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더 내뿜는 신축아파트
정부 고강도 층간소음 규제 원인
무량판ㆍ라멘보다 탄소배출 많은
벽식 위주 아파트 구조도‘한몫’
탄소 많이 내뿜는 아파트’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범은 건축재료다.
아파트 건축재료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레미콘, 철근, 콘크리트벽돌, 유리, 단열재, 석고보드 등 6종의 주요 재료를 과거보다 더 많이 쓰다 보니 탄소배출량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대표 정책은 아파트 바닥판(슬래브) 두께 기준 강화다. 정부는 층간소음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때마다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2005년 바닥 충격음 환경기준을 만들었고, 2013년에는 바닥 두께 기준을 210㎜ 이상으로 의무화했다. 정부의 기준 강화와 소비자 눈높이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아파트 슬래브 두께는 1990년 120㎜에서 2000년대 150∼180㎜로, 2013년부터는 210㎜까지 두꺼워졌다. 앞으로 그 기준을 240㎜로 더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고급 아파트’를 표방한 곳에선 250∼300㎜ 두께의 슬래브를 쓰기도 한다.
슬래브 두께를 키우면 건축비가 올라간다. 콘크리트 투입량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무거워진 바닥판과 전체 건물을 견디기 위해 더 튼튼하게 설계하고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용 85㎡인 아파트의 슬래브 두께를 150㎜에서 210㎜로 늘리면 공사비가 가구당 140만원이 더 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결국, 늘어나는 공사비만큼 탄소배출도 증가하는 구조다.
여기에 내년 7월 시행을 앞둔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가 가세했다.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는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사전인증이 아니라 아파트를 다 짓고, 사용허가를 받기 전에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검증절차다. 유례없는 고강도 규제를 앞두고 건설사들은 층간소음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람이 걷거나 뛸 때 발생하는 진동과 충격 소음을 더 효과적으로 저감시키려면 슬래브 위에 특수소재로 만든 고성능 완충재와 진동억제재 등을 덧대야 한다. 두께와 재료의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한 층간소음 저감기술 경쟁에서 탄소중립은 설 자리가 좁다.
아파트를 어떤 구조로 짓느냐도 변수다. 건물의 구조는 크게 기둥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뉜다. 기둥이 있으면 ‘기둥식 구조’, 기둥 없이 벽이 무게를 지탱하면 ‘벽식 구조’다. 기둥식 구조는 다시 수평 기둥인 보가 있으면 ‘라멘(Rahmen) 구조’, 보 없이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이뤄져 있으면 ‘무량판 구조’로 분류된다. 이런 아파트 구조는 층간소음과도 밀접하다. 바닥 진동이 벽이나 기둥을 타고 다른 세대로 전해지는데, 일반적으로 라멘ㆍ무량판 구조보다 벽식 구조가 층간소음이 심한 편이다.
이런 아파트 구조는 탄소배출량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노승준 금오공대 교수팀이 2005∼2013년까지 설계된 아파트 443개동의 탄소배출량을 아파트 구조별로 분석한 결과, 무량판 구조 아파트의 탄소배출량이 385.01㎏-CO₂eq(이산화탄소환산량, 이하 단위 생략)으로 조사됐다. 이는 벽식구조 아파트(413.04)보다 7.3% 배출량이 적다. 라멘구조 아파트(390.38)는 벽식보다는 탄소배출이 적고, 무량판보다는 많았다. 노 교수는 “아파트 구조에 따른 탄소배출량 차이는 콘크리트와 철근 사용량이 좌우하는데, 벽식구조가 타 구조보다 콘크리트를 많이 쓰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슬래브 두께에 기대는 층간소음 대책과 벽식 위주의 아파트 구조가 탄소를 많이 내뿜는 아파트를 키우는 자양분인 셈이다. 안용한 교수는 “공공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정부의 아파트 탄소중립 정책을 재수립해서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탄소중립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건축비로 인정해줘야 탄소중립 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대한경제신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