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코스 : 신탄리역 - > 내산리 삼보 쉼터
경흥대로 드넓은 벌판과 두메산골을 달리던 철마가 중단된 애통한 숨결이 깃든 신탄리역이 오늘의 들머리이다. 고양시 일산에서 전철을 타고 동두천역에 경원선 중단에 따른 교통편의를 제공한 관광버스를 갈아타고 이곳에 이르기까지 3시간이 조금 넘었다.
그리고 12코스 16km를 걸어가야 한다. 누군가가 시키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갔다 올 수가 있을까?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기에 피로한 줄 모르고 경기 둘레길을 걷는다는 사실에 마음은 흥분으로 젖어있다.
오늘 구간은 우리에게 어떠한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줄까 ? 라는 기대 속에 신탄리역에서 고대산 자연휴양림을 향하여 걸어간다. 이곳 신탄리가 대광리와 철원 사이에 주막거리가 생겨 새 주막 新 酒幕이라 했다는 유례가 있는 이곳에 이르러 시원한 막걸리 한잔도 마실 여유가 없이 바로 걷기 시작하는 것이 조금은 아쉽게 다가온다.
오늘로써 3번째 방문이다. 이제 가면 경원선 철도가 복원되면 다시 올 수가 있음을 기약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걸음걸음이 조금은 아쉽다. 경원선 철로를 지나 좌, 우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고대산 휴양림으로 가는 도로에 이르러 걸어간다.
보도에 풀이 여기저기 자라있는 것을 보니 사람들의 발길도 드문드문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기로 이곳의 자랑하는 관광자원인 고대산 가는 길의 보도블록에 풀이 자란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통일 식당을 지나며 고대산이 위용을 드러냈다. 사람이 욕심이 지나치면 사리를 올바르게 분반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둘레길을 걸으며 산을 만나면 오르고 싶은 충동이 언제나 멈추지를 않는다.
고대산을 오를 수 없는 현실에서 산 이름에 대한 유래를 떠 올리며 걸어간다.
“ 금강산 가는 길목, 경원선 철도가 끊겨 있는 철도 중단 점인 연천군 신탄리역에 인접한 고대산(832.1m)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으며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고 등산으로 북녘땅을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골이 깊고 높아 고대산(高臺山)이라고 한다.
지형도에는 "높은 별자리와 같다."라는 뜻과 의미가 담긴 곳이라 하여 고태(高台)라고도 표기하였다. 예로부터 광범한 산록과 울창한 산림으로 말미암아 임산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목재와 숯을 만드는 데도 적합한 곳이다.
또한, 1907년 11월 4일 의병진 150명과 임진강에서 의병들을 토벌하러 파견된 일본군 보병 제20연대 8중대와 연천에서 격전한 후 신탄막에서 흩어지고 의병진 60명이 고대산에서 다시 일본 군대와 치열하게 교전한 곳으로서, 우리 선열들의 용맹스러운 민족정기가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고대산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지명의 유래를 알고 보니 더욱 오르고 싶은 마음이 가시지 않음을 하늘 높이 솟아있는 고대산을 바라보며 위안으로 삼고 진행하는데 급경사를 이루어 이제 겨우 첫발을 뗐을 뿐인데 숨이 찼다.
고대산 자연휴양림을 알리는 커다란 글씨가 적인 곳에 이르러 고대산 1, 2 등산로를 지나며 아스팔트의 길에서 흙길로 바뀌었고 고대산 숲길이 시작되었다. 때마침 산바람이 가슴을 적셨다.
가파른 아스팔트 길을 올라온 땀방울 말끔히 씻어주는 바람을 대하니 산 위에서 부른 바람 고마운 바람이란 동요가 절로 나온다. 뙤약볕의 거리와 숲길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때 철문이 가는 길을 막는다.
국유림 무단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기 둘레길 11코스를 마치고 이 구간을 걷고자 하였을 때 겨울철 산불 예방 기간에 따라 출입이 금지되었고 또다시 봄철 산불 예방 기간이 되어 잠시 둘레길 걷기를 중단하였다가 이번 산불 예방 기간이 해제되어 오늘 걸어가고자 이틀 전 국유림 출입신고를 마치었기에 당당하게 들어갈 수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기 둘레길을 조성하고 봄철, 겨울철 산불 예방 기간에는 무조건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년 12개월중 반년인 6개월간을 출입할 수 없으면 어떻게 경기 둘레길을 완주할 수가 있을까?
산불 예방 기간에는 신고를 하고 출입을 허용하기를 바라며 고대산 임도를 걸어가는데 완만한 오르막을 그리며 고대산을 빙글빙글 돌아간다. 사방은 산으로 쌓여 있다.
앞은 오로지 가는 길만이 보이고 돌고 돌아가는 길이다. 저 모퉁이 돌아가면 누구를 만날까요? 라는 기대감에 모퉁이 이르면 또다시 돌아가는 길이 마치 태극문양을 이루고 있었다.
돌면 돌아가고 돌아가면 모퉁이로 계속되는 길에서 노사연 씨의 히트곡인 돌고 돌아가는 길이 절로 나온다. ‘ 산 넘어 넘어 돌고 돌아, 그 뫼에 오르려니, 그 뫼는 어드메뇨, 내 발만 돌고 도네’
태극문양을 이루는 길에 취해 젖어 가는 줄 모르고 가는 길을 경기 둘레길 조성자는 ‘ 임도는 해발 300m에서 500m 사이로 유순하게 이어진다. 널찍한 흙길과 울창한 숲길이 계속된다.
시야가 터지는 곳에서 만나는 시원시원한 풍광은 고대산이 보내는 선물이다. 세상일 잠시 내려놓고 구름에 달 가듯 걸을 수 있다.’라고 하였다. 돌고 돌아 가는 길에서 시멘트가 놓인 길을 만나며 사방이 막힌 숲속에서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풍광을 바라보니 가슴이 한순간에 탁 트였다. 길은 또다시 태극문양을 이룬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스무고개 같은 길에서 봄나물을 채취하는 아낙네를 만나니 산나물을 많이 채취하였느냐고 묻기도 한다. 길에 취해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안부에 이르렀다.
윗대광골에서 내산리 대송정 마을로 넘어 다니던 대소라치 고개大松亭峴였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0.8km만 오르면 고대산 고스락인데 사람들의 발자국이 없는 것으로 보아 등산로가 폐쇄된 것 같았다.
이제 내산리로 향하는 길이다. 임도는 시멘트가 놓여 있고 내리막의 하산길인데 다소 경사가 있었고 곧이어 완만한 임도 길로 계속되었는데 벌목한 나무들을 내버려 두어 놓아 가는 길을 다소 방해하였다.
음식물 등 생활필수품을 모노레일을 통해 올려주는 상승역을 지나 사거리에 이르렀는데 진행 방향에 대한 경기 둘레길 리본을 부착하여 놓지 않아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는 수고로운 끝에 길을 찾는 방황도 하며 진행할 때 갑자기 꿩이 하늘을 향에 날아간다.
꿩은 우리의 발걸음 소리에 놀라고 우리는 꿩이 날개를 치며 날아가는 소리에 놀라며 걸어갈 때 경기 둘레길을 역방향에서 종주하는 젊은이를 만났는데 내산리 쉼터로 내려가는 길에 리본이 전혀 없어 길 찾기에 매우 주의를 하여야 한다고 환기시켜 준다.
고대산 임도에 진입하여 지금까지 3시간을 넘게 걸어오면서 경기 둘레길 리본을 본 것이 겨우 2번뿐이었다. 아무리 하나뿐인 길이라고 할지라도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경기 둘레길을 벗어나지 않고 올바르게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하여 주는 의미에서라도 리본의 부착은 필수적인데
유독 산길에 들어서면 가는 길을 알려주는 리본이 제대로 부착되어 있지 않은 현실은 경기 둘레길을 걷고 있는 사람으로서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임도 길은 예상보다 길었다. 산허리를 깎아 만든 경사가 급한 곳은 산사태로 인하여 토사가 내려앉아 가는 길을 막는 곳도 있어 당황한 곳도 있었고 산사태를 막기 위하여 곳곳에 배수로를 정비하여 홍수 피해를 대비하여 놓았다.
거리상으로나 시간상으로 내산리 쉼터에 가깝게 이른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임도는 끝이 날 줄 모르고 계속되었는데 동행한 김 총무가 문득 임도에서 만난 경기 둘레길 종주자가 독도 주의 지역으로 환기해 준 내산리 쉼터로 내려가는 길이 바로 우측으로 방향을 바꾸는 이곳일 것이라고 한다.
임도가 고속도로라면 쉼터로 내려가는 길은 골목길에 경사가 급한 샛길에 불과하였고 진입로에 마땅히 부착되어 있어야 할 리본이 전혀 없어 확실하게 가는길을 증명하고자 임도로 시험삼아 진행하였더니 지도앱에서 길의 이탈을 알린다.
임도에 리본을 부착하여 놓지 않은 것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지만, 좌, 우의 갈림길에 표지기를 부착하여 놓지 않은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표지기가 길을 인도하지 않는다면 둘레길을 종주하기 위해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어떻게 길을 제대로 알고 찾아갈 수가 있을까?
김 총무는 뒤에 경기 둘레길을 종주하는 사람을 위하여 배낭에서 리본을 꺼내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았다. 내산리 삼보 쉼터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여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으면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계단을 설치해 놓지 않으면 겨울철 눈이 내렸을 때 아이젠이 없으면 내려갈 수 없는 길을 내려서니 포장도로였는데 기이하게도 13코스의 종착지인 중산3리 마을 회관 가는 길을 알리는 표지목이 세워져 있다.
중산3리 마을 회관 가는 길이라면 이곳은 12코스와 13코스가 겹치는 구간이 되는 곳이다. 그렇다면 12코스의 사실상 종착지는 임도 길에서 끝이 나야 하는데 교통 편의상 내산리 삼보 쉼터를 날머리로 설정하여 놓은 것이다.
중복하여 가지 않은 것이 장거리 길에 대한 종주의 원칙인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한번 걸어간 길을 재차 걸어야 하는 길을 백두대간 종주자들은 서비스 구간이라고 부르는데 경기 둘레길에도 서비스 구간이 있었다. 그렇다면 고대산 임도는 보개산 지장봉까지는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렇다면 경기 둘레길 12코스 16km, 13코스 18km 모두 34km에서 서비스 구간 6km를 제외하면 28km가 되어 교통이 불편하여 찾아오기도 힘든 곳이기에 한 번에 종주하는 도전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았을 것으로 여겨졌다.
준비 없이 그냥 배낭만을 메고 출발하는 것이 일상화된 나태함을 꾸짖는 것일까? 그저 지도앱만을 믿고 종주 길에 나서는 자신을 반성하며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가는데 전봇대마다 경기 둘레길을 알리는 리본이 부착되어 있다.
반드시 부착되어 있어야 할 갈림길에서도 오히려 리본이 없고 전봇대마다 리본을 부착하여 놓은 것이 과연 길을 올바르게 알려주는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길을 걷는 사람들이 고맙게 여길까? 반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길을 이탈하기 쉬운 곳에 표지기를 부착하는 것이 기본 상식인데 12코스는 상식을 외면하고 있었지만 지도앱으로 가는 길을 이탈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이를 수가 있었다.
내산리 삼보 쉼터 버스 정류장에 이르니 경기 둘레길을 알리는 안내도가 세워져 있어 13코스 가는 길을 확인해 보니 12코스와 중복되어 예상은 적중되어 한 번에 종주하지 않은 후회가 또다시 밀려왔다.
내산리 삼보 쉼터에서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니 시내버스 한 대가 다니는데 배차 간격이 3시간이 되어 연천의 개인택시를 호출하여 연천읍에 이르러 버스를 타고 동두천역에 이르러 전철로 갈아타 일산에 이르렀다.
● 일 시 : 2023년 5월 21일 일요일 맑음
● 동 행 : 김헌영 총무
● 행선지
- 10시10분 : 신탄리역
- 11시35분 : 대소라치 고개
- 14시10분 : 12코스와 13코스 합류지점
- 14시40분 : 내산리 삼보 쉼터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16.9km
◆ 소요시간 : 4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