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이 곡은 베토벤에 필적할 만한 유일한 작곡가인 브람스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베토벤의 정신적 후계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고전파 교향곡 스타일을 충실히 뒤따르고 있는 걸작이다. 멀리서부터 이 교향곡을 들으러 온 유명한 지휘자 뷜로우(Hans von Buelow)가 “우리는 이제야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라고 한 유명한 말은 그러한 음악사적 위치를 단적으로 설명해 주고도 남는다. 즉 정신적인 깊이에 있어서나 양식미의 충실도에서나 신고전주의자로서의 브람스적인 특성이 가장 극명하게 표출된 작품으로서 이 C단조 교향곡을 꼽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10번」이라는 것은 이 곡이 베토벤의 「불멸의 9곡」에 이어지는 명작이라는 의미인데 곡의 성격을 비교하면 잘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실제로 이 곡은 여러 가지 점에서 베토벤풍의 명곡이다. 그 조성은 베토벤의 교향곡「제5번 운명」과 같으며 그 내용은 베토벤풍으로 「암흑에서 광명으로」의 정신적인 투쟁이며 또 전체가 특히 제1악장이 베토벤의 교향곡「제5번 운명」과 같이 짧은 기본 동기에서 나온 것이며, 제4악장의 주요 주제가 베토벤의 교향곡「제9번 합창」의「환희」의 합창 주제와 아주 닮았고, 그 관현악법이 베토벤풍으로 진실하며 전체가 베토벤풍으로 훌륭한 것이다. 브람스의 제1번이 베토벤의 제9번을 이은 정신적 계승자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의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사실 이 둘은 기질적으로나 외형적, 내면적인 면에서 극히 대조적이다. 베토벤은 남부 독일인답게 개방적이고 활달하여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인데 반하여, 북부 태생인 브람스는 내면적이고 응축적인 점이 많아서 몸부림을 잠시 멈추고 구름으로 덮은 다음에 조금씩 표출하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투쟁적 몸부림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내부를 향하여 시각의 초점을 맞출 때에 거기서 뜻밖에도 브람스가 주는 위안과 평화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 작곡의 경과 브람스는 22세 때인 1855년 4월에 그의 고향 함부르크에서 존경하는 스승인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을 듣고 감격하여 굼틀거리는 창작의 불꽃을 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쓰기 시작한 제1악장은 1862년까지에는 대충 완료하여 슈만의 미망인으로 브람스의 친구(베르테르적 애인)였던 클라라 슈만과 친구 디트리히에게 보여 주었다. 12년이 지난 1874년부터 본격적으로 작곡하여 1876년에 9월에 휴양 도시인 바덴 바덴 근처의 리히덴탈에서 완성했다. ▲ 배경과 의의 베토벤의 사후에도 멘델스존과 슈만에 의해 교향곡이 작곡되기는 했으나 이 둘이 모두 요절하자 1850~1870년간에는 교향곡이 전혀 작곡되지 못하고, 유럽 음악계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필두로 한 신음악파인「바그너파」의 천지가 되었는데, 이 때 출현 한 것이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으로 19세기 유럽음악계를 양분한 바그너파와 브람스파의 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이「교향곡 제1번」은 단순히 작곡가 자신의 첫 번째 교향곡 작품이라는 의미로서 뿐만 아니라, 19세기 음악사에 커다란 획을 그어 놓고 논란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다대한 의미를 부여한 작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초연 곡이 완성된 1876년 11월 4일 독일의 카알스루에 대공의 궁정극장에서 오토 데소프(1835~1892)의 지휘로 초연되었고, 이어서 3일 후인 11월 7일에는 만하임, 11월 15일에는 뮌헨, 그리고 12월 17일에는 빈에서 브람스 자신의 지휘 아래 연주 되었다. ▲ 악기 편성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Bb 2(제2악장에선 A조), 바순 2, 콘트라파곳, 호른 4, 트럼펫 2, 트럼본 3, 팀파니, 현5부 ■ 해설 ▲ 제1악장 Un poco sostenuto - Allegro(약간 무겁게 - 빠르게) c단조 6/8박자 느린 서주부로 시작되는데, 이 서주부는 전곡을 통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도전적이라고 할 만큼 정열적으로 울려 퍼지는 제1주제는 비극의 서막을 알리는 듯 강열한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이에 비하여 제2주제는 목관악기의 부드러운 음을 타고 정서적으로 깊게 가라앉는다. 세레나데와 같은 전개부에서는 운명에 대한 반항과 투쟁이 코랄풍의 멜로디로 힘차게 울려퍼지다가 다시 평온한 세계로 되돌아온다. 이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동기에 대하여 무서운 위력을 지닌 운명의 동기 그리고 관악기의 울림을 타고 울려나오는 반항과 관악기의 하강, 여기에 더하여 마치 위협이라도 하는 듯한 줄기찬 지속음들이 전 악장을 클라이맥스로 이끌어 올리며 끝난다.
▲ 제2악장 Andante sostenuto(느리고 무겁게) E장조 3/4박자 독주 바이올린과 애수를 머금은 감상적인 오보에의 효과적인 선율을 타고 브람스의 서정적인 면모가 쓸쓸하게 펼쳐진다. 소박하고 서민적인 풍모를 지녔던 브람스가 꿈같은 환상의 세계를 표현한 판타지아 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악기와 목관악기를 다루는 브람스의 솜씨는 절묘하기 그지없어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아의 경지로 이끌어 들인다.
▲ 제3악장 Un poco Allegretto e gragioso(약간 빠르고 유쾌하게) Ab장조 2/4박자 스케르초도 아니고 미뉴에트도 아닌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그런 가운데 쓸쓸한 느낌을 주는 경묘한 악장이다. 어느 평론가는 이 악장을 가리켜서 “대낮에 춤을 추는 유령을 묘사한 것 같다”고 말했는데, 확실히 여기에는 헤아려보기 어려운 브람스 특유의 약동감이 있다. 그러나 이 약동감은 베토벤이 만들어낸 외형적 감각과는 원천적으로 다르다. 어디까지나 감정을 안으로 내연시키는 지극히 브람스적인 발랄함이다.
▲ 제4악장 Adagio(느리고 침착하게) c단조 - Piu Andante(더욱 느리게) C장조 - Allegro non troppo, ma non brio(과도하게 빠르지 않게, 그러나 생기있게) C장조 4/4박자 제3악장에서 안식을 취한 듯 가슴을 두근거렸던 브람스는 피날레 악장으로 들어와 승리의 개가를 힘껏 구가한다. 그러나 브람스는 여기서 무작정 환희에 들떠 있지만은 않고, 그 절정에서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이처럼 제1번의 피날레 악장은 복잡다단한 내용을 끌어안고 있어서 교향곡 역사상 드물게 보는 최상의 절정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 악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무거운 아다지오로 시작되는 저음의 장중한 부분, 그 뒤를 따르는 호른의 맑고 웅장한 전개, 그리고 ‘환희의 송가’처럼 크게 고양되는 끝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끝부분이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이 작품을 가리켜 ‘베토벤의 10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꼭 그렇게 연관지어서 생각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브람스 자신도 이러한 평가에 대해여 굳이 베토벤과의 연계성을 고집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브람스적 분위기 안에서 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
<출처 : 아래 참조 개작> * 음반 해설서(主 참고 자료) * 세광출판사,"명곡해설전집,제2권,pp.80~91. * Wikipedia * 안동림,"이 한 장의 명반 클래식",pp.570~573. * 중앙일보사,"음악의 유산,제8권",pp.87~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