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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주변을 산책한다. 아직 잠이 덜 깬 호텔 아래 마을에는 액운을 물리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노르웨이의 국민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요정 트롤이 홀로 광장을 지키고 있고 광장 주변 CIRCLE K 주유소와 건너편 상가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교회도 문이 잠겨 있고 언덕 위에 있는 주택 지붕엔 노르웨이 전통 주택처럼 잔디가 심겨져 있다. 노르웨이 교회는 전액 국가 지원을 받으며 목사도 나라에서 급료를 받는 대신 결혼식, 장례식 등 마을의 대소사 주관한다는 가이드 설명이 생각난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게이랑에르 피오르를 향해 출발한다. 버스는 들판이 아닌 산과 호수, 강으로 이루어진 어제 왔던 길을 거슬러 달리는데 어제 돔바스로 올 때 피곤함 때문에 무심코 지난 노르웨이 산간지방의 모습을 보여 준다. Otta까지 E6도로를 타고 내려와 15번 국도로 접어들어 계곡으로 난 길을 조금 달리니 커다랗고 긴 빙하호수가 나타나는데 휴대폰으로 구글지도를 검색해보니 Vagavatn이란 호수다. 호수 양편으로는 여전히 그림엽서에나 나올듯한 목초지와 농가 주택이 산과 호수와 어우러져 예쁜 모습을 드러낸다.
오따에서 게리랑에르로 가는 길목에 있는 1200년대에 나무로 지어진 스타브 교회가 있는 롬이란 조그만 마을에서 잠깐 쉬어가는 가는데 이 마을은 스타브 교회로 인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교회로 가 보니 문이 닫혀 있어서 교회 겉모습만 볼 수밖에 없었지만 여러 개의 나무기둥으로 교회를 지탱하게 하고 판자조각으로 벽을 만든 건축양식으로 나무가 빗물에 썩지 않고 벌레가 갉아먹지 못하도록 송진을 잔뜩 발라 보존하고 있어 송진 특유의 냄새가 난다. 이런 양식의 교회는 초기에는 1,000개 정도가 지어졌는데 지금은 30여개가 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스타브 교회가 특별한 것은 나무로 지어진 것보다는 교회 지붕에 용머리 장식이 있어서인데 교회의 특성상 교회 지붕에 어떤 형상도 올라갈 수가 없으나 용머리 장식이 있는 것은 노르웨이 민속신앙과 연관이 있어서라고 한다. 용이 악을 물리친다고 믿어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교회는 가톨릭 성당이었으나 국교가 루터교로 바뀌면서 루터교회가 되었고 교회 앞과 옆에는 묘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서양의 묘지가 교회 울타리 안이나 교회 지하실에 있는 이유는 예수가 재림할 때 쉽게 부활하기 위해서로 따로 떨어져 있거나 멀리 있으면 부활을 할 수 없거나 늦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900년이 된 교회이지만 아직도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서 유명한 곳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교회 정문이 닫혀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에 담장 밖에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다.
이 마을을 지나면 지금까지 보았던 풍경과는 다른 눈이 보이는 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롬을 지나 게리랑게르로 가는 길의 풍경이 점점 달라지면서 눈 덮인 산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눈 덮인 산에서 눈이 녹은 물이 계곡과 폭포를 이루어서 흘러내리는 것이 보인다. 우리나라 장마철에나 볼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물이 계곡을 타고 흐르는데 눈이 녹은 물이라 그런지 물빛이 맑다.
설산 앞 능선에는 노르웨이인들의 별장인 히테(hytte)가 여기저기 보이는데 지붕 위에 심어 놓은 잔디가 파릇파릇하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집이나 차를 산 다음 요트와 휘테를 살 만큼 휘테를 좋아한다고 한다. 히테로 여행가는 것을 히테투르라고 하는데 전기도 없고 화장실도 실내에 없으며, 벽난로에 나무를 때 난방을 해야 함에도 자발적으로 불편함을 선택하는 슬로 라이프 개념의 휴가를 즐긴다고 한다. 이곳의 히테를 이용하려면 1년 전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계곡을 한참 지나니 능선 위로 눈이 녹지 않고 남아 있는 곳에 이른다. 여름이 가까운 이 시기에 눈이 남아 있는 곳은 대개 알프스나 히말라야 등 해발 3,000m가 넘는 고산지대인데 이곳은 해발 1,300m 남짓하고 산의 능선도 완만한 것이 다르다. 능선에는 평평한 곳은 눈이 녹고 움푹 들어 간 곳엔 눈이 남아 있어 마치 얼룩말을 보는 듯하다.
우리가 달려 온 15번 도로는 랑바트네트(Langvatnet)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송네 피오르로 가고 오른쪽으로 가면 스트린 옛길이란 63번 도로의 험준한 산길을 넘어 게이랑에르 피오르로 간다. 보통 노르웨이 도로에는 열선이 깔려 있어서 사계절 도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롬에서 게이랑에르로 넘어가는 이 도로에는 열선이 깔려 있지 않고 구불구불하며 경사가 심해 10월부터 이듬 해 눈이 녹을 때까지 통행이 금지되는데 금년도에는 지난주에 이 도로가 열려 내일투어 여행팀으로는 처음으로 이 도로를 넘어 게이랑에르로 가는 것이란다. 이 길은 포장은 되었지만 너덜 투성이에다 급회전 구간이 많고 경사가 가팔라 운전하기 매우 어렵다. 길가엔 한여름에도 눈이 있고 주변엔 나무는 없고 풀만 듬성듬성 있으며 길옆 호수엔 유빙이 둥둥 떠다니고 바로 앞엔 빙하가 흘러내리는 황량하면서도 아주 보기 드문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다.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눈 녹은 물이 모여 고인 커다란 호수가 나타나는데 5월 말임에도 아직 얼음이 녹지 않아 신기하다. 게리랑에르로 넘어가는 고개를 넘어가는데 얼마정도 지나자 나무가 없어지고 풀과 이끼들만 보이기 시작하며 어느덧 눈 산과 얼음이 아직 녹지 않은 호수들이 나타난다. 20여분도 되지 않아서 완전히 겨울왕국에 온 것처럼 경치가 변했는데 그론바트네트(Gronvatnet)라는 툰드라 지대라고 한다.
보통 노르웨이 도로에는 열선이 깔려 있어서 사계절 도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롬에서 게이랑에르로 넘어가는 이 도로에는 열선이 깔려 있지 않아 10월부터 이듬 해 눈이 녹을 때까지 통행이 금지되는데 금년도에는 지난주에 이 도로가 열려 내일투어 여행객들로는 처음으로 이 도로를 넘어 게이랑에르로 가는 것이란다. 이 호숫가에 버스를 세우고 내려 눈과 호수의 얼음을 만져 보고 사진도 찍는다.
게리랑에르로 넘어가는 고개를 넘어가는데 얼마정도 지나자 나무가 없어지고 풀과 이끼들만 보이기 시작하며 어느덧 눈 산과 얼음이 아직 녹지 않은 호수들이 나타난다. 20여분도 되지 않아서 완전히 겨울왕국에 온 것처럼 경치가 변했다. 고개 정상 부근에서 달스니바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에는 관광버스들이 꼬불꼬불하고 경사가 가파른 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데 우린 달스니바 전망대로 가지 않고 바로 게이랑에르로 향한다. 고개고개 정상에서 게리랑에르로 내려오는 길은 꼬불꼬불하고 가파르기 그지없는데 내려오는 곳곳에는 작은 별장 같은 것이 군데군데 있고 계곡엔 눈이 녹아서 골짜기마다 크고 작은 폭포들이 흐른다. 낮의 길이가 많이 길어져 눈들이 낮은데 있는 눈은 다 녹고 고원에 있는 눈들이 녹아서 만들어지는 폭포이다. 5월 이전에 오면 아직 눈이 녹지 않아 폭포들이 많이 없고 너무 늦게 와서 이미 눈이 많이 녹았기 때문에 폭포의 물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겨울을 보려고 오지 않는 긴 해가 있는 5월 말~ 7월이 좋다고 한다.
고개를 조금 내려가다 게이랑에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쉬어간다. 여행을 마치고 구글지도에서 찾아보니 Turistveg Geirangervegen이란 전망대로 크지는 않지만 무료 화장실도 있고 게이랑에르와 폭포들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 굳이 힘들게 달스니바 전망대까지 다녀오지 않아도 될 만큼 훌륭한 전망대라 생각된다. 친구부부와 게이랑에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빙하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U자 계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좁고 긴 만을 피요르(fjord)라고 하는데 높은 산이나 절벽 사이에 깊은 바다가 생기기 힘들고, 바다에는 높은 산이 있기 힘든데, 노르웨이 남서해안 피오르는 빙하 덕분에 U자곡 양쪽으로 급한 절벽이 웅장하게 발달하여 장관을 이루고, 이곳을 채운 바닷물은 잔잔하게 내륙까지 깊숙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 게이랑에르 피오르다. 이 피오르는 지구의 빙하기에 지구의 많은 물들이 빙하로 만들어져 북반구의 많은 부분을 덮고 있었고 이 빙하들의 무게에 의해서 빙하가 바다 쪽 낮은 곳으로 미끄러지면서 엄청난 무게로 땅을 긁어 나가게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골짜기에 빙하기가지나면서 불어난 바닷물이 차오르게 되어서 만들어지게 된다. 빙하로 만들어진 골짜기는 알프스에도 많이 있지만 바닷물이 차올라 오지 않기 때문에 피요르라고 부르지 않는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고개를 내려가니 게이랑에르란 조그만 마을이 나오는데 선착장에 커다란 크루즈 선과 차량과 승객을 함께 싣는 페리 몇 척이 떠 있다. 1,500m 높이의 뫼레오그롬스달 산맥 사이로 펼쳐지는 피오르가 장관이다. 게이랑에르 피오르의 바다는 염도가 높아 겨울에도 얼지 않으며 게리랑에르 피요르는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피요르라 한다. 노르웨이에는 수많은 피요르가 있지만 그 중에 유명한 것이 게리랑에르, 노르, 송네, 뤼세 피요르이고 그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 게리랑에르라고 하며 가장 큰 피요르는 송네 피요르라고 한다. 게리랑에르 피요르와 송네피요르 일부구간은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눈이 조금이라도 내리면 지리적 특성상 주변 도로가 통제되어 게이랑에르 피오르를 관광할 수 없고 송네 피오르로 대체되며 5월 중순~8월말까지만 게리랑에르를 관광할 수 있다고 한다. 게이랑에르는 평소250명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로 1869년 영국 배가 조난을 당해 이곳까지 밀려오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진 마을인데 이 마을에 노르웨이에서 3번째로 큰 크루즈 항구가 생기면서 여름철 4개월간 수십만 명이 이곳을 찾는떼 게이랑에르 피오르는 좁고 잔잔하지만 평균 수심이 260m이고 최고 수심은 760m나 돼 거대한 크루즈선까지 다닐 수 있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잠시 마을을 둘러 본 다음 헬레실트란 마을까지 운항하는 페리를 탄다. 이 페리는 크루즈선에 비해 작아 보이지만 버스와 트럭, 승용차 등 수십 대를 실을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조금 가다 뒤돌아보니 산비탈을 오르는 지그재그로난 가파른 길이 보이는데 그 모습이 마치 독수리의 날갯짓을 닮았다고 해 ‘이글로드(Eagle Road)’라고 부르는 길이라 한다.
페리를 타고 헬레실트라는 마을이 있는 곳까지 가는 도중 주변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는 크고 작은 많은 폭포가 보이는데 그중 유명한 폭포가 182m의 암반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7개의 물줄기가 있는 7자매 폭포라고 한다. 수량에 따라 7자매 폭포가 선명하게 보이지만 수량이 적으면 물줄기가 희미해져 한 자매 정도는 줄어들 수도 있지만 지금이 5월 말이라 7개의 물줄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총각폭포와 마주보고 있는데 안내방송에서 두 폭포에 관련한 전설도 소개한다. 전설에 의하면 한 총각이 오른편 언덕에 살고 있는 7자매에게 각각 구혼을 했는데 술을 좋아하는 7자매들은 술을 마시느라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하였고 그에 실망을 한 총각은 폭포가 되었고 맞은편에 살고 있었던 7자매도 총각이 폭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폭포가 되었다고 한다. 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폭포는 총각폭포와 7자매폭포 외에도 많이 보인다. 이런 경관들을 뉴질랜드 남섬의 밀포드사운드 여행 시 보았는데 내 느낌엔 밀포드사운드의 경관보다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