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연씨가 알려준 백호성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어떤 목소리 좋고, 목소리에게 느껴지는 건장한 남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는 백호성에게 내가 누구이며, 이아연씨로부터 의뢰를 받고 형사사건을 진행중인데, 아연씨의 부탁을 받고 전화를 드리게 되었다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면서, 준강간죄로 형사사건이 진행중인데, 사과를 하시면 고소를 취하하시겠다고 하니,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을 해 보라고 하였다. 백호성은 자기는 준강간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이며, 아연씨가 자꾸 자기 집으로 찾아와서 경찰을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백호성에게 “제가 볼 때는 아연씨 말씀이 굉장히 구체적이고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하지 못할 자세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사과하시면 아무 조건 없이 고소취하하신다고 하니까 한번 잘 생각해 보시는게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호성은 잘못을 인정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백호성은 바로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변호사님, 아연이 그 애 공황장애에 경계성 정신장애가 있는 애인걸 모르시나요? 그 애 말을 믿으시나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이건 무슨 상황이지 라고 생각하면서 머리가 순간 복잡해졌다. 나는 아연씨가 보내온 출산을 했다는 개인톡에 대해서 진실인지 거젓인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백호성의 말대로 경계성 정신장애라고 하면서, 거짓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어디까지나 의뢰인편이다. 나는 백호성에게 “무.. 뭐.. 뭐라구요..? 공황 장 애에 경계성 정신 장애라구요..?” 그러자 백호성은 맞다고 하면서 자기는 준강간 범행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였다. 이어서 나는 백호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아연씨가 공황장애에 경계성 정신장애가 있다는 것을 언제 아신 거죠?” 이렇게 말하자, 백호성은 갑자기 말을 딱 멈추는 것이다. 나는 재차 “언제 아셨냐구요?”라고 강력히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아무 말이 없더니 잠시 후 자기가 일이 바빠서 전화를 오래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나는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전화를 전혀 받지 않았다.
백호성은 아연씨를 진정 사랑했다고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사랑, 사랑 입에 사탕발림 말을 했던 것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기쁨과 슬픔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백호성은 아연씨를 있는 그대로 봐 준 것도 아니고, 슬픔을 그대로 봐 준 것도 아니다. 백호성은 아연씨를 만나면서 공황장애에 경계성 정신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연씨는 문자나 글이 아니면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저 그냥 사랑, 사랑 하면서 꼬셔서 갖고 놀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임신까지 하자 미즈메디 산부인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술을 하고 이제는 거추장스런 존재가 된 듯이 연락을 두절한 것이다. 나는 “백호성씨! 당신은 아연씨를 갖고 놀았군요!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그는 이제 전혀 연락을 받지 않는다. 나는 백호성과의 대화를 아연씨에게 보고하였다. 아연씨는 사과하면 용서해 주려고 했는데, 꼭 처벌받게 해주시를 원한다고 하면서, 만일 검찰로부터 무혐의 결정이 난다면 자살하겠다고 하였다.
과연 아연씨는 백호성으로부터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 범행을 당한 것이 맞을까? 아연씨가 옷을 입고 잤는데 일어나보니 옷이 벗겨져있었다는 말은 너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데, 한편 임신중절로 지웠던 태아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났다는 말은 믿을 수도 없었다. 아연씨가 백호성을 형사고소한 것은 성폭행에 대한 억울한 복수인가, 아니면 변절자에 대한 거짓 복수인가. 백호성에 대해 어떻게든 복수를 해서 쓰러뜨리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시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인지, 자기 마음을 자기도 몰랐다. 다만 대인공포증, 경계성 정신장애, 우울증 등 보이지 않는 출구에서 아연씨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백호성을 출구로 삼은 것이었다.
첫댓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