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타고 넘은 피레네 산길
조 성 민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라는 의미로 천재일우(千載一遇)라는 말을 쓰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주 오래전에 프랑스남부에서 꼬마기차를 타고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위치한 산악국가 안도라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피레네산줄기 따라 협궤를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힘겹게 오르는 낭떠러지를 바라보는 마음은 즐거움과 더불어 아찔하기도 했다. 깊은 산골짜기에 간혹가다 눈에 뜨이는 산비탈의 오두막집이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하고, 기차가 천길 계곡을 가로질러 건널 때 힘차게 내리쏟는 폭포수가 흥분된 마음을 시원스레 가라앉혔다.
얼마나 달려왔을까, 가파른 산마루에 다다르자 기차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제 이 산봉우리를 넘기 위해서는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버스가 힘겹게 산을 넘자 눈 아래 영롱한 햇살을 받은 산봉우리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드디어 안도라에 도착하여 구불구불 휘어진 길을 따라 내려올 때, 네거리에 서 있는 여자교통경찰의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산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짜기 따라 내려온 버스가 안도라의 중심부에 길손을 내려주고 어디론가 꽁무니를 뺀다.
안도라는 크기가 서울보다 작으나 스키와 쇼핑천국으로 이름이 나 있어, 국가 전체수입 중 관광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이다. 안도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스페인 중부로 떠나는 차편을 알아보니 막차가 끊겨 몹시 당황하였다. 이제 오지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오늘 꼭 떠나야 하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돌파구를 찾고자 하였다. 한참 동안 궁리하다가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보자는 생각을 했다.
용기를 내어 배낭을 걸머지고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승용차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치켜들고 태워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많은 차들이 지나갔으나 서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날은 저물고 착잡한 마음에 난감했다. 한편으로는 외진 산골이고 어둠이 깔려오는데 험하고 험한 피레네 산을 넘는데 낯선 이방인을 태워줄 리가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승용차를 포기하고 이번에는 트럭을 향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여러 대의 트럭이 그냥 지나쳐 버리자 온몸에 힘이 빠졌다. 이제 지나가는 자동차에 편승하여 피레네 산을 넘어야 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트럭이 한 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힘없이 손을 들었는데 갑자기 “끼익”하는 트럭의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트럭으로 달려가 태워달라고 하였더니 기사가 타라고 눈짓을 보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얼떨결에 트럭을 탔다. 마음이 날아갈 것 같았다. 트럭이 어둠을 뚫고 험한 피레네 산길을 달릴 때 구름을 뚫고 어디선가 반달이 나타나 웃음을 띠었다. 트럭의 엔진소리가 적막을 깨며 피레네 산허리를 오랫동안 휘감고 나자 도시의 불빛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겨주는 것 같았다. 이윽고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수백 리를 달려와 스페인 중부에 다다랐다. 기차역에 내려주는 트럭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수차례 했다. 트럭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기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새벽에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역에 도착하여 축지법을 섰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안도라 오지마을에서 트럭으로 험준한 산을 넘게 해준 트럭기사가 가끔 생각이 난다.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해 남을 돕고자 노력하며 생활하고 있다.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상부상조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댓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소중한 기록문학입니다.
틈 나는 대로 애독하겠사와요^♡^*
고맙습니다
예쁜 글을 쓰도록 힘쓰겠습니다
이사장님 아찔합니다
혹시 이곳에서 사진 찍은 것 있으시면
이메일로 부탁드립니다
책에 수록하려구요
전화드리겠습니다
네
그리하겠습니다
"작가와함께" -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