가졌던 책에 대한 혐오적인 정서, 도구로서의 책이 나에게 필요의 존재로서 비로소 다가오게 되었다. 책은 신문 기사와 달리 책을 쓴 저자와 내가 책을 읽은 행위를 통해 글 안에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인상을 주었다. 책을 통해 나의 고집과 자기주장을 잠시 버리며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생각과 비교하여 수용하는 하나의 과정을 만들어 주었다.
특히 헤르만 헤세의 책인 “싯다르타”는 나의 수용하는 자세를 터득하는 기폭제가 되어준 책이었다. 불교의 궁극적인 가르침으로 여겨지는 인간의 고통의 소멸을 내 주변의 사물, 대상의 존재성을 부여하여 만물이 화합하고 생동하는 세상으로 바라본다. 이것이 인간이 고통의 멸하게 되는 태도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보는 책이 단순히 도구의 가치가 아닌, 하나의 생동하는 존재라고 여기게 된다. 결국 책을 통해 나는 나의 감수성과 지식이 세상과 같이 생동하고 살아있게 만들어 주는 다리의 역할을 해주는 존재라고 여기게 되었다.
이렇듯 책은 내가 성장하면서 많은 인상과 생각을 나에게 주었다. 타자화되고 혐오적인 도구에서 나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생명력과 나의 지혜를 확장하게 해주는 “존재”로써 말이다. 앞으로도 내 옆에서 친구,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 같은 역할을 해주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같이 걸어가는 존재로 나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첫댓글 '싯다르타' 문단을 추가하셔서 책에 대한 대권님의 생각변화가 좀 더 효과적으로 느껴졌습니다.(주장만 늘어놓는 것보다, 본인의 경험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글 전반적으로 경험과 생각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있어서 완성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책을 저자와 '대화 및 소통할 수 있는 소재'로 말해주시며 신문과 비교해 주셨는데, 이에 대한 임팩트있는 설명이 5문단에 나왔다면 더 설득력 있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기사는 이렇게 표현하고, 책은 이렇게 표현한다와 같이 비교가 확연히 드러나면 좋겠습니다.
'싯다르타'를 예로 들으셨으니, 불교사상에 대한 기사 문장 하나와 책문장 하나를 발췌하셔서 비교분석하고 그 뒤에 대권님이 쓰신 '불교의 궁극적인 가르침으로 여겨지는~'문장이 나오는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대권님의 삶에서 강압적인 환경에서 책이 줬던 부정적 영향, 책 '싯다르타'를 기점으로 비로소 책이 소통의 도구로서 긍정적인 영향으로 발현하게 된 흐름을 유기적으로 서술한 흐름이 좋았습니다. 본인의 경험과 연결시켜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친구로서 나의 감성을 일깨우고 생동하게 만드는 존재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명백한 변화의 대비도 그렇고요.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이를 반추하며 개선을 위해 나아간다는 자전적인 이야기가 잘 녹여져 있어 자연스럽게 읽어나갈 풍부한 글이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