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시" 언젠가 일을 마치고 가는데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었다. 김여시였다. 모자를 쓰고 발목까지 오는 원피스는 손목까지 소매가 내려와 몸을 가렸지만 강한 햇빛에 얇은 원피스 안에 몸 선이 다 드러났다. 필리핀에서 길에서 저러고 혼자 걸어다니면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본 여자의 얼굴이 뜨거운 날씨에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천진하게 손인사를 건네는 여자를 보며 길을 건너 다가갔었다.
"우와 신기해. 우리가 밖에서 다 마주치네요."
"어디가"
"저요? 집이요. 그러는 백창기씨는요. 일 끝나셨어요?"
"어"
"아..그럼 집으로 가시겠네요"
바람이 불자 땀이 난 피부에 머리카락이 붙는다. 귀찮다는 듯 손으로 떼어내며 연신 덥다며 손부채질을 하던 여자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를 왜 불러세웠냐고 묻는걸까. 침묵이 길어지자 여자가 먼저 고개를 돌려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알겠어요! 나중에 집에서 봐요."
가던 방향으로 몸을 돌려 마저 씩씩하게 걸어간다. 차는 어쩌고 저러고 돌아다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같이 타고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는 여자의 눈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오라고 손짓을 하니 덥다면서 한달음에 달려와 내 옆에 가까이 섰다. 길 건너는 동안 아무 말이 없던 김여시가 지훈이가 보이자 서둘러 내 팔을 잡고 친한 척 했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저번부터 조부장만 보면 까불어댔다.
"우리 뒤에 타요." 꽤나 센 힘으로 끌어당기는 김여시는 차에 타자 곯아떨어졌다. 금방 덥다 했다가 춥다 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