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로 읽는 東洋古典
書(책)
安 秉 煜
崇實大學校 名譽敎授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 인간의 創造物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 가장 永遠한 것은 책이다. 우리는 책을 가까이 해야 한다. 인간이 책을 멀리할 때 타락이 시작되고 부패가 발생한다. 부지런히 독서하는 국민이 繁榮하고 잘 살 수 있다.
독서의 포기는 精神의 自殺이요, 知性의 埋葬이다. 책이 없는 人生은 꽃이 없는 花園과 같다.
一日不讀書 口中有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古人은 말했다. 安重根 義士가 1910년 3월 旅順감옥에서 處刑되기 전에 쓴 글이다.
책은 인간 頭腦의 最高의 産物이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 좋은 책은 좋은 인간을 만든다. 惡書는 知的毒藥이다. 飮食은 肉體의 糧食이요, 독서는 精神의 양식이다.
珍羞盛饌과 膏粱珍味는 인간의 몸을 살찌게 할 수는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살찌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몸에는 밥이 들어가야 하고, 우리의 마음에는 책이 들어가야 한다. 좋은 책은 智慧의 샘터요, 思索의 案內者요, 知識의 寶庫요, 思想의 廣場이요, 眞理의 저수지요, 喜悅의 殿堂이요, 感動의 숲이요, 로고스의 宮殿이다.
書中有至樂
책 속에 인생의 至極한 즐거움이 있다. 나는 어느덧 83세의 老骨이 되었다. 나의 긴 生涯를 回顧해보면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좋은 책과의 만남이다.
인간은 만남의 존재다.
우리는 인생의 途上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고, 좋은 친구를 만나고 좋은 애인을 만나고 좋은 선배를 만나야 한다. 우리는 삶의 길잡이가 되는 좋은 책을 만나야 한다.
나는 16세의 多情多感한 소년시절에 春園의 『無情』과 『흙』을 읽고 충격적인 감동을 느껴 春園에게 長文의 편지를 썼다. 칭찬과 激勵의 편지를 받고 너무도 기뻐서 몸둘 바를 몰랐다. 그 때의 커다란 感激과 한없는 喜悅은 내 生涯의 最高의 하이라이트였다.
지금부터 60여년전 東京 유학시절에 읽은 세권의 책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프리카 原始林에서 흑인에게 50년간의 긴 헌신적 奉仕의 一生을 바친 슈바이처의 『나의 生活과 思想에서』와, 인도의 非暴力의 위대한 聖者 마하트마 간디의 『自敍傳』과, 뛰어난 智慧의 스승인 孔子의 言行을 기록한 『論語』. 이 세권의 책은 나의 人生觀 確立에 決定的인 영향을 주었다.
결정적인 時期에 결정적인 책을 읽으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나의 直接的 體驗에서 얻은 結論이다.
사람은 누구나 愛讀書를 가져야 한다. 항상 책상에 놓고 愛之重之하면서 탐독하는 座右書를 지녀야 한다. 인간은 座右銘이 필요한 동시에 座右書가 필요하다.
무엇이 영원히 남는가. 우리의 心琴을 울리고 靈感을 주는 좋은 책이다. 古典과 名著와 良書는 不滅의 빛과 不朽의 生命力을 갖는다. 올바른 독서는 우리의 視野를 넓혀주고 關心圈을 擴大시키고 사물을 바로 보는 눈을 키워주고 公正한 事理判斷力을 길러준다.
독서란 무엇이냐.
옛날의 훌륭한 賢人과의 소중한 만남이요, 깊은 精神的 對話요, 슬기로운 敎訓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들이 東西古今의 뛰어난 스승을 만날 수 있는 唯一한 방법은 그들의 책을 읽는 길밖에 없다. 『파우스트』를 읽으면 위대한 詩聖 괴테를 만나고, 『唐詩』를 읽으면 孤高한 自然詩人 陶淵明을 만나고, 『擊蒙要訣』을 읽으면 高邁한 哲人思想家 栗谷을 만나고, 『빵세』를 읽으면 깊은 瞑想의 철학자 빠스깔을 만난다.
인간의 시간 중에서 가장 보람된 시간, 가장 感動的 시간, 가장 生産的 시간은 좋은 책을 愛讀하는 시간이다. 짧은 인생을 無爲속에 浪費하지 않아야 한다. 雜文과 雜書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書中自有萬鍾祿
책 속에는 千萬金의 재산이 있다고 옛사람은 갈파했다. 좋은 책을 읽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가장 현명한 투자다. 敎育投資는 最高의 투자다. 우리는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한다. 現實에서 그것이 어렵다고 하면 우리는 훌륭한 책 속에서 스승을 만나야 한다.
책을 만들려면 종이가 필요하다. 옛날에는 종이가 없었기 때문에, 참대를 얇고 반듯하게 깎거나(이것을 竹簡이라고 한다), 나무를 얇고 반듯하게 깎고(이것이 木簡이다) 그 위에 붓으로 글을 쓰고 가죽끈으로 木簡이나 竹簡을 꿰매어(이것을 韋編이라고 한다. 韋는 가죽 위 字다) 책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책 한 권의 부피가 대단히 크고 두텁고 무거웠다.
기원 1세기에 後漢의 蔡倫이 처음으로 樹皮를 가지고 종이를 만들어 和帝에게 獻上했다. 이것이 世界最初의 종이의 發明이다. 참대나 나무가 없던 때에는 명주나 비단에 글을 썼다. 漢文에 "이름(名)을 竹帛에 남긴다."는 말이 있다. 竹簡이나 명주에 써서 名聲을 後世에 전한다는 뜻이다. 帛은 비단 백 字다.
책을 나타내는 漢字가 넉자가 있다. 冊과 典과 書와 本이다. 冊 字는 목간과 죽간을 가죽끈으로 맨 모양을 象形한 것이요, 典은 책상위에 책이 놓여 있는 것을 象形한 것이요, 書는 손으로 붓을 잡고 글자를 쓰는 모양을 象形한 것이요, 本(敎本, 讀本)은 책이 모든 것의 뿌리와 根本이 되고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책은 人生의 大本이다. 책은 인생의 스승이요, 文明의 어머니요, 역사의 길잡이요, 社會의 龜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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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娛樂이나 興味를 얻기 위한 것이요,
둘째는 知識과 情報를 얻기 위한 것이요,
셋째는 敎養과 智慧를 얻기 위한 것이요,
넷째는 自我의 完成과 人格의 修養과 精神의 安心立命을 얻기 위한 것이다.
一命一生, 우리는 唯一性의 생명을 가지고 一回性의 生涯를 산다. 복잡하고 多事多難하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이 混濁한 세상에서 나의 설자리가 어디고 나의 할 일이 무엇이며 어떤 人生觀과 어떤 價値觀을 가지고 살아야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이것은 인간의 가장 根本的인 문제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확고한 對答과 信念을 갖기 위하여 나는 네 번째의 독서를 강조하고 싶다.
"스스로 사색하고 스스로 探究하고 네 발로 서라."
독일의 大哲 칸트의 名言이다. "思索人처럼 행동하고 行動人처럼 思索하여라."라고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그송은 말했다. 우리는 저마다 確固不動한 철학을 가지고 堂堂하게 인생을 살아야 한다. 확고한 主體的 自我를 확립하지 못하면 우리는 昏迷한 사회의 濁流속에 죽은 물고기처럼 떠내려가기 쉽다.
孔子의 首弟子의 한 사람인 有若은 이렇게 말했다.
君子務本 本立而道生(論語 學而篇)
君子는 知性과 德性을 兼備한 敎養人이다. 군자는 眞正한 知性人이다. 진정한 지성인은 인생의 根本을 배우고 근본을 힘쓴다. 인생의 근본이 확립되면 길은 저절로 생긴다. 根本을 영어로 Fundamental이라고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Fundamental, 근본을 確立하는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강한 暴風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뿌리가 허약한 나무는 비바람에 힘없이 넘어진다. 개인도 그렇고 家庭도 그렇고 國家도 그렇다. 本立道生, 표현은 簡潔하지만 意味는 深遠하다. 儒敎는 人生의 "務本學"이다. 인생의 근본을 배우고 근본을 튼튼하게 하는 學問이다.
우리는 먼저 主體的 自己確立을 해야 한다. 讀書의 究極的 目標가 무엇이냐. 自我의 完成이요, 自我의 實現이요, Self-realization이다.
내가 나를 튼튼하게 바로 일으켜 세우고 人格的 自我完成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目的이요, 삶의 意味다.