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입니다. 창밖의 녹음은 날로 짙어지고, 공기는 기분 좋은 따스함을 머금은 이 시기만큼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이 잘 어울리는 때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번 연주회는 다채롭고도 화사한 무대였습니다. 가곡과 중창이 어우러지며 무대는 한층 풍성했고 초여름 문턱의 맑은 바람 같은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그래서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 속에 감사와 기쁨이 함께 실리는 듯했습니다.
이번 연주회에는 특별히 반가운 손님 한 분이 자리해 주셨습니다. 바로 고(故) 이수인 작곡가 선생님의 부인이셨습니다. 이수인 선생님은 한국 동요와 가곡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둥글게 둥글게’, ‘앞으로’, ‘아빠의 얼굴’ 같은 동요를 비롯해 500곡이 넘는 창작동요를 남기셨고, ‘고향의 노래’, ‘내 맘의 강물’, ‘석굴암’ 등 150곡이 넘는 서정가곡을 발표해 ‘동양의 슈베르트’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국 최초의 어머니합창단을 만들고, 성산살롱음악회를 열며 가곡의 숨결이 생활 속에서 이어지도록 힘쓴 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곡연주회에도 매회 이수인 선생님의 곡이 연주됩니다. 이번 연주회에서도 그 분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내 맘의 강물'과 '외갓길'이 연주되었습니다. 이 곡들이 흐르는 동안, 작곡가는 떠났어도 그가 남긴 음악은 여전히 살아 우리 곁을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노래는 시간을 견디고, 세월이 지나도 사람의 마음을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그래서 어제의 무대는 단순한 한 번의 연주가 아니라, 한 작곡가의 삶과 음악을 다시 기억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이수인 선생님은 더욱 특별한 분입니다. 제 장인어른의 고등학교 동창이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제는 객석에 계신 부인께서 더 반갑고 뜻깊게 느껴졌습니다.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선생님의 곡을 들으며, 사람은 떠나도 좋은 음악은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남긴 곡들이 지금도 사랑받고 연주되는 모습을 보시는 부인의 마음에는 분명 남다른 감회가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수년전 실린 신문 기사에 따르면 이수인 선생님은 “음악은 오래 가야 되고 우리 역사와 더불어 발전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깊이 있는 말씀입니다. 요즘은 뭐든 빨리 반짝이고 빨리 사라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래 남아 삶을 위로하고 마음을 붙드는 음악은 소중하고 귀합니다. 어제 우리가 함께 들은 가곡들이 바로 그런 음악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10여 년 전부터 이수인 선생님 댁에서 가곡 동호인들이 모여 선생님의 곡을 연주하는 살롱음악회가 열려 왔다는 이야기도 참 아름답게 들립니다. 우리가곡사랑회의 손종열 대표님께서 이 음악회를 이끌고 계십니다. 사람의 생은 마쳤어도, 그가 남긴 음악이 사람들의 목소리와 모임 속에서 계속 살아 있다는 것은 큰 감동입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한 예술가가 남길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유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의 연주회는 화사한 5월의 무대이면서 동시에, 오래 남는 음악의 힘을 다시 느끼게 한 자리였습니다. 음악이 있어 행복하고, 그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여러분이 있어 더욱 감사한 5월입니다. 다음 연주회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첫댓글 한봉재님의 후기글 속에도 오월의 싱그러움과 따뜻함이 묻어나네요 감사해요~~^^
오랫만에 이수인선생님 사모님을 뵈니 생전에 이수인선생님을
뵙는듯 반가웠답니다 부디 건강 하셔서 오래도록 뵐 수 있기를 소망 합니다 ᆢ
언제나 친절하고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
저는 이수인 선생님 사모님을 처음 뵈었는데, 이전에 아는 분처럼 반가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