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해봐라
김덕남
야야, 말 쫌 해봐라 소 잡아 문 귀신도 아이고
지발 내 좀 살리도고, 내가 살믄 얼매나 살끼고
아 딸린 여자면 어떻고 몬 생기면 어떻노
짚신도 짝이 있는데 이노무 팔자 와이렇노
새각단 칠칠이 봐라, 월남샥시 데불고와서
깨소금 뽂는다 안카더나 토꽤이 같은 자슥 낳고
내사 마 저승 가도 할 말이 없는 기라
꼬재이 같은 너가부지 가만 있겄나, 으이
속 터져 몬 살겄데이 이레가 우찌 죽겄노
시작여화詩作餘話
명절에 괴로운 것은 며느리만이 아니다. 처녀, 총각들도 마찬가지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에서 취업포기, 집 마련을 포기하는 5포 세대란 유행어를 만들더니 이제는 7포 세대다. 인간관계와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웃지 못 할 신조어다.
지난 추석 인사차 시골의 당고모 댁을 방문했다. 팔순이 훌쩍 넘은 당고모님은 일찍 남편을 여의고 아들 하나를 의지한 채 살고 있다. 그 아들은 지방의 대학을 나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그게 그만 생업이 되고 말았다. 편의점, 이삿짐센터, 주차관리를 거쳐 지금은 도배를 하러 다닌단다. 그것도 일거리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니 집에 들어박혀 있는 날이 태반이고. 요즘은 뭘 좀 물어도 대답도 잘 안 한단다. 신세한탄이 이어지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왁자하게 지나간다. 한참이나 목을 빼서 넋 나간 듯 바라보다,
“남들은 월남샥시도 잘도 데불고 오는데…, 내 생전에 저런 아이 한 번 안아 보고 죽을 수 있을랑강.”
“아이고, 고모님도 무슨 말씀을 그리 하세요? 인물 좋은 아들을 두고.”
“인물 조믄 뭐하노? 대학 나오믄 뭐하노? 가아도 인자 오십 줄 아이가. 죽은 영감 볼 면목이 없는 기라. 그러니 내가 우찌 죽겄노?”
그러시면서 가슴을 친다. 가슴이 답답하기로는 장가 못 간 아들이 더 하겠지만 보고 듣는 나로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말 좀 해봐라’ 하기 전에 먼저 웃으며 말 걸어오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약력 : 201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선정 올해의 좋은시조집상 및 신인상 수상. 시조집 『젖꽃판』 『변산바람꽃』, 현대시조 100인선 『봄 탓이로다』
- 《시민시대》 2018.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