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가 겨우 1cm에서 30cm 정도인 사례도 많이 있지만 약하다고 신경 안 쓰면 큰 코 다친다. 시냇물도 물살이 거친 경우 고작 20cm 정도의 깊이, 즉 발목만 물속에 들어간 사람이 그대로 넘어져서 물살에 휩쓸려 물귀신이 된 사례가 수두룩하다. 50cm 정도 잠겼는가? 그럼 당신은 끝이다. 빠져나올 수 없다.
중학교 때 배운 공식을 기억해라. 힘(F)은 질량(m) 곱하기 가속도(a)다. 1cm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쓰나미의 본체는 '바닷물'이다(...) 그러니까 무슨말이냐 하면, 그냥 50cm짜리 쪼맨한 파도가 아니라 바다 전체 수면이 50cm가 늘어났다가 빠져나간다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바닷물은 유수다. 절대로 그냥 고여있는 물이 아니다! 어떤 특정한 장애물을 만나지 않는 한 무섭게 거침없이 흘러가는 것이 바닷물이다!
게다가 물의 특성상 진격하는 속도는
최대 시속 800km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르다.
KTX가 시속 300km로 달린다고 상상해 보자. 얼마나 빠른지 감이 올 것이다. 아니, 보통 민항기의 속도가 800~900km/h 정도 나온다. 땅에 붙어 달리는 인공적 물체 중 시속 800km로 가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파도를 보면 미친듯이 달려서 도망가야지 하는 발상은 하지도 않는 것이 좋다.
일단 눈에 보이는 무조건 높은 곳으로 도망쳐라. 그렇다고 허름한 주택 옥상이나 가건물 지붕으로 올라가지 말고 웬만큼 크고 튼튼한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언덕위로 튀어라. 동영상 보면 알겠지만 본 다음에 도망치려고 하면 너무 늦다!도망은 다른 어떤 수단도 없을 때나 쓰는 수단으로 남겨둬라. 도호쿠 대지진 당시 자동차로 대피하던 사람이 자동차 이상의 속도로 밀려든 파도에 의해 자동차째 휩쓸려버리는 흠좀무한 광경이 세계 곳곳에 방송되기도 하였다.
걸리적 거리는 지상에서 물이 차는 속도에 비해 먼 바다에서의 쓰나미는 엄청나게 빠르다. 초속 100수십미터에 달하며 반면 파장이 200 km에 달하고, 파고도 몇 미터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눈치채기는 어렵다. 문제는 지상에 근접할수록 파장이 짧아지고 파고는 높아진다는 점이다. 일단 지진해일의 파동을 분석하면 파장은 단층면의 길이, 파고는 단층면의 높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층면의 길이는 수백km에 달하므로 파장>>>>>>>수심의 관계가 성립되므로 무조건 천해파가 된다. 이것이 바로 쓰나미가 파괴적이 되는 이유인데, 파속이 수심^0.5에 비례하므로 해안에 근접할수록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파속이 줄어들면서 파도가 중첩되어 파고가 높아지게된다. 대륙붕을 지나 바닷가에 이르면 파고는 수백배로 증가해야겠지만 땅과의 마찰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손실해 실질적으로는 수십배정도만 증가하게 되는 것.
만약 파고가 1미터 정도로 계속 유지된다면 야트막한 방파제로 간단히 막아버릴 수 있겠으나, 지상에 근접하면서 심한 경우 15미터 이상의 높은 파도로 변신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파제를 넘어 온 파도가 바로 15미터 이상이였다. 배 밑을 지나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만했던 너울이 육지 근처에서 어떻게 변신하는지는
여기를 보자.
간단하게 원리를 설명하자면, 완만하게 파동형태로 가다가 경사부분에서 바닷물이 처 올려지고, 그로인해 파도의 높이가 급상승 하는거다.
일본에서는 어부들이 배를 타고 고기 잡으러 갔을때 바다는 어느 때보다 고요했지만 돌아오니 마을이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괴담처럼 전해지고 있는데 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괴담이 아니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쓰나미의 파고가 높지 않아도 위력이 커다란 이유는, 해저에서 단층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고작 수십cm 정도의 지형이 변해도 그 위에 있는 물기둥의 무게가 그대로 위치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해저지진일수록 단층이 발생한 면적에서 떨어지는/솟구쳐 오르는 물기둥의 에너지가 더더욱 커지게 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대략 물 1세제곱미터가 1톤이니 몇 킬로미터에 걸쳐 단 몇 센티미터의 고저차가 순간적으로 발생해도 수십~수조 톤의 위치에너지가 된다. 그러나 바닷물이라 실제로는 좀 더 무거우므로 위치에너지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쉽게 생각하면 에버레스트 산 전체를 1미터 위로 들어올렸다가 쿵 떨어뜨린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이 에너지가 그대로 원을 그리면서 주위로 물을 밀어올렸다 내리면서 전파된다는 것. 바람에 의한 파도와는 근본적으로 내재된 에너지(관성)의 단위가 천문학적으로 다른 것이라 단 1미터의 높이의 쓰나미라도 해안선 안쪽으로 죽죽 밀고 들어가면서 모든 지상 구조물과 생명체를 파괴한다.
게다가, 쓰나미의 경우 주변 지형의 특성을 심하게 탄다. 이를테면 리아스식 해안같이 굴곡이 심한 곳은 특정 부위로 물이 몰려들면서 파도 높이가 증폭되는 효과가 일어나므로 다른 곳에서는 조금 큰 파도다 정도로 여길 쓰나미가 그 곳만 10m가 넘는 괴수로 변하는 일이 흔하다. 따라서 다른 곳에 쓰나미가 약하게 밀려왔다고 해서 내가 있는 곳도 그러리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밑에서도 얘기하지만, 쓰나미가 발생하기 전에는 해일 특유의 물빠짐 현상이 있으므로 해안선이 비정상적으로 저 멀리 물러가는 광경이 보인다면 그 즉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안에서 최소한 1km 이상 벗어나야 한다. 그래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기는 하지만. 근처에 튼튼한 높은 건물이 있다면 그곳으로 올라가는것도 좋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그땐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여기서의 물빠짐 현상이란, 썰물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하지만 쓰나미의 전조증상일때는 시간에 상관없이 갑자기 물이 빠지므로 구별할 수 있다. 잘 모르겠다면 주변의 지역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된다. 밀물과 썰물때를 알고 있을테니. 아마 그 사람들이 제일 먼저 이상함을 알아차릴 것이다. 저 앞에서 뭔가가 오는게 보인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