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色 소리聲 냄새香
맛깔味 닿음觸 이치法*
기포의 새벽 편지-214
동봉스님 ()()()
제4장. 묘행무주분妙行無住分
묘행이 곧 무주고
무주가 곧 묘행입니다
같은 존재의 두 가지 이름이지요
수달다가 본명Given-name이라면
급고독이 별명Anothername이고
김정희가 본명이라면
추사나 완당 등이 별명이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묘행이 만일 본명이라면
무주는 별명이 될 것이고
무주가 만일 본명이라면
틀림없이 묘행이 별명이겠지요
서가모니 부처님에게도
서가모니불이 홀로이름씨인데
두루이름씨로 여래십호가 있습니다
묘행은 주처가 마음이므로
주처를 정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마음 자체가
하루에도 아니, 매순간 매찰나마다
8만4천의 8만4천을 제곱한 수보다
더 많이 변덕을 부리니까요
계산하지 않아도 됩니다
70억 5,600만(=84,×84,) 번이니까요
이는 매초, 매찰나마다
지구 전체 인구 숫자 만큼이나
마음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 사람의 마음이
그톡록 수없이 바뀌는 것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람의 마음이
그만큼 매우 다양하다는 뜻입니다
무주가 그대로 묘행입니다
무주가 움직씨고
묘행이 이름씨인지
아니면 묘행이 그림움직씨고
무주가 어찌이름씨인지는 모릅니다
여하간 둘 사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공덕천과 흑암천의 관계입니다
공덕천 있는 곳에 흑암천 있고
흑암천 가는 곳에 공덕천이 가지요
피안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차안이 있었고
차안이 있는 까닭에
피안이 설 자리를 갖는 것입니다
보살이 어떻게 닦아갈 것인가
부처님께서는 묘행하라십니다
보살 지위로 승진하려면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자격을 갖추려면 주어진 시험을
무난히 통과해야 합니다
1종 운전면허증을 따려면
80점 이상 필기에 붙고
실기에서도 합격해야 가능합니다
보살의 자격증명서는
쉽게 발급되지 않습니다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지요
묘행이 선행되어야 하고
동시에 무주이어야만 발급됩니다
보살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과제가 있지요
그 과제는 묘행입니다
묘행에는 여섯 과목이 있는데
역시 필기와 실기는 기본입니다
(1). 빛깔色
(2). 소리聲
(3). 냄새香
(4). 맛깔味
(5). 닿음觸
(6). 이치法
이들 6가지 과목의 주제는
한결같이 보시요
나눔입니다
어떤 것을 보시할까
상대는 무엇을 가장 좋아할까
내용은 어떤 것으로 할까
현금이 좋을까
아니면 상품권이 좋을까
먹을거리 입을거리 놀거리
부피 크고 값 싼 것
작지만 비싸고 귀한 것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옵니다
(1)
첫째 눈에 보이는 모양입니다
눈에 띄는 것으로는
빛깔이 있습니다
받는 사람이 남자인가
여자인가에 따라 빛깔이 달라지지요
어르신이냐 어린이냐
어르신이라면 연세와 취향은?
어린이라면 몇살 쯤?
선물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옷이 있고 장난감이 있습니다
콘도미니엄 숙박권이 있고
여행티켓이 있습니다
어떤 선물로 할 것이며
어떤 빛깔을 고를 것이며
어떤 디자인을 고르면 좋을까요
과연 어느 정도 선이 알맞겠습니까
(2)
둘째 귀에 들리는 소리입니다
귀에 들리는 것은
질량을 갖고 있는 것도 있고
질량을 갖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시요 베품이고 나눔이라면
부피가 있고
무게가 있고
수량이 있고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귀에 들리는 소리라면
선물로서의 외형성을 지닙니다
모양없는 선물은 없습니다
비구육물에는 들지 않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스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녹음기고 카메라였습니다
큰스님의 법문을 녹음하고
영상을 담으려면 필요했으니까요
영화관이나 음악당 티켓도
스님들에게는 좋은 선물이었습니다
어떤 질 좋은 소리를 보시할까
지금은 산사음악회가 유행하지만
1980년대~1990년대 말까지
절에서는 합창단이 유행했고
가릉빈가의 음성을
불전에 공양하곤 하였습니다
이런 게송이 생각납니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 미디 미묘한 향이로다
어떻습니까
보시로는 최고 아니던가요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무주無住가 조건이지요
(3)
셋째 코에 맡아지는 향기입니다
주제를 냄새로 바꿔도 좋습니다
스승이신 고암 큰스님께서
제자에게 이리 말씀하셨습니다
"자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가 뭔 줄 아는가?"
내가 큰스님을 우러러 뵈자
큰스님께서 말을 이으셨습니다
"사람 냄새라네!"
사람 냄새! 그렇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를 지남이 없습니다
옆에서 큰스님 말씀을 듣던 시주가
어느날 쇼핑백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스님, 어디 나가시려면
아무리 스님이라도 바르셔야 해요."
'회장품'하면 여성이지요
그러나 남성화장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btn불교텔례비젼 열린법회 출연차
분장을 받아 본 것 외에
화장품을 써 본 적이 없습니다
언젠가 기억이 가믈가믈합니다만
일산에 있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선배스님, 시간 좀 내시겠습니까?"
수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시간 낼 수 있느냐를 물은 것입니다
"으음, 낼 수 있지. 언제?"
"네. 큰스님 목요일 어떠세요?"
"목요일? 스케쥴 좀 보고~
내가 쫌 있다 전화 함세. 고마워!"
"네, 큰스님!"
그동안 아프리카 가 있느라
좋은 구경도 못했을 텐데
그래서 꽃구경 시켜주겠다는데
후배스님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그날 가보니
일산의 무슨 호수라는데
인공호수 치곤 참 크던군요
위성도시의 꽃전시회이니
빛깔은 말할 것도 없고
앙증맞은 꽃들이 참 대단했습니다
선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향기를 훔치지 마라"
(4)
넷째는 맛깔입니다
맛의 한자 맛미味자에는
맛의 특성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빛은 광자光子로 전달됩니다
소리는 매질을 통해 전해지고
냄새는 분자로 퍼져 나갑니다
그러나 맛은 다릅니다
옛날 한자를 만든 사람들이
자연과학을 이해하고 있었을까요
멀리 또는 가까이에서
음식이 있음을 느끼고 아는 것은
음식이 지닌 냄새 때문이지요
따라서 음식의 맛味은
맛口보기 전에는 아직未이라는
그런 뜻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설까?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여인음수汝人飮水에
냉난자지冷暖自知니라"라고
"누구든 물을 마셔 보아야
차고 따스함을 알게 되리라."이지요
음식 보시는 중요합니다
다른 보시는 모양이 남아 있지만
음식 보시 먹는 기쁨은
그 자리에서 즐기는 게 고작이라서
책이나 장신구처럼
오래동안 간직하지 못합니다
사랑을 상징하며 주고 받는 예물은
두 사람이 헤어지기 전까지 지속됩니다
그러나 단 1퍼센트도
먹을 수 없고 마실 수 없으니
몸이 요구하는 영양은 안 되겠지요
그러기에 보시에서
무주를 빨리 체험할 수 있는 것은
향기(냄새)와 음식 따위입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내가 밥 살께
선배님 한 턱 내십시오
우리 딸 국수 먹으러 꼭 오라고
먹은 놈이 물켠다고 하잖아
환갑잔치는 먹는 것이지
심지어 '상갓집 개'라는 말도 있습니다
(5)
다섯째는 닿음입니다
닿음의 기준은 애매하지만
질량을 가진 물체는
같은 극끼리의 자성체만 아니라면
척력斥力Repulsion보다는
인력引力Gravitation이 작용합니다
특별히 경계할 일도 없고
미워할 구석이 없는 사람이라면
가까이 있으면 가까울수록
친해지게 되고
우정이 짙어지고
사랑이 싹을 틔우고
나아가 꽃을 피우지 않겠습니까
닿음은 피부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1차 닿음은 손接이고
2차 닿음은 얼굴觸입니다
따라서 접촉의 접接은
시중扌드는 여인妾에게서 온 말인데
가까이扌 있다 보면 마음이 가고
그것이 나중에 버금여인妾이 됩니다
접촉의 촉은 '닿다' 의 뜻입니다
뿔角을 가진 소 물소 산양 버팔로 등은
머리의 뿔을 이용해
상대방을 들이받고 찌릅니다
이는 위협을 느꼈을 때나
천적에게도 취하는 행동이지만
애정표현에서도 적용되곤 합니다
(6)
여섯째는 이치입니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을 알고
사랑과 미움을 가르치고
인생과 철학과 삶을 이야기 하고
종교와 문화를 믿고 이해하는 것이
모두 이치고 진리며 법입니다
과학도 수학도 물리학의 세계도
생물과 화학과 윤리도
법칙이고 진리며 법法입니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이들 여섯 가지 과목에
하나하나 부여된
무주의 법칙을
어떻게 통과하시겠습니까
08/02/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나무과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