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물 좋은 한 주였습니다.
여러분은 잘 보내셨는지요.
오늘은 큰 비가 살짝 아랫 동네로 내려가 지나가고 있네요. 운전 조심하세요.
오늘 이야기도 지난 주에 이어 못 다한 패들 이야기를 마저 해보려 합니다.
이전 이야기 댓글에 패들 사이즈를 얼마짜리로 쓰면 좋을지 궁금해 하신 분이 있었는데 참 좋은 질문입니다.
앞서 카약 패들을 마치 자동차의 엔진에 비유했었죠.
이렇듯 패들 사이즈는 자신의 체형에 맞는 것으로 선택해 사용하는 것은 마치 차체 크기에 따라 적정 수준의 마력를 낼 수 있는 엔진이 장착되어야 효율과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카약들이 다 똑같은 자동차가 아니듯 패들도 거기에 맞는 것을 써야 하겠죠?
패들 사이즈(길이)
이거 참 복잡하고 머리 아플 것 같지만 간단히 생각해보면 뭐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그냥 자기 체형에 맞는 옷 사이즈를 고르듯 하면 됩니다.
다만 좀더 공격적인 카약킹을 구사해야 하는 경우에는 타이트한 사이즈 선택이 필요하겠지만 느긋하게 유람이나 투어링을 즐기는 경우라면 약간 여유있게 사이즈를 선택해도 괜찮습니다.
지나치게 크지만 않다면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갓 카약킹을 시작하는 초심자나 근력이 약한 어린이, 여성, 노약자들은 오히려 세심하게 사이즈를 선택해서 쓸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아래에 소개할 권장 사이즈 차트는 여러 유명 패들 브랜드에서 권장하는 사이즈를 감안해서 만들었는데요.
패들 제조사마다 권장 사이즈가 다 제각각이기 때문인데, 아래 표는 패들링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코치들이 권장하는 것이니 믿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Whitewater 패들과 Touring 패들의 하이 앵글 패들 사이즈인데요.
재빠른 패들링이 필요한 프리스타일이나 카약 서핑을 즐기는 경우는 한 사이즈 정도 짧은 패들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고, 투이링 패들 중에서도 하이 앵글 패들은 선폭 60 cm 이하의 씨 카약을 타는 경우에만 쓸만하다는 것입니다.
즉 폭이 넓은 카약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구태여 하이 앵글 패들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대부분 자신의 근력과 체형을 감안해서 주문 제작해 사용하는 그린란드 타입이나 윙 블레이드 패들은 여기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립의 위치는 과학에 기반되어야
카약 패들을 잡는 두 손의 위치는 어깨넓이보다는 훨씬 길어야 합니다.
두 손으로 패들을 잡고 머리 위에 얹어 놓았을 때 두 손의 간격이 양 팔꿈치가 직각에 가까울 정도보다는 아주 조금 좁게 잡으면 됩니다.
이렇게 잡도록 하는 까닭은 이렇게 잡고 저어야 강한 파워를 효율적으로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유튜브 영상에 보면 가끔 거의 어깨 넓이로 아주 좁게 그립을 잡고 노를 젓는 카약커들도 보이는데, 그저 자기 멋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거나 팔 근력이 굉장한 경우에나 그렇게 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니 취미로 카약을 타는 분들은 구태여 따라할 필요까진 없고 결코 권장할만한 것도 아니라는 점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그립을 좁게 잡을수록 힘점으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더 큰 힘이 들어가게 되므로, 상체 회전을 통한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파워 공급을 받기 보다는 팔로만 젓게 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금방 팔 근육이 피로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2분할 패들 비틀까 말까?
투어링 계열의 카약을 사용하는 분들 대부분이 2분할 패들을 사용할 텐데요.
2분할 패들을 연결하는 스냅 버튼(snap button) 혹은 페룰(ferrule) 방식의 체결부는 '비틀수 있는 각도(feather angle)'를 설정함으로써 바람에 의한 저항을 최대한 줄이거나 반대로 바람의 힘을 이용해 조금이나마 더 유리하게 노를 저을 수가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인간은 확실히 지혜롭습니다.
그럼 어떤 경우 얼마나 비틀어 쓰면 좋을지 알려드리겠습니다.
① 0도: 이것은 좌우 블레이드가 나란하게 놓여지는 각도로, 바람이 거의 없거나 후방에서 불어오는 순풍을 타고 갈 때 추천하는 각도입니다.
마치 그린란드 타입의 패들을 사용하는 경우와 같아서 손목을 꺾을 필요도 없어 처음 카약을 타는 초보자들도 쉽게 느껴집니다.
뒤에서 불어오는 순풍의 경우에는 허공에서 앞으로 밀어내고 있는 블레이드를 바람이 밀어줄 테니 더 좋죠.
실제로 해보시면 순풍이 밀어주는 힘이 꽤 상당하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② 30~45도: 이것은 주로 측풍이나 약한 역풍 상황에서 좋은 각도인데요.
허공을 가르게 되는 블레이드가 역풍을 살짝 가를 수 있으니 그만큼 저항을 줄일 수 있거든요.
비트는 방향은 오른손 잡이라고 가정했을 때, 우측 블레이드를 수면에 직각이 되게 놓고 잡았을 때, 좌측 블레이드의 파워 페이스(물을 끌어 당기는 면)가 약간 위쪽을 향하도록 비틀면 됩니다.
왼손 잡이의 경우에는 반대입니다.
이런 각도로 노를 저으려면 (오른손 잡이의 경우) 좌측 블레이드가 물에 삽입되기 직전에 오른 손목을 살짝 뒤로 꺾어줘야(cocking) 좌측 블레이드가 제대로 물에 삽입될 수 있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초보자들이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패들을 살짝 비틀어 노를 저으면 0도로 노늘 저을 때보다 조금 더 앞쪽에서 블레이드를 삽입할 수 있어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일체형인 급류 패들이 30 혹은 45도로 비틀려 있는 것입니다.
③ 60~90도: 이것은 정면에서 불어오는 강한 역풍을 뚫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그나마 최선의 방책이라 할 수 있는데, 거의 바람을 칼로 베듯 블레이드를 앞으로 전진시킬 수 있습니다.
역풍이 상반신을 엄청 뒤로 밀어대는데 이렇게 해 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지만 실제 해보세요.
정말 엄청난 차이를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저으려면 30~45도로 비틀어 노를 저을 때보다 손목의 콕킹을 더 많이 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전문 코치로부터 클리닉을 받으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어쨌거나 탁 트인 수면에서의 카약킹은 역시 바람이라는 존재는 저항은 물론 파도까지 생성한다는 점에서 참 중요한데,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곧바로 패들을 적절히 비틀어서 노를 저어 보시기 바랍니다.
다 그렇게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니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카약킹의 성패는 곧 패들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다.
대부분 무엇보다 카약이 좋으면 된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패들로 제대로 저어야 재미도 있고 힘도 덜 들며 카약도 잘 나갑니다.
그리고 좋은 패들은 돈만 지불하면 곧바로 손에 쥘 순 있을지 몰라도 패들을 쓰는 근력이나 기술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가 않습니다.
헬스처럼 제대로 배우고 꾸준하게 트레이닝을 통해서만이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거 절대 헛말이 아닙니다.
지금 만약 여러분이 기대했던 것 만큼 카약이 제대로 조종되지 않고 그만큼 빨리 달려주지도 않는다면 카약 탓도 아니고 체력 탓만도 아니다라고 보면 됩니다.
솔직히 다음에 소개할 몇 가지 패들 쓰는 방법은 마치 쇠사슬처럼 서로 연관되어 있는 카약킹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입니다.
몸에 익히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요구되는데 경험이 쌓여가는데도 불구하고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한 두 번 배웠다고 다 잘 되지도 않습니다.
지속적으로 교정을 받아야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카약킹은 스포츠이며, 스포츠는 과학이고, 스포츠는 기본기를 제대로 구사했을 때 가장 멋진 폼이 나오게 됩니다. '폼생폼사'라고나 할까요? 노 젓는 폼이 나쁘면 제대로 젓는 것이 아니니 효율이 좋을 수가 없어 빨리 달리지도 못하는 것이며 카약이 말을 듣지 않는 겁니다. 게다가 부상을 입는 가장 주된 요인이 바로 나쁜 폼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힘 좋다해도 역기를 올바른 자세로 들지 않으면 다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카약킹의 첫 걸음은 패들을 제대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정말 중요하죠?
지금부터 소개하는 올바른 패들 사용법을 몇 번이고 잘 읽어보시고 앞으로 신경 더 쓰면서 저어 보기 바랍니다.
모르면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배워야겠죠? ㅎ
올바른 패들 사용법
① 두 손으로 샤프트를 쥐는 그립(grip)의 위치를 정확히 잡고 저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두 손의 간격이 가장 중요하고 또한 그립도 과연 어느 쪽 손으로 패들의 비트는 각도를 조정할 것인지 이른바 'Control Hand'인지 알고 저어야 합니다.
오른손 잡이는 오른 손 그립입니다.
카약이 똑바로 가지 않는다면 이것부터 실패했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그런 점에서 벤트 샤프트 패들은 그립부가 꺾어져 있어 위치를 쉽게 인지하기에 좋습니다.
② 팔로만 젓지 말고 상반신 전체인 몸통을 비틀면서 회전시키며 노를 저어야 팔이 아프지 않고 좋은 파워도 만들 수 있고 좋은 몸매도 만들어집니다.
신나게 리듬있게 젓는다고 몸을 좌우로 흔들어서도 안됩니다.
카약킹은 팔 운동이 아니라 전신운동이며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입니다.
카약킹이 팔 운동이라고 생각하시고 있다면 아직 카약킹이 뭔지 잘 모르시는 셈입니다.
③ 블레이드를 완전히 물 속에 삽입해서 저어야 합니다.
블레이드를 절반도 채 넣지 않고 파닥거리며 저어 본들 카약 입장에서는 "애개? 힘을 뭐 이딴 식으로 쓰는거야?" 할 겁니다.
엔진을 공회전 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무리 빨리 저어도 속도가 안난다면 이렇게 젓고 있는 겁니다.
④ 빨리 달리고 싶다면 빨리 저어야 합니다.
힘있게 젓는다고 카약이 빨리 가지 않습니다.
빠르게 저어야 빨리 갑니다.
엔진 RPM 수를 올려야 하듯 말입니다.
남들과 겨루는 경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계속 빨리 저을 이유는 없겠죠?
⑤ 정확한 기술을 구분해서 노를 저어야 합니다.
앞으로 가기 위한 것인지, 회전하기 위한 것인지, 정지시키기 위한 것인지 확실하게 구분을 해서 저어야 합니다.
회전시키고 싶은데 아무리 저어도 똑바로만 가는 경우 없던가요?
기술이 없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⑥ 주구장창 젓고는 힘들어 죽는다 하지마세요.
운전을 해보셨고, 관성이란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런 개념을 잘 이용해서 저으면 됩니다.
아무리 인간의 능력이 무한하다고는 하나 카약은 원래 설계된 한계 속도가 있습니다.
결국 그 한계 속도 내에서 카약을 타고 여행하는 것입니다.
운전 중에 탄력 주행 해보셨죠?
그렇게 노를 저어 보세요.
그리고 주변 경치 감상도 좀 하시면서요.
패들은 애인처럼
● 막 던지지 마세요.
힘들다고 강변이나 해안가에 막 던지는 분들 많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게 크랙이 생길 수 있어 어느 순간 갑자기 패들이 부러지는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 남 빌려주지도 빌리지도 마세요.
비싸고 아끼는 패들을 빌려줬더니 막 던지고 지팡이처럼 땅을 짚고 다니는 광경을 보고 싶으세요?
별 생각 없이 빌려썼고 뭐 유난스럽게 쓰지도 않았는데 부러졌다!
힝~ 새거든 아니든 똑 같은 걸로 사줘야..ㅠㅠ
● 차안에 잘 모시고 다니세요.
골프채처럼 패들 백에 잘 담아서 차 안에 싣고 다니세요.
내구성 테스트 하는 것도 아닌데 루프랙에 묶어서 고문하듯 고속도로를 질주하지 마세요.
도로에 온갖 먼지와 오물들이 날아다니고 거센 비가 치대는 경우도 있을 텐데 뭐 좋을 것 있겠어요?
● 가끔 화장도 시켜주세요.
많이 쓰다보면 샤프트의 그립부가 맨들맨들해져서 손이 자꾸 미끄러져 제대로 잡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바로 패들 왁스를 발라주세요.
왁스는 패들 광택을 내거나 잘 미끄러지라고 바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립부분이 끈끈해지라고 바르는 것이죠.
● 가능한 예비용을 챙기세요.
아무리 잘 관리해도 영원무궁토록 패들을 쓰긴 힘듭니다.
어느 날 갑자기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멀리 시간 내고 돈 들여 투어 갔더니 패들이 부러졌다?
환장할 일입니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슬슬 카약 이야기를 해볼 생각입니다.
좋은 여름 휴가 보내시고 휴가 못 가시는 분들은 건강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