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시인 약력
196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했다. 2001년 김수영문학상과 2002년 김달진문학상을 받았다. 주요 도서로 시집 《정말》 《의자》 《제비꽃 여인숙》 《풋사과의 주름살》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동화책 《귀신골 송사리》 《십 원짜리 똥탑》, 동시집 《콧구멍만 바쁘다》 등이 있다.
자선 대표시
어머니학교 15
요샌 글이 통 안 되냐?
먼저 달에는 전기 끊는다더니
요번 달에는 전화 자른다더라.
원고료 통장으루 자동이체 혔다더니
며느리한테 들켰냐?
글 써달란 디가 아예 웂냐?
글삯 제대루 쳐줄 테니께
어미한테 다달이 편질 부치든지.
글세를 통당 주랴?
글자 수루 셈해 주랴?
물
-어머니학교 16
티브이 잘 나오라구
지붕에 삐딱허니 세워 논 접시 있잖냐?
그것 좀 눕혀 놓으면 안 되냐?
빗물이라두 담구 있으면
새들 목두 축이구 좀 좋으냐?
그리구 누나가 놔준 에어컨 말이다.
여름 내내 잘금잘금 새던디
어디다가 물을 보태줘야 하는지 모르것다.
뭐가 그리두 슬퍼 울어쌌는다냐?
넘의 집 것두 그런다냐?
하늘
-어머니학교 18
노각이나 늙은 호박을 쪼개다 보면
속이 텅 비어 있지 않데? 지 몸 부풀려
씨앗한테 가르치느라구 그런 겨.
커다란 봄 하늘과 맞닥뜨린 새싹이
기죽을까 봐, 큰 숨 들이마신 겨.
내가 이십 리 길 읍내 장에
어떻게든 어린 널 끌구 댕긴 걸 야속케 생각 마라.
다 넓은 세상 보여주려구 그랬던 겨.
장성한 새끼들한테 뭘 또 가르치것다구
이렇게 둥그렇게 허리가 굽는지 모르것다.
뭐든 늙구 물러 속이 터엉 빈 것을 보면
큰 하늘을 모셨구나! 하구는
무작정 섬겨야 쓴다.
짐
-어머니학교 42
기사양반,
이걸 어쩐댜?
정거장에 짐 보따릴 놓구 탔네.
걱정마유. 보기엔 노각 같어두
이 버스가 후진 전문이유.
담부턴 지발, 짐부터 실으셔유.
그러니께 나부터 타는 겨.
나만한 짐짝이
어디 또 있간디?
그나저나,
의자를 몽땅
경로석으로 바꿔야것슈.
영구차 끌듯이
고분고분허게 몰어.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고분이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