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성장력을 바탕으로 개발을 이어 온 우리나라에서 근대의 정취가 남아있는 곳들이
이제 어른들은 추억을 되새기고,
어린이들에게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죠.
현대의 빌딩숲에서 오랜 모습을 간직하며 우리 곁에 남아있는 근대의 흔적들은
열심히 살아 온 그
시절 시민들의 땀과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
근대 간이역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동촌역은 그 가치를 인정 받아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사진:문화재청
홈페이지)
그 중 간이역은 좀 더
특별한 추억으로 와 닿는데요, 만남과 이별의 장소이자 새로운 출발 혹은
고향의 그리움을 의미하기도 했죠.
대구 동구에 위치한
동촌역은 1917년 경부선-중앙선 대구선에 개통된 역으로, 근대사의 대표적인 건축
양식을
띄고 있습니다.
그 시절 지어진
간이역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제303호,
2006년)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
人자형으로
붙은 맞배지붕이
특징인 박공을
잘 보여주는 동촌역사.
역사의 면적은 약 176㎡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등록된 간이역 중 지붕의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목조로 지어진 대합실의 큰 박공(맞배지붕의 측면에 人자형으로 붙인 건축 부재)과 사무실의 작은 박공 형태가 특징으로, 건축사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죠. 또 문화재 지정 당시 건축물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으며,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 역시 보존이 잘 되어 있던 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동촌역사에 남은 철로를 그대로 살려 그 시절 정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촌로(91-19)에 위치해 있던 동촌역은 현재 대구선동촌공원으로 이전 및 복원을 거치고 있습니다.
동촌역과 약 7.5km 거리에 위치한 반야월역(신서동) 또한 마찬가지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간이역이며
이전, 복원하였는데요, 내부를 도서관으로 꾸며 어린이 및 주민들에게 책과 산책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명칭: 반야월역사 작은도서관)
동촌역 또한 뚜렷한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복원 작업이 완공될 경우 시민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공공장소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구의 큰 강줄기 금호강을 건너던 아양철교 또한 보수 공사를 거쳐 리모델링하였는데요,
올해 1월부터 통행을 허가하였고 ‘아양기찻길’로 새롭게 이름 지어졌습니다.
아양철교는 1936년부터 대구선 열차가 다니기 시작해 2008년 2월까지 70년 넘게 사용돼 왔습니다.
대구선이 이설되면서 아양철교는 폐선으로 남아 철거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산업문화유산으로 보존 가치가 커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시민 쉼터로 개발되었죠.
아양기찻길은 총 연장 277m, 폭 3m로 보행 및 자전거 도로(운전 제외)의 기능을 하며
강동과 강서지역(신암동-지저동)을 연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또 대구선동촌공원으로 향하는 연결로가 되어 공원 이용에 편리를
더했죠.
옛
대구선 생태공원 조성에 가치를 도모하는 기대도 안고 있습니다.
△
'덜컹덜컹'
레일을 달리는 소리가 유난했던 철교의 모습을 추억하는 시민의 편지가
아련한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 아양철교의 옛 모습과 비교해보면 기존 구조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죠 ^^
길이 57m, 폭 4.5~8.5m에 전면 통유리로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전망대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다리 위에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기존 사진과 비교해보면 역시 푸른빛이 나는 전망대가 눈에 띄죠.
리모델링은 서울대 백명진 교수팀(디자인학부)이 설계한 것으로,
폐철교를 재활용한 사례도 거의 없어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기찻길의 끝에는안내표지판이 상세하게 나와있답니다.
△ 평일 정오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이곳에서 산책을 즐기고 통행을 하고 있어요 :)
△ 기찻길에서 보이는 금호강 전경이 시원하다. 맑을 때는 멀리 팔공산까지도 잘 보인다.
또 유리바닥을 만들어 철로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구간이 곳곳에 있으며 내려다보면
흐르는 강물까지 볼 수 있습니다. 70여년간 숱한 사연과 그리움을 싣고 달렸던 기차가 절로 연상되네요.
전망대 내부의 첫인상은 밝고 아늑했고, 밖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느낌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양쪽 입구에는 각각 카페가 있어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고 휴식을 취하거나 담소를 나누기도 좋습니다.
전망대
중앙에는 디지털 다리박물관 키오스크
및 아양뷰 모델이 비치되어 있으며
터치 스크린을 통해 한국 및 세계, 주제별 다리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철로를 중심으로 키오스크와 명상원이 나란히 있습니다.
명상원은 팔공산 방면을 감상하며 조용히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말 그대로 명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과 푸른 하늘을 보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과 차 한잔의 여유, 수다를 즐기는 사람들로
이색적이고도 활기찬 풍경을 자아낸다.
밤이 되면 아양기찻길은 더욱 아름다운 외형을 자랑하는데요,
쭉 뻗은 다리를 감싸는 조명을 밝혀 분위기 있는 교각이 강물과 어우러져 근사한 경관을 연출합니다.
힘들었던
하루를 정리하며 시원한 강바람으로 하루의 피로를 식히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래된 전통과 역사를 현대의 신기술과 융합·보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커다란 의미와 가치를 가져다줍니다.
제 기능을 다해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철로가 다시 지역민들에게 쉼터와 길을 제공하고,
텅빈 간이역이 다시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해집니다.
무려 7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듯 이곳들은 또다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즐겨찾는 쉼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