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대표적인 마초 캐릭터였던 ‘조이’가 여장을 한다면 어떤 모습이겠냐고? 상상하지 말고 <신이 버린 특공대>로 직접 확인해 보자! 우피 골드버그가 수녀원으로 숨어들기 전, 두 남자가 먼저 수녀원에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돈 가방을 든 수녀>는 <시스터 액트>보다 먼저 제작된 작품이다. 때에 따라서 여장한 남자가 여자들보다 더 예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고 해서, 이 영화들도 그러하리란 기대는 절대 금물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언제나 그 이하는 존재하니까 말이다.
니들이 그러니까 버림을 받지! 시트콤 <프렌즈>의 ‘조이’라는 캐릭터는 배우 매트 르블랑에겐 생의 최고 선물이자 저주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젠 어떤 배역을 해도 모두 ‘조이’가 접신(接神)하는 듯 오버랩 된다. 멋진 폼을 잡고 있어도 배우 매트 르블랑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시트콤 속 ‘조이’가 영화를 찍은 것 같달까?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영국, 미국과 일본 사이의 암호 전쟁은 무척 치열했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 통 속에서 인류가 얻은 것은 과학 기술과 암호 밖에 없다. 서로의 암호를 방어하고, 적국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은 이미 숫한 영화와 소설 속에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 <신이 버린 특공대>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 해독기를 훔치는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단지, 그들의 얼렁뚱땅 스파이 질은 심심할 수 있으니, 여장을 시킨다. 미국 스파이인 오록(매트 르블랑)은 독일 적지에서 암호 해독기인 이니그마를 훔쳐 탈출하는 데 성공하나, 영국군의 손에 의해 파괴되는 아픔과 함께, 상사의 손을 물어 뜯은 혐의로 감옥에 수감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제작 공장에 잠입해 이니그마를 훔쳐오란 명령이 내려진다. 감옥에서 계속 썩을 순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그에게 붙여주는 졸속 팀원들의 면면을 보며 역시 믿을 건 자기 자신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27개 언어를 하지만 이니그마를 풀지 못하는 암호학자 조노, 어쩌다 작전 하달 시 옆에 있던 행정병 아치, 게이 중위 토니. 이들은 어색하기 그지없는 여장을 하고 베를린에 침투한다. 하지만 엉터리 정보로 인해 공장 근처는 가지도 못하고 신분이 탄로나 쫓기게 된다. 영화는 여타 코믹 스파이 영화의 흐름을 따라간다. 생사의 위기를 넘긴 오합지졸들이 시간이나 때우고 탈출하려다 스파이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독일군의 공장을 추적한다. 하지만 마지막 탈출을 앞두고서야 그들은 자신들의 진정한 임무를 깨닫고 갈등한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배우는 자신도 사춘기 소녀들처럼 가슴 때문에 고민을 한다고 말하기도 한 영국 코미디언 에디 이자드다.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에서 초능력을 빼앗기 위해 혈안인 악당 배리 교수를 떠올릴 수 있다면 이 배우가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그가 구사하는 농염한 연기는 뻔뻔스럽지만, 유쾌하다. 영화는 관객을 웃기다가도 간혹 <라이언 일병 구하기>식의 전쟁의 허무함과 의미에 대한 물음을 넌지시 던지기도 하고, 동성연애자들이 겪었던 고통과 갈등을 뒤돌아 보게 하기도 한다.
반갑다! 90년대 코믹 영화!영화 <돈가방을 든 수녀>는 <나인 야드>를 연출한 조나단 린의 1990년 작품이다. 은행강도짓을 하다 실수로 동료를 쏴 죽이는 어리버리한 조직의 브라이언과 찰리는 냉철하고 젊은 보스 케이스에게 회의를 느끼고 조직을 떠나려 한다. 마지막 임무로 중국 갱단의 마약 밀매 자금을 훔쳐 달아나려는데 보스는 다른 부하를 시켜 브라이언과 찰리가 훔치는 돈을 다시 훔치고 그들을 죽이라고 한다. 간단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 위에 붙어 다니는 놈이 있었으나 모두 뛰어봤자 제자리 뛰기란 지론 되겠다. 결국 자기 조직과 중국 갱단의 추격, 경찰의 추격의 쓰리 쿠션을 피해 브라이언과 찰리가 선택한 도피 방법은 수녀원이었다. 하지만, 수녀원이라고 절대 안전하리라 생각하면 발등 찍힌다. 원장 수녀는 계속 이들을 의심해 들고 다니는 돈 가방을 다른 수녀에게 보관토록 하게 하고, 도둑질 밖엔 모르는 이들에게 학생들의 수업을 의뢰한다. 이 와중에 브라이언은 사랑하는 여자친구 페이스가 자신 때문에 위험에 처할까 이별을 통보한다. 누군가의 것을 필요에 의해 훔치는데, 다른 사람의 또 다른 잔꾀에 계획의 얽히고설켜 서로 쫓고 쫓기는 모습은 감독 가이 리치의 영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과 <스내치>에서 보던 익숙한 흐름이다. 가이 리치의 영화들 속 설정이 조금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뿐이다. 그러나 종국에는 모든 사람들이 브라이언과 찰리를 쫓으니 이 영화의 난장도 결코 만만치 않다. 자기네들은 불법적으로 도둑질을 하지만, 보험회사는 합법적으로 도둑질을 한다며 자신들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사회 풍자적인 농담을 서슴지 않는다. 또, 신자들도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에 대한 관념을 바로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인데, 브라이언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자 찰리는 누구도 이해 못하니까 믿음과 신앙이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렇듯 영국 코미디 영화를 보다 보면 그들의 재치와 사회에 대한 조소로 혀를 내두르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이 영화 속 수녀와 신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신부님도 남자다 보니 어쩔 수 없다며 수녀로 분한 브라이언에게 추파를 던지고, 술과 도박벽이 있는 수녀는 공금을 횡령해 문제가 커지는 등 이야기 속 종교인에 대한 폄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지만, 종교인 이전에 그들도 한 인간임을 풍자적으로 역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드라마 <닥터 후>의 로즈의 엄마로 등장한 잭키 테일러, 카밀 코더리가 극중 브라이언의 여자친구 페이스로 분해 그녀의 앳된 젊은 시절을 감상할 수 있어 반가움을 더한다. 이미 추억의 영화가 되어버린 이 영화의 화질은 최근 영화들처럼 선명하지 않고, 특유의 영상미학도 없다. 하지만 재밌고 유쾌하며 정감 넘친다. 90년, 이 영화가 비디오 가게에 나왔을 때를 회상해 본다. 그때 우린 이 영화를 보며 웃었을까, 그저 그런 황당한 영화라고 구석에 던져 버렸을까?
코믹 영화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덥다고 짜증내기 쉬운 날, 2시간의 재미와 유쾌함을 만끽해보자. 아주 큰 웃음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테니 아주 약간의 기대를 가지는 센스를 발휘한다면 이 영화들은 충분히 자신들의 역할을 해 줄 것임에 틀림없다. 코미디만큼 세상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데 제격인 장르도 없다. 그래서 코미디 영화 속 속사포 같은 가시들을 발라내다 보면 결코 가볍게 웃음만 추구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교육적인 내용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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