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대충 주변을 둘러보고 N15번 도로가 N35번인 카라코람 하이웨이와 만나는 인더스 강가에 있는 칠라스로 향한다.
정상에서 칠라스까지는 44㎞로 계속 내리막 급회전 길이다. 바부사르 패스를 지나니 산에 큰 나무는 안 보이고 키 작은 관목이 듬성듬성 보일 뿐이다. 고개를 전후로 북쪽이 더 건조한 기후인 것을 좌우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고도 알 수 있다. 내리막인데다 도로 사정도 안 좋고 급회전, 급경사길이 이어져 기사는 속도를 낮춰 조심스럽게 운전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쯤 바부사르 고개를 내려와 New Moon Restaurant Babusar에서 현지 가이드 하룬이 바부사르 패스 아래 Moon Restruant Besar에서 주문한 식사로 점심을 먹는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칠라스로 가는 길은 잔설 설벽과 눈 녹은 물로 도로가 엉망진창인데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도로를 덮칠 것 같은 토석이 쌓인 절벽(?)으로 차량들이 엉금엉금 기어간다. 심지어는 쌓여 있던 설벽이 무너져 도로 양측에서 간신히 한 대씩 빠져 나가는데 사람들이 이곳에서 수신호로 차량운행을 돕고 있다. 바부사르 패스가 열린지 얼마 안 돼 이런 구간이 남아 있는 것 같다.
30분 정도 걸려 카라코람 하이웨이(N35번 도로, KHH)와 N15번 도로가 만나는 칠라스에 도착하니 3시다. N15번 도로 끝 다리를 건너니 삼거리에 칠라스 검문소가 있다. 검문소 앞에 정차하고 우리는 버스 안에 대기한 채 가이드가 여권을 거둬 검문소로가 검사를 받는다. 칠라스는 길기트와 스카루두, 바부사르 고개를 연결하는 삼각 교통요지로 이곳도 테러 등으로 위험지역이기 때문에 통행자와 통행차량을 검사를 한다고. 외국인 여행객은 경찰이 에스코트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다리 옆 바위에는 흰 페인트로 바위를 칠한 것이 보이는데 가서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불교 암각화에다 덧칠을 한 듯하다.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길은 본래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파돼 나갔던 길로 이 길을 따라 불교관련 암각화가 그려진 바위들이 많은데, 과격한 무슬림들이 그 위에 페인트로 칠을 하거나 글씨를 쓴 것, 심지어 바위를 파괴한 것을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다. 이런 행위는 심지어 불상의 목을 잘라 훼손하거나 탱화에 페인트칠을 하는 등 야만적인 모습으로도 나타나는데 참으로 한심한 무슬림들이다. 이슬람교나 기독교 등 유일 신을 믿는 국가에서 만이 일어나는 야만적 행위로 공존공생의 도를 모르는 종교지도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곳부터는 N35번 국도로 카라코람 하이웨이라고 불리는 도로이다.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koram Highway, KKH)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길게 이어진 자동차 도로로,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Abbottabad)에서 중국 신장의 카슈가르(Kashugar)까지 1,250㎞로 지금까지는 지름길인 나란과 바부사르 패스를 잇는 N15번 도로를 달려 왔지만 이제부터는 카슈가르까지 줄곳 N35번 도로인 카라코람하이웨이를 타고 간다고 한다.
구글 지도에는 칠라스에서 오늘 우리가 숙박할 길기트까지는 134㎞로 세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도로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도로는 인더스 강을 따라 동쪽으로 이어진다. 길깃으로 가는 도로 좌측에는 인더스 강이 탁하게 흐르고 있고 우측에는 언제 무너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산들이 줄을 지어 있는 것을 보면서 이 길은 보수를 해서 될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비만 오면 산에서 토석이 무너져 내리는데 그것을 막아낼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인더스 강이 주변의 토사들을 무서운 힘으로 침식해 가는 것을 보니 언젠가는 이 도로도 침식당해 없어 질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더스 강은 길이가 3,200㎞로 티베트 남서부 해발 4,900m 지점에서 발원해 파키스탄의 카라치 근처에서 아라비아 해로 흘러 들어가는데 산악지대를 통과할 때는 유속이 빨라서 침식작용에 의해서 토사가 휩쓸려 내려간다. 이곳도 산악지대로 유속이 빨라 토사의 침식이 많은 곳으로 우기에는 침식작용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니 그런 걱정을 하게 된다. 인더스 강이 흐르는 바닥을 보면 강바닥이 도로와 건너편 마을보다 100m 이상 낮은 곳에서 흐르는데 깎여 나간 곳을 보면 큰 바위들이 3개 층으로 박혀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 바위들이 박힌 진흙의 지층들이 도로 우측 산에도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옛날에는 강바닥이 우측 산 중턱보다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비만 오면 도로가 엉망진창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이해가 된다.
황토 흙탕물 인더스 강줄기 따라 일행을 실은 차는 계속 도로 위를 곡예 하듯 질주한다. 아침의 나란은 18도였는데 이곳의 바깥 온도 40도 정도로 나무 하나 풀 한 포기 없는 주변 산새다. 황량함 그 자체로 카슈미르의 벌거벗은 산 또는 ‘신들의 산’이라는 의미의 ‘데오미트 야미르’로 불린다. 마을마다 구간마다 체크포인트가 있다. 이 길은 탈레반이나 산적들 때문에 경찰차 에스코트 받는 길이다.
얼마쯤 가다 비포장의 천 길 낭떠러지에서 차가 선다. 낭가 파르바트 산이 보이는 뷰포인트인데 오늘 따라 눈 덮인 낭가 파르바트 정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가이드가 우리 일행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로 낭가 파르바트 정상을 볼 수 있는 확률은 20%도 안 된다고 너스레를 떤다. 우리는 각자 좋은 포인트를 찾아서 사진들을 찍는다. 낭가 파르바트(Nanga Parbat, 8,126m) 산은 파키스탄에서 K2 다음으로 높은 산이며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산으로 산스크리트어 나그나파르바타(벌거벗은 산)가 어원이다. 전망대 안내판에는 킬러마운틴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수많은 등반가가 사망을 한 곳으로 1937년까지 12명의 등반가가 그곳에서 사망했고 오스트리아-독일 합동 원정대에 의해 1953년에 마침내 정복될 만큼 많은 등산가가 이곳을 탐험(정복)하려다 죽음을 맞이했다는 뜻인데 1989년 7월 13일 셰르 칸 대령은 산 정상에 오른 최초의 파키스탄 인이 되었다고 적혀 있다. 1992년 광주우암산악회가 등정에 성공했으나 2009년 고미영씨가 하산 중에 실종되어 사망한 산이기도 하다.
화장실도 갈 겸 가이드 친구가 운영하는 재글롯(Jaglot)의 한 레스토랑 앞에 정차했는데 주차장 바닥에 흰 열매가 수북이 떨어져 있다. 주위를 살펴보니 파키스탄 청년 하나가 뽕나무 위에 올라가 장대로 가지를 두드리고 뽕나무 아래엔 젊은이 서너 명이 망을 들고 떨어지는 오디를 받고 있다. 일행들이 가까이 다가가니 젊은이들이 웃으며 흰 오디를 건네주며 먹어보라고 한다. 일행 중 여자분 몇 명이 오디를 받아 맛을 보고는 젊은이들에게 망을 건네받아 오디 수확에 동참하며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다시 버스에 올라 히말라야산맥과 힌두쿠시산맥, 카라코람산맥이 한꺼번에 보이는 정션 포인트(Junction Point)에 정차하자 일행들은 각자 좋은 포인트를 찾아 사진을 찍느라 빠쁘다. 이곳에는 히말라야산맥과 힌두쿠시산맥, 카라코람산맥과 그 방향을 표시하는 검은 돌로 만든 표지석이 있는데 여행객들의 사진 명소로 많은 여행객들이 줄 서서 석양으로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강과 산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정션 포인트 기준으로 동쪽엔 ‘만년설의 집’이란 뜻의 히말라야산맥이, 북쪽엔 '검은 자갈밭'을 뜻의 카라코람산맥이, 서쪽엔‘인도의 산지’를 뜻하는 힌두쿠시산맥이 이어진다. 또, 이곳은 길깃 강과 인더스 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인더스 문명을 발생시킨 인더스 강은 카라코람산맥과 히말라야산맥을 갈라놓고, 길깃 강은 카라코람산맥과 힌두쿠시 산맥을 갈라놓은 곳이다.
오후 7시 20분 길깃 Destination Hotel에 도착한다. 오후 1시에 칠라스에서 출발해 6시간이 걸렸고, 나란에서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였으니 11시간 동안 약 300㎞의 산길을 타고 온 셈이다. 방을 배정받아 캐리어를 정리하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와 보니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렸는데 시내는 매우 어둡다. 길깃이 길깃 발티스탄 주의 주도(州都)이고 호텔 옆은 주의회 건물이 있는 곳인데 가로등 하나 켜져있지 않고 여기저기 균열이 간 도로엔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으며, 차량이 도로를 달리자 먼지가 많이 날 뿐만 아니라 주인없는 개들이 거리 곳곳을 어승렁거리고 아이들이 돈을 달라고 달려들자 갑자기 치안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외식을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남아 싸 가지고 온 볶음국수와 과일 그리고 룸메이트가 준 참치 통조림으로 저녁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