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창녕역사를 바로 세워야 하는가
이철환논설의원
2008-04-29 오후 3:03:00
창녕정신은 어디로 사라졌나?
지난 군수보궐선거에서 후보자 전원이 창녕의 자존심을 살리겠다고 공약하였었다. 무엇 때문에 창녕의 자존심이 그처럼 추락하였을까? 그리고 불과 반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도 창녕의 자존심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다.
얼마 전 우리가 선출한 우리지역 전직 국회의원이 창녕을 두고 풍토가 나쁘다고 했다. 지난 군수 보궐선거에서 모당의 군수후보 공천심사에서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한 후에 한 말이다. 풍토가 나쁘다는 것은 그 지역의 공기와 땅이 나쁘다는 말이다. 이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쁘다는 말을 함축하고 있다. 그렇게 말한 모 전직국회의원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지만 오죽했으면 자기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해준 지역에 대해서 그처럼 모욕적인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처럼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침묵만 하고 있다. 그런 말을 듣는 것이 마땅해서인지 아니면 항의할 기력조차 잃어버려서 인지 모를 일이다. 우리 창녕은 이처럼 무기력에 빠져있다. 그러면 우리 창녕사람들이 언제부터 이처럼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침묵만 지키는 무기력에 빠지게 되었을까?
우리 창녕은 영남에서 가장 먼저 삼일독립 만세운동을 일으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제의 암울한 시기에 왜경의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독립만세운동을 일으킨 당당하고 굳굳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씩씩하고 당당했던 창녕정신은 지금 어디로 사라졌을까?
■ 창녕은 축복받은 고장이다.
창녕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축복받는 고장이라고도 한다. 세계적인 우포늪, 분화구를 가진 유수한 화왕산, 전국 제일의 부곡온천을 가지고 있다. 타 시군에서는 그 중 하나도 갖추기 어려운 것을 창녕은 세 군데나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천혜의 축복위에 우리는 또 하나의 축복을 받았다. 그것은 조상으로부터 찬란한 역사유산을 물러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창녕이 하늘로부터 축복받고 조상으로부터 자랑스러운 역사를 물러 받은 고장이면서도 정작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잘 모르고 살고 있는 것 같다.
흔히들 창녕을 제 2의 경주라 일컫는다. 군 단위지역에서 국보급 문화재가 2개나 있고 보물급 문화재가 다수가 있으니까 일컫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 문화재들은 대개가 통일신라시대때 만들어진 신라문화인 것이다. 이들 문화재들이 훌륭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재들은 우리 창녕의 고유한 것이 아니고 경주지방에서 유입된 왜래문화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무런 생각없이 자신의 문화는 버리고 이들 문화재만을 찬양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혹자는 지금 글로벌시대에 무슨 지역주의적인 말을 하느냐고 나무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무리 시대적 추세가 세계화되어 간다고 해도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개성이 없다면 창조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치 오늘날은 지방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존중하고 있다.
■ 창녕만의 고유한 역사는 무엇일까?
그러면 창녕만의 고유한 역사는 무엇이 있을까? 창녕에는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지가 최근에 발견되었다. 이것이 부곡면 비봉리 선사유적지이다, 이곳에서 약 8천년전에 인간이 생활하면서 사용하였던 각종 그릇과 삼태기 그리고 쪽배가 발굴되었다.
이와 같이 창녕지방에는 한반도 내에서 다른 어느 지역보다 인류가 일찍이 정착하여 살면서 고대국가를 이룩한 곳이다. 그 뒤 부족국가를 이루기 시작하였던 청동기 시대의 유물인 고인돌은 창녕군내에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장마면 유리 고인돌은 무개가 36톤이나 나가는 국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고인돌로 평가되고 있어 일찍부터 부족국가를 형성하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청동기시대를 이어 삼한시대로 들어서면서 고대국가를 형성하였음은 필연적이라 할 것이다. 우리 창녕은 당시 중국역사서에까지 불사국으로 소개되었다.
불사국에 이어 창녕에는 창녕읍과 현풍을 아우르는 비화가야가 있었고 영산과 계성에는 탁기탄이란 가야국이 있어 1개군내에 유일하게 가야국이 2개나 있는 명실공히 가야의 본 고장이었다.
이들 가야국은 신라 진흥왕의 침공으로 멸망하기까지 7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여기까지가 창녕만의 고유한 역사시대인 것이다. 이 시기야말로 창녕지역 사람들이 스스로 왕을 선출하여 고대국가를 건설한 창녕역사상에 있어서 가장 자랑스럽고 영광된 시기이다. 그런데도 문화원은 불사국과 가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
2년전 군수 보궐 선거때 한나라당의 모 군수후보는 예비 선거공약으로 창녕에 역사도시 부활을 주장하였었다. 그의 공약은 옳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역사를 부정하는 풍토에 휘말려 그는 본 선거 공약에서는 슬그머니 철회하였었다. 이처럼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자기역사를 부정하는 잘못된 풍토속에 지내왔었다.
창녕문화원은 억지 주장을 하면서 처음부터 신라였던것 처럼 우리의 자랑스러운 가야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그리고 가야역사를 연구하는 것조차 탄압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군 행정기관은 공식적으로 가야역사를 표방하고 있다. 각종 발행문이나 안내서에서 창녕에 불사국과 비화가야국이 있었음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역사규명을 위한 학술용역비를 책정해 놓고도 시행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문화원에서 압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자기 역사와 문화를 앞장서서 지켜야 할 군의회는 침묵하고 있다. 창녕군청이 자신의 역사를 두고 문화원과 대립하고 있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편찬된 창녕군지가 변조되어 있는데도 그들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역사를 모른다면 역사학자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침묵하고 있다. 군의회는 마땅히 진실을 밝히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왜 우리는 역사를 부정하는가?
창녕에 가야국이 존재하였음은 역사적 문헌상으로나 수많은 고분 유물 유적들이 명백히 말해주고 있다. 창녕신문에 연재되는‘역사학자들이 말하는 창녕역사’를 통해서 수많은 대학 교수들과 역사학자들이 우리의 가야역사를 연구 발표한 것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화원은 여전히 부정하고 있다.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개발하고 선양해야 할 문화원이 우리의 있는 역사조차 파묻으려 하고 있다. 문화원은 억지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역사학자들과 학술토론회를 개최하여 자신의 주장을 정정당당하게 말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향토역사 선구자들인 노대석, 김형곤, 김세호선생 등이 이미 창녕의 가야역사를 밝혀 놓았었다. 더군다나 창녕의 정사라 할 창녕군지에 1984년도 판에는 창녕의 가야역사를 자랑스럽게 기록하였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003년도판 군지에서는 가야역사를 부정하였다. 한 지방의 역사가 어떻게 이처럼 조작될 수 있을까? 역사는 준엄한 것이다. 그래서 일국의 왕도 역사는 고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가야역사를 부정하는 일부의 주장에 현혹되어있다. 우리의 가장 자랑스러운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그들은 도대체 어느 지방 사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이웃을 돌아보라.
우리의 이웃을 돌아보자. 다 같은 가야국이면서 같은 시기에 신라에게 멸망당한 김해. 함안. 고령 등지의 가야국들은 지금 가야문화 복원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왜 그럴까? 진정한 지방 문화는 자기만의 역사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가에서 시행하는 가야문화 복원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박물관을 대대적으로 신축하고 가야문화 축제를 개발하여 연간 백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그만치 가야문화는 우리 국민들에게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가야문화는 어느 산업 못지않게 높은 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에 못지 않는 가야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경우는 가야역사를 부정하는 잘못된 풍토에 휘말려 정부의 대대적인 가야문화 복원사업에도 소외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이 년간 고작 3만명에 불과하다. 이는 가야역사를 부정하는 잘못된 풍토와 무지 때문이라 할 것이다. 창녕의 문화관광사업을 바로 세워 풍요로운 창녕을 만들기 위해서도 창녕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역사는 미래의 나침판이다.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의 역사와 특성을 모르고서는 발전적 미래를 설계할 수 없을 것이다.
당당한 창녕정신을 되살리자.
지금은 지방 자치시대이다. 지역 주민의 손으로 수장인 군수와 군의원을 선출하여 지역주민의 지혜와 힘으로 지역의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 시대이다. 자기 지역만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어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되는 문화정책을 개발해야 하는 시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 보다 가야시대에 고대국가를 건설하였던 자주 정신이 요구되는 때라 할 것이다.
이는 창녕에 있어서 가야역사를 빼고는 진정한 자기만의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고 침체된 창녕을 살리기 위해서는 역사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역사를 바로 세워 고대국가를 건설하였던 굳굳하고 당당한 창녕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지금의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고 혼탁한 창녕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침체된 창녕사회를 활기차게 개척해 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