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더위 훈증한 날에
청계를 찾아가서
옷벗어 나무에 걸고
풍입송 노래하며
옥수에
일신진구(온몸에 낀 먼지와 때)를
탕척함이 어떠리 .... 김수장
청주 같은 곳은 물난리가 날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는데...ㅠㅠ
밤새 내린 비로 푸르름은 더하고...
바람은 선들선들....
장마와 무더위 중에 이번처럼
상쾌하게 걸었던 기억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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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기풍류는
신흥역에서 시작이다.
대합실에 올라오니 이런 의자와 테이블이 기다리고 있다.

대전지하철 1호선 대합실들의 테이블이
보통 플라스틱으로 만든 획일적인 것들인데...
주물로 만든 소품 하나로 공간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서
사진 한 장 찰칵!
이때 사진 찍는 소리를 듣고 여성 역무원이 다가왔다.
테러 등의 이유로 역내에서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취지로... 혼났다...ㅠㅠ
아마도 테러범이나 도찰 범죄자로 오인을 한 듯...ㅋㅋ
혼은 났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여성 역무원의 부드러운 태도와 말투가 나를 충분히 납득시켰기 때문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저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
역시 여성의 섬세함... 뭐 이런 것들을 그 짧은 순간에 생각 했다.
오늘도 다른 날과 같이 영역표시 확실히 하고...ㅋㅋ
3번 출구로 나선다.


길게 서있는 방음벽 중간 쪽문으로 들어서 걷는다.
뒤로 식장산의 철탑도 가까이 보이고...
이 지역은 대동천의 상류에 해당하는데...
하천을 복개해서 큰 길을 냈고
한눈에 봐도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을 정리해서 집들이 들어서 있다.
주택이 노후한 걸로 봐서는 한 40년은 더 전에 조성이 된 것 같은데...
<신흥>이라는 이름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본격적으로 마을 뒷산에 오르기 전 비탈에 지어진 집 울안의 감나무에 감열매가 다닥다닥...
거센 비바람 이겨내고 잘 버텨줘서 대견해서 한 컷!!


또 특이한 구조의 차량 발견!!
캠핑카일 것 같기도 하고
이동이 잦은 현장일 하는 분의 이동숙소 일수도 있겠고
한때 캠핑카에 필이 꽂혀서 접했던 자료에서 본 별난 캠핑카의 반열에 포함시켜도...ㅋㅋ
용방마을 319동 옆으로 난 산길을 들어서면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 육각정에 도착한다.

오늘은 3곳에서 풍류를 했는데 1차 풍류 장소이다.
소금으로 수제천가락 한번 불었다.
걷기풍류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소금불기가 쉽지는 않다.
단소로는 세령산을 불었다.
여름은 여름인가보다 아직 9시 정도인데 상령산이 아니라 세령산이 어울리는 걸 보니...ㅎ

2차 풍류장소인 팔각정으로 이동하는 중에
등산용 로프를 이용한 소박한 그네를 하나 발견했다. 누구의 작품일까?
잠시 앉아서 만든 의도를 상상하자니 흐뭇한 생각이...ㅎ
신흥역 걷기 코스에서 내가 보통 풍류장소로 택하는 팔각정이다.


특별한 조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방문할 때마다 늘 상쾌함이 좋다. 주변에 소나무들이 많아서 일까?
특히 비온 다음날에는 솔향이 더욱 좋다.
이곳에서는
요즈음 폭 빠져있는 사설시조 <팔만대장>을 5번 정도 불러 보았다.
<팔만대장>이라는 시조는 동호인들 사이에서 무척이나 애창되는 곡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노랫말이 좀 우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이전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최근 수업에서 지도하고 있는 곡이고 경창대회 준비차원에서 자주 노래하다 보니
지금은 못 만나지만
지난 인연들 중에서 고마웠던 분들 다시 만나게 해달라는 기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인연들을 최선을 다해서 가꾸자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 같기도 해서 노래를 하면 할수록 참 좋다.


쌍청당으로 향하는 산길은
은진송씨의 유적을 품고 있는 산이어서 특별히 신경을 써서 관리하는지
도심속 산길로는 참 잘 가꿔져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곳 쌍청당은 회덕송씨의 시조인 송유라는 분이 터를 잡은 곳으로
현재는 전통혼례를 진행하는 웨딩홀로 활용되고 있다.
쌍청당을 지나 판암 근린공원에 들어섰다.


몇해전에 방문했을 때보다 좀더 정비가 되어 있었다.
오래된 벚나무들이 있어서 꽃필때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고
평소에도 이용하는 주변 주민들이 많아서
혼자서는 편하게 풍류기 어려운 곳인데...ㅠ
장마철이어서인지 공원에 사람이 한명도 없다.
판암정에 앉아서 소금 한가락 불고
신흥역으로 향했다.

역으로 향하는 길에
도로와 담장 사이 틈을 이용한 좁은 화단에 채송화와 배추가 정겹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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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와 휴가철이 시작되는 관계로
8월 말까지 걷기풍류는 잠시 쉬려합니다.
건강관리들 잘 하시고 여름휴가 잘 보내시고
새벽녘에 찬바람 나면 다시 걷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