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USDT) 온체인 활동 급증… 비트코인(BTC) 반등 신호?
[뉴욕 = 박재형 특파원]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의 온체인 활동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현지시각) AMB크립토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9월과 유사한 흐름으로, 당시 USDT 거래량 급증 후 비트코인(BTC)은 사상 최고가로 치솟았다.
최근 USDT의 온체인 전송 지갑 수가 14만 3000 개를 넘어서며, 시장 전반의 하락세 속에서 투자자들의 매수 움직임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테더의 거래소 유입량이 2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비트코인이 4개월 만에 최저점인 7만 7000 달러까지 하락한 시점과 맞물려, 매집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후 BTC는 7.70% 반등하며 8만 3000 달러 선을 회복했다.
테더(USDT) 온체인 활동 급증… 비트코인(BTC) 반등 신호?
비슷한 흐름은 2024년 9월에도 관찰됐다. 당시 USDT 네트워크 활동이 급증하면서 하루 만에 5만 3767개의 신규 지갑이 생성됐다. 이와 함께 BTC가 5만 6천 달러까지 하락한 후, 이후 분기 동안 70% 이상 급등하며 강세장을 형성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 환경은 당시와 다르다. 공포·탐욕 지수가 여전히 ‘공포’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3954 BTC(3억 2412만 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특히 블랙록(BlackRock)의 아이셰어즈(iShares) BTC ETF는 1819 BTC(1억 4,907만 달러)를 매도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를 반영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USDT의 높은 온체인 활동이 BTC 상승의 신호탄이 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비트코인의 7.70% 반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단기 가격 변동성을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만약 지속적인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BTC의 추가 상승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외환보유고로 비트코인 보유? 경제학자들 “시기상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삼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가상자산 비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조짐이다. 정부가 법인의 가상자산 실명 계좌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비트코인을 외환보유고에 포함하거나, 국민연금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금 이미지./이미지=챗GPT 달리
그런데 한국이 외환보유고나 국민연금 자산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한 일일까. 조선비즈가 국내 금융·화폐 전문가 10명에게 물어보니 응답자 전원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 전문가 전원 “외환보유고로 가상자산 보유, 시행 어려워”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지난 6일 주최한 세미나에서 ‘비트코인을 외환보유고에 편입하는 방안’과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 검토’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병욱 총괄 부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전략적 비축 자산화가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도 미국처럼 비트코인을 외환보유고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보유고는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보유하는 대외 지급준비 자산이다. 금과 외환보유액 등을 뜻한다. 주로 안전자산인 선진국 통화로 발행된 국채·정부기관채·회사채를 비롯해 주식펀드, 현금성 자산에 투자한다.
조선비즈 취재 결과 상당수 국내 전문가는 “비트코인 투자는 외환보유고의 고유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보유고로 비트코인을 사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보유고로 투자하는 자산은 안정적이어야 한다”면서 “내적 가치가 없는 비트코인은 부적합하다”고 했다.
다수 전문가는 비트코인이 화폐의 3대 기능(교환 매개·가치 척도·가치 저장) 중 가치 저장 기능만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월 5000만원에서 올해 1월 1억5000만원까지 급등했다가, 현재 1억20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전 세계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가상자산을 사용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가격 변동성도 크고,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비트코인을 외환보유고나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 등을 통해 보유하겠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다만 미국 정부도 투자를 통해 비트코인을 보유하자고 하는 것은 아닌 만큼 한국도 이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트럼프는 지난 7일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은 연방정부가 범죄·몰수로 압류해 둔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방식”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추가로 산다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압수한 가상자산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비트코인 정의·제도 등에 대해 빠른 논의 필요”
다른 전문가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경우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해 법·제도·관할부처 등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규정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과 관할 부처 모두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의 법과 정책이 일관성 없고, 누더기여서 더욱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비트코인이 상품인지, 화폐인지, 자산인지부터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우리 금융당국의 정책이 가상자산 규제와 관리·감독에 치우쳐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가상자산 관련법으로는 2021년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 지난해 시행된 1단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2027년 시행될 ‘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불공정거래행위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산업, 육성 등을 다룬 법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윤덕룡 전 KDI 초빙 연구위원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에 비해 법 규정이 미비해 초기 자본을 모을 수 있는 ICO(초기 코인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사전적 규제보다 사후적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반면 신세돈 교수는 “가상자산은 실체가 없다”면서 “ICO보다는 가상자산 거래 위험성을 줄이는 제도적인 기반을 구축하는 쪽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