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비 20억원을 들여 설계 초안까지 나온 이우환미술관의 건립 여부가 아직도 안개속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지만 미술품을 제작할 작가들에 대한 작품지원비 또는 작품료 논란으로 최종 건립여부가 미뤄지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09년 8월, 2만∼3만300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6600㎡) 규모 약 250억원의 예산으로 2014년까지 미술관을 만들어 세계적 작가인 이우환의 작품을 전시해 대구를 세계적인 관광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설계도 세계적 건축가인
일본의 안도 다다오(70)에게 맡기기로 하고 이 화백과 안도의 대구 방문을 추진한바 있다.
하지만 이우환 미술관의 명칭에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이우환 화백의 요청에 따라 ‘이우환 미술관’에서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으로 변경되었고 급기야 아예 ‘이우환’이란 이름마저 빠진 ‘만남미술관’으로 변경됐다가 비난이 일자 다시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친구들’로 바뀌었다.
그러자 사업합목적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없고 유치작품 수나 사업
성공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술관 건립을 서두르는 집행부의 행태에 대해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대구시의회에서도 ‘의회와 시민 무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지방
선거에서 당선된 권영진 대구
시장이 이우환 미술관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한때 미술관 건립이 없던 일이 됐다는 분위기였지만 권 시장이 자신의 발언이 잘못 전달되었다며 진화에 나서 미술관 건립여부가 미궁에 빠졌다.
그러던 중 권 시장이 지난 9일 전격적으로 일본 동경에서 이우환 화백을 만나 2시간 가량 미술관건립과 관련해 의견을 나눠 주목된다. 일단 권 시장이 전한
대화내용의 골자는 ‘이 화백이 미술관 건립에 의지가 강하다. 미술품 제작 지원비와 작품비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다’로 축약된다.
권 시장은 이 화백이 초반에 미술관 건립에 대해 소극적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세계 어디에도 이런 형태(세계 유명작가들의 공동미술관)의 미술관을 만들 수 없고 현재 까지 작가들의 참여의사도 경쟁적이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또 이 화백의 중재와 요청에 의해 본인을 포함해 9명~11명의 세계적 작가들이 이우환미술관에 참석할 것이지만 그들의 면면은 각 작가들의
매니저와 화랑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최종 계약단계에서 밝히겠다는 이 화백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권 시장은 이 화백이 이우환 미술관에 전시할 작가들의 작품 구입비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혀 주목된다. 대구시와 이우환 화백과 맺은 MOU에는 공사비 250억원과 작품 제작지원비 및 구입비 100억원이소요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권 시장에 따르면 이 화백이 공사비 250억원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작품 구입비에 대해서는 “작가들의 국제적 지명도가 높아졌고 시장가가 매우 높게 형성돼 있어 (공공을 위한 미술관에 저가로 공급해줄 것을) 요청은 하겠지만 한계가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권 시장은 이 화백에게 협약내용을 넘어서는 비용부담에 대한 대구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달하고 사업의 투명성 및 미술관 건립비 예산편성에 대한 의회동의를 위해 빠른 시간 내에 대구를 방문해 시민들과 언론에 브리핑해 줄 것을 요청, 9월 10~12일경 방문을 약속받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금 미술관 건립은 설계초안이 마련되는 등 진행 중인 사업으로 현재로서는 건립을 한다, 안 한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다만 이 화백의 9월 설명을 듣고 그때 비용 문제 과다 등이 발생하면 공의를 모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권 시장이 일본까지 예의를 갖춰 이 화백을 만나 미술관 건립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우환 미술관 건립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시민들에게 내놓지 못한 채 오는 9월 대구를 방문예정인 이 화백의 입만 쳐다보는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