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를 마치고****둘째날 [2/4]
작성자:구름에 달 가듯이
작성시간:2007.08.07 조회수:9
댓글3
8월2일 새벽 3시30분 잠에서 깬다. 달이 밝아 걸을만하기에 랜턴을 준비해 떠나본다.
노고단(1507m) 정상을 지나 울창한 숲길로 접어들면서는 달은 보이지않고 깜깜 절벽이다.돌 바위등의 너덜길에다 앞뒤로 아무도 없으니 제대로 가고있는지 계속 유여사님께 묻는다.
무서우면서도 그리운 것이 사람이라던가.
돼지평전을 지날즈음 날이 밝아오고 쌍계사 방향으로 하산할 수있는 피아골 삼거리 갈림길이다. 이어서 1500m 고지에 사계절 샘물이 풍부하다는 임걸령에서 오이와 떡으로 요기를 한후 식수를 보충하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노고단으로부터 4.5km를 걸어 도착한곳이 노루목이다. 이곳에서 반야봉과 천왕봉의 갈림길이다.
지리산 종주코스에서 지리산 제2봉격인 반야봉은 대개 지나치는 곳인데 용기를 내 보기로했다.
갑자기 오르막이 시작되고 숨이 턱턱 막힌다. 왜 이리 배낭은 무거운지 천근 만근이다.
나무밑에 짐을 내려놓고 맨몸으로 오르기로했다.
곳곳에 곰 출현지역이라는 게시판이 자주 보인다.
큰 곰을 만나 어찌할수 없을때는 급소를 가리고 쪼그리거나 엎드리라는 그림까지 상세하다.
드디어 반야봉!
사방을 둘러봐도 첩첩 산중에 우뚝 솟은 봉우리들만이 우리를 응시하며 여기 왜 왔느냐고 묻는다.
다시 뱀사골 삼거리를 지나 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의 경계 봉우리인 삼도봉에 이른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뒤로는 출발지인 노고단에서부터 낑낑대고 올랐던 반야봉이 지척이다. 다시 길을 재촉한다.
지리산 주 능선중 해발고도가 가장 낮다는,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의 문물과 인심이 넘나들던 화개재(1360m)로 551개의 멋진 나무계단을 무릎 상할까 천천히 내려간다.
다시 한숨돌리고 토끼봉을 향해 올라치던중 산길 가까이에 새끼 맷돼지가 부스럭 거리고 있다.
어미가 나타날까봐 멀리서 구경만하고 명선봉을 지나 1시쯤에야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한다.
이곳은 식수가 풍부해 라면을 끓여 햇반 소세지와 함께 충분히 영양섭취를 하고,
뙈약볕에 웬 사람은 그리 많은지...
짐을 꾸려 가던중, 길옆 그늘에서 누워 15분 휴식을 취하고 2.1km를 걸어,
도를 닦던중 여자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위해 서로 등을 대고 오래있다 굳어졌다는 형제봉에 도착,
잠시후 또 갈길을 재촉한다.
여기서 벽소령까지는 완전히 돌과 바위로 이루어진 너덜너덜 너덜길이다.
쉬운 구간이 있겠냐마는 가장 힘든 코스였던 것 같다.
6시가 다 되어서야 오늘의 목적지 벽소령 산장에 도착된다.
오늘 하루 16.5km 15시간을 걸어온 셈이다.
대피소 예약이 되지않은 산꾼들이 앞마당에 가득 잠자리를 핀다. 밑에 취사장으로 내려갔더니 그곳마당에도, 또 취사장에 물은 없고 잠자리를 마련하기위한 사람들로 화장실옆에도, 현관에도,중앙홀에도,비박하는 사람들로 200여명은 족히 되어보인다. 전시를 방불케한다.
또 이곳 벽소령 대피소는 워낙 사람이 넘쳐나다보니 식수도 찔끔찔끔 나오다 멈춰버린다. 물 사정이 가장 않좋은 대피소인듯 싶다.
어디서 밀려왔는지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져 앞 뜰에 있는 사람도 분간하기 어렵다.
이태백이 놀던 달보다 더 아름답다던 그 유명한 벽소 명월을 기대했는데....
내일을 위해 잠이나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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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2007.08.07메뉴
첫댓글대화하니까 재밌네 어쩜 쓰자마자 텔레파시라도 통했나?
답댓글
구름에 달 가듯이작성자
2007.08.08메뉴
그러게 말예요. 등록하자마자 인데.
어머나!
2007.08.12메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고생도 많이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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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래서 기록을 해야되나봐. 넘 재밌고 그 날로 돌아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