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意
조의 (조사의 뜻)
조의라는 말은 조사(祖師)의 뜻이라는 말이니 조사의 뜻을 말하는 것은 여
래의 뜻과 다르기 때문이다. 여래는 만대(萬代)의 자손들을 위하여 노바심절
로 가진 방편을 다하여 법을 설하셨으므로 그 말씀 하신 바가 뜻의 길도 있고
말의 길도 있으나 조사들의 설법은 즉석에서 앞에 당한 자를 제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즉언이 있을 뿐이오. 다른 방편을 쓰지 않았다. 설혹 문자와 언
설이 있다. 할지라도 뜻의 길도 끊어졌고 마음의 행한 곳도 없을새 이것을 활
구선(活句禪)이라고 하는 것이니 활구선이 곧 조사선(祖師禪)이다.
조사의 뜻이 공인 듯하되 이 공이 아니니.
(祖意如空不是空)조의여공불시공
공이라 하면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요 유(有)라하면 공
이 아니고 버젓이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조사의 뜻은 공하여 아무것도 없
는 것 같되 공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찌하여 그런가 하면 마음이란 형상도 없
고 소리도 없어 천하를 다 찾아도 그 자취를 볼 수 없지마는 인연을 따라서는
눈앞에 역력히 나타난다. 그러므로 고인이 이르되 『마하 큰 법왕이 길지도 짧
지도 않도다. 본래 검고 흰 것이 아니라 곳을 따라서는 푸르고 누른 것을 나타
낸다』고 하였다. 모든 법이 제 실다운 자체가 없어 인연으로 써 합하여 유가
되는 고루 있어도 실다이 있는 것이 아니요, 없어도 없는 것이 아니니 거짓 있
는 것이라 원래 유(有)가 아니요, 거짓 없는 것이라 원래 무(無)가 아님을 알
지니 공과 유를 다 보내어야 비로소 조사의 뜻이 나타나리로다.
신령 된 기틀이 어찌 공이 있고 없는 데에 떨어지랴.
(靈機爭墮有無功)영기쟁타유무공
조사의 뜻은 선악과 상벌의 인과를 추월하여 적나나(赤裸裸) 적쇄쇄한지라
열반경에 이른바 도독고(塗毒鼓)와 같아서 원근을 막론하고 이 소리를 듣는
자는 모두 목숨을 잃어버리나니 어찌 여기서 공이 있고 없는데 관계하리오,
이에 대하여 만해 한용운 선생은 이렇게 송을 하였다 『들나룻배로 무수한 사람을
건네어 다 하였는데 강에 가득한 비바람이 스스로 가고 오고 하는구나』 하였다.
삼현도 오히려 이 뜻을 밝히지 못하였으며.
(三賢尙未明斯志)삼현상미명사지
삼현은 공부하는 사람이 성불하는 지위점차를 말하는 것인데 교문(敎門)에
서는 五十五위의 학위를 밟아 성불하게 되는바 삼현은 십 주 십 행 십 회향의
처음 학위에 당하니 조사의 밀의(密意)를 모를 것이 괴이치 않다. 까막까치가
어찌 대붕(大鵬) 의 큰 뜻을 알리오.
십 성인들 어찌 이 종을 알았다 하리오.
(十聖那能達此宗)십성나능달차종
십 성은 오십오 위 중에서 십지보살의 위를 말함이라 그 증득한 바가 삼현보다
는 공(功)이 매우 적지 않으나 묘각 위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므로 능히 조사의
뜻을 달하였다고는 못한다. 승이 동산에서 조사의 뜻을 무른즉 동산은 『한사
람도 만나지 못한다』라고 답하였다. 승은 다시 이렇게 조사 도를 행하던 이것
이 본래면목(本來面目)입니까 한즉 동산은 조사 도를 행하지 않느니라』고 하였
으니 십 성인들 어찌 능히 이 종을 요들 하였다 하리오.
그물을 벗어난 고기가 오히려 물에 걸리나니
(透網金鱗猶滯水)투망금린유체수
고기가 그물을 벗어났으니 죽음에서 다시 살곳을 얻은 것이라 이보다 더 장
쾌한 일이 없을 것이나 오히려 물에 걸리는 근심을 면치 못하였다 할 것이니
물속을 벗어나면 죽게 되는 까닭으로 언제나 물속에서만 살아야 하니 어찌 구
속을 벗어났다 할 것인가 삼현십성이 번뇌와 망상에서는 벗어났으나 벗어난 이
것이 다시 법진(法塵)이 되어 밥의 알음 알 이를 어의지 못할새 마치 고기가 그
물에서는 벗어났으나 물에 걸려 있는 것과 같다. 어찌 물에나 육지를 자유자
재로 하는 용에다 비할바리오. 그러므로 금강경에 이르기를 법도 오히려 버릴
것이어늘 하물며 법 아닐까 보냐고 하였다. 법은 강을 건너는 배와 같
은지라 저 언덕에 이르면 배를 잊어야 할 것이다.
머리를 돌린 돌말이라야 모래 농에서 나오도다.
(廻頭石馬出沙籠)회두석마출사롱
수미산을 겨자씨 속에다 집어넣고 시방세계를 한 털 구멍에다 건립할 줄 알
아야 가히 써 조사의 관문을 통하였다 할 것이다.
은근히 조사서에서 온 뜻을 말하였노라.
(慇懃爲說西來意)은근위설서래의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처음 동토에 와서 조사선법(祖師禪法)을 전하였으므로
조사의 뜻을 서래의(西來意)라고 하는데 선법이란 문자를 세우지 않고 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르쳐 자기 성품을 보아 성불케 하는 법이다.
(不立文字直指人見性成佛)
서쪽이니 동쪽이니 하는 것을 묻지 마소
(莫問西來及與東)막문서래급여동
이 법은 위아래로 비어있고 앞과 뒤로 확 터져있어 방소도 없고 벽도 없고
문도 없으니 어디가 동서남북이 있으리오 부질없는 망상을 내지 말 것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